‘박근혜 X-파일’ 의혹 <추적>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6.20 09: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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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세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논란이 일파만파 거세지고 있다. 불법 사찰의 방대한 범위와 규모에 놀라는 분위기지만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한 가지 의문이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왜 박근혜 이름은 없는가”라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인사들에 대해 무차별한 사찰을 벌여온 현 정부였기에 의혹은 더 증폭되고 있다. 때문에 해묵은 ‘박근혜 X-파일’ 존재 유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벌여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지난 13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불법 사찰 및 증거인멸에 개입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3개월간에 걸친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의 재수사 결과 불법 사찰 대상엔 사법부(이용훈 전 대법원장), 정치권(박원순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송영길 전 인천시장, 이석현, 남경필, 김진선, 백원우, 양승조 의원 등), 재계(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등), 국가기관(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 언론계(엄기영 전 MBC 사장), 시민단체(서경석 선진화시민연대 상임대표) 등 유력 인사 30여 명이 사찰 대상에 포함 되었던 것으로 새롭게 밝혀졌다.

민간인 사찰 수사로
‘박근혜 X파일’ 의혹

정·재계, 시민사회 단체 등을 막론하고 이명박 정부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견제의 대상이 된 모든 이들이 뒷조사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부터 이 대통령의 최대 앙숙이었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박 전 위원장과 이 대통령은 경선 이후에도 갖가지 사안으로 충돌했다. 흔히 ‘친박학살’로 불리는 2008년 총선공천을 놓고 불신의 벽을 키웠고 2009년엔 세종시 수정안으로 또 다시 충돌했기 때문이다.

둘 사이가 다소 원만해 진 것은 2010년 8월 회동 때였다. 하지만 2011년 초 동남권 신공항 논란으로 다시 파국으로 치달았다. 당시 이 대통령 견제세력은 야당이 아닌 박 전 위원장과 친박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최소 약 3년간은 ‘살얼음판’ 관계를 유지해왔기에 사찰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모두가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만 사찰에서 열외 시켰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으로 받아 들여져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사찰 유무와 그 내용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만약 사찰을 했다면 왜 발표하지 않고 감추는지에 대한 의문점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박 전 위원장의 ‘X-파일’에 대한 언급은 숱하게 거론돼 왔지만 정확한 실체가 증명된 적은 없었다.

가장 먼저 제기된 것은 지난 대선후보경선 때다. 박 전 위원장의 후보 당시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이명박 X파일’을 밝히자 이 대통령 측은 “‘박근혜 X파일’도 공개하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역공을 펼친 것이다.

정 변호사의 이 같은 발언에 정치권은 요동쳤다. 이 대통령 측이 “우리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검증 자료가 있다”며 “유신시대 당시 퍼스트레이디로서 권력을 이용해 행한 모든 부도덕한 행위,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 18년간 은둔생활 전반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X-파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자신의 X-파일을 공개당해야만 했던 이 대통령은 매우 불쾌해 했다고 전해진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해묵은 네거티브?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한 사찰이 이뤄졌을 것이란 주장과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정권 초 친이계 실세들은 정권에 협조를 안 해 준다는 이유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곤 했다.

특히 “한방이면 보낼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기까지 했다. 또한 한 친이 핵심의원은 “(박 전 위원장을) 죽일 카드는 여러 개 있다. (2007년) 경선 때도 쥐고 있었지만 안 썼을 뿐이다. 그 후에도 들어온 게 많다”고 으름장을 내기도 했다.

입수경로에 대해선 “집권하면 정보가 들어오는 곳이 많다"며 ”박 전 위원장도 약점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했다.

이어 “도덕적,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힐 만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권 핵심그룹이 집권 이후 역대 정권에서 축적해놓은 자료 또는 이명박 정부 들어 모종의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손에 쥐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근혜 X-파일’ “있다? 없다?” 증폭되는 의혹
민간인 사찰 수사 결과 박근혜만 쏙 빠져 ‘왜?’ 

또한 2008년 <신동아> 5월호는 “노무현 정권이 2004년 7월경부터 국가정보원, 박근혜 태스크포스(TF) 등을 동원해 박근혜 전 위원장을 뒷조사한 100쪽 분량 ‘X파일’을 만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고 최태민 목사 딸과 사위의 20여년 부동산 보유 거래 명세 50여 건을 조회해 기록한 박근혜 X파일의 문건 일부도 실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박근혜 X-파일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경선룰 변경’을 주장하는 등 친이계가 총선 후 목소리를 높이자 일각에서는 박근혜 X-파일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불법 사찰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지만 이를 통해 박 전 위원장의 약점을 단단히 쥐는 성과를 얻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 부분이다.

이후 민간인 사찰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대선정국이 다가오자 또 다시 박근혜 X-파일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 측은 ‘자신이 전·현 정권에서 모두 사찰당한 피해자’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피해자임을 내세우며 민간인 사찰 의혹에서 한 발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 측의 이런 전략 뒤에는 향후 대선과정에서 본인에게 불거질 각종 의혹들이 ‘불법사찰에 의해 조작되거나 혹은 부풀려졌다’는 방어막을 치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즉 자신이 불법사찰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것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질 의혹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노림수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추정해볼 수 있는
내용은 무궁무진

박근혜 X-파일로 추정해 볼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박정희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다. 박 전 위원장이 쿠데타와 인권탄압 등 유신정권의 과오에 대해 객관적 인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두 될 수 있다.

또한 영남대와 정수장학회 등 박정희 시대에서 물려받은 유산도 본 게임이 시작되면 논란의 여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일명 ‘박근혜의 남자’로 알려졌던 고 최태민 전 목사에 대한 의혹도 또 다시 불거질 것으로 여겨진다.

70년대 영부인 역할을 했던 박 전 위원장을 등에 업은 최 목사는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박 전 위원장이 최 전 목사 사후에도 그의 가족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의혹이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까지 최 전 목사에 대한 신뢰를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의 가족도 새로운 변수다. 동생 지만씨와 부인 서향희씨가 부실 저축은행 오너 등과의 친분 등으로 세간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서씨가 아들과 함께 홍콩으로 출국하자 야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주변관리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의 독특한 리더십도 ‘불통 리더십’으로 지목되면서 네거티브의 주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정권 초 친이실세 “한방에 보낼 수 있다” 호언
박근혜 캠프 네거티브 대응에 총력 기울일 듯

총선 후 ‘박근혜당’으로 변모하며 속속 배치되고 있는 측근들도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3·5공 출신들로 구성된 ‘7인회’ 원로그룹과 ‘선진한국 민족연합’ 등 사조직은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측근들이 벌써부터 줄대기를 하며 금품관련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따라서 박 전 위원장 측은 대선전의 최대 변수로 ‘네거티브’를 꼽으며 자신을 향한 음해와 음모론을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이 직접 측근들에게 네거티브 대응을 주문하고 분야를 분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에선 네거티브 대응이 대선 승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친박 내에선 네거티브 대응팀에서 활동하는 게 집권 이후 행보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네거티브 업무를 서로 맡으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캠프 당시 BBK 네거티브 대응을 맡았던 인사들이 집권 뒤 중용됐던 전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네거티브 대응팀’
구성에 총력 기울여

이런 숱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민간인사찰 의혹은 특검 또는 국정조사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향후 진실규명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가 박 전 위원장을 뒷조사했다는 흔적이 확인될 경우 위태롭게 협조관계를 이어가던 당청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으로선 청와대와의 차별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청와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권이 쥔 박근혜 X-파일이 공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듯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당·청 간의 파열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따라서 대선정국을 뒤흔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판도라 상자의 뚜껑이 열릴지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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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