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①] ‘돌아온 전략가’ 민병두

“‘박근혜=무능’ 입증해 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환상 깨주겠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11 총선 격전지 가운데 한곳이었던 서울 동대문을 지역구에서 민병두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그는 5선을 노리는 정계거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이번 선거에서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이로써 민 당선자는 약 30년간 민주세력의 집권을 허락하지 않았던 불모지에 깃발을 꽂으며 실질적 설욕에 성공했다. ‘돌아온 전략통’ 민 당선자를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마침내 동대문이 열렸다. 30년간이나 민주개혁세력의 진출을 허락하지 않던 불모지 중의 불모지인 동대문을 지역에 민병두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깃발을 꽂으면서다. 민 당선자는 지난 18대 국회 입성 실패 후 원외에서 절치부심 바닥민심을 살피다 19대 총선을 통해 권토중래한 것.

앞선 여론조사에서 동대문을 지역은 민 당선자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며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외로 민 당선자가 압승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변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홍준표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며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역전의 주역’ 민 당선자. 그는 1970~80년대 암울했던 시대에 군사독재투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한 민주화 투사다. 그는 민주화의 길이 열린 후 언론사 기자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총선전략기획단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결과는 열린우리당의 과반수의석 획득이라는 의회권력 압승이었고, 민 당선자 역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어진 18대 대선에서도 그는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지만 결과는 정동영 후보의 참담한 패배였다. 때문에 민 당선자는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1979년 이후 30여년 동안 민주세력의 진출을 허락지 않은 불모지 동대문을에 자진해 몸을 던지며 대선 패배를 속죄하고자 했다. 

당시 그는 보수표가 결집한 동대문을에서 홍 전 대표에 아쉽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하지만 민 당선자는 원외에 머물며 4년에 걸쳐 하루 10시간씩 주민들과 교류하며 바닥민심을 이 잡듯이 샅샅이 훑었다. “동대문에서 민병두를 만나면 택시기사들은 미터기도 켜지 않는다”라는 목소리가 이를 방증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설욕에 성공한 민 당선자는 19대 국회에서 지속 가능한 보편적 복지국가건설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는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 이번 4?11 총선이 사실상 민주당의 패배라는 평가에도 부산?경남?울산에서의 지역과 2030이라는 세대에서 표의 확장성을 확인하며 대선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놓고 있지 않다.


이어 민 당선자는 지난 총?대선에서 ‘전략통’ ‘기획통’으로 활약했던 만큼 상대 대선후보에 대한 날선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다가오는 19대 대선에서 ‘박근혜=무능’이라는 실상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아버지에 대한 향수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완전히 깨부수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민 당선자와의 일문일답이다.

-4선의 거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고 압승했다. 당선소감은?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 그만큼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강하다는 것 아닌가? 강진에서 앰뷸런스 타고 온 유권자, 제주에서 비행기 타고 와 투표한 할머니, 자신의 무릎수술 날짜를 연기해서까지 투표하신 동네 주민분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뜻을 모아 주었다. 이 지역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새누리당이 30년 가까이 의회권력을 잡은 곳이다. 1979년을 마지막으로 33년 만에 실질적 설욕이다. (저라는) 한 개인의 노력으로 일군 승리가 아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변화에 대한 열정이 전염병처럼 퍼지며 마음을 모아준 것이 감사하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원외에서 어떤 구상을 했는지?

▲우리나라는 산업화하는데 20년 걸렸고, 민주화에도 20년 걸렸다. 이제는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목표다. 때문에 (19대 국회에 입성하면)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열정과 지혜의 그룹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 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밑그림을 그렸나?


▲19대 국회에 들어가서 민주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 정치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민주당에서 서울시장을 배출하니 서울시립대 등록금이 반값이 됐다. 또 17대 국회 당시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 되면 ‘재래시장육성특별법’을 제1법안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과반의석 확보 이후 그렇게 했다. 때문에 이번에도 의석이 늘어난 민주당에 의해 어떤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사실상 MB집권 4년 동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도태됐다. MB정부의 지지율 이탈도 여기서 시작됐다고 본다. 따라서 저와 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재벌 일감몰아주기 근절법안과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재벌들이 침입 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드는 등 하나씩 차근차근 변화를 만들어갈 생각이다.

-전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관점에서 볼 때 새누리당 측에서는 이 정도면 빨리 잘 극복했다는 입장인데.

▲표면적인 수치상만 그렇다. 하지만 어떻게 극복했는지 체질개선에 대한 내용적인 면은 문제투성이다. MB정부의 성장?재벌?수출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중산층과 서민층은 IMF 당시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민주개혁세력의 30년 불모지 동대문을에 깃발 꽂은 기획통
“MB정부의 언론정책은 파시즘적…조??동 부메랑 맞을 것”

-이번 총선은 사실상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이런 중요한 선거에서 민주당이 스스로 참패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데.

▲집중이 되면 이길 수 있는 곳에서 보수가 효율적으로 잘 결집한 것이다. (우리가) 그럴 수 있도록 빌미를 준 것도 있고, 박근혜라는 도구가 위력을 발휘한 측면도 있다. 우선 우리 내부에서는 MB심판이라는 프레임을 최대한 작동시키지 못한 점이 아쉽다. 또 국민은 선거 때면 변화와 희생을 요구하는데 많은 변화와 희생이 있었음에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들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본다. 하지만 부산?경남?울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올렸다. 또 수도권에서 2030세대가 투표장에 나왔다는 것에서 가능성을 본다. 영토의 재확장이란 점과 세대의 재결집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잘 안고 가면 대선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한명숙 대표 사퇴 이후 비대위냐 권한대행 체제냐를 놓고 당 내부에서 또다시 잡음이 불거졌었는데.

▲중요한 것은 비대위든 권한대행체제든 국민의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고 한다면 비대위냐 권한대행이냐를 따지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체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구성된 지도부는 빨리 대통령 후보군을 등판시키고 경쟁하게 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려면 전대를 조기에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기 당권은 어떤 인물이 적합하다고 보는가?

▲어떤 인물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부산?경남?울산에서의 영토의 재발견과 세대의 재결집이라는 차원에서 확실하게 그 영토와 세대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지도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안철수 원장 영입을 놓고 많은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자꾸 (안 원장의) 영입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입지를 쪼그라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vs 박영선’ 구도의 재탕을 얘기하는 것이다. 또다시 민주당 리그를 하나마나한 경선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 안 원장 입장에서는 ‘민주당+자신의 확장성’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한다면 민주당에서 영입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안 원장이 끼는 것에 대해 개의치 말고 안 원장은 안 원장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뛰어가며 박근혜 위원장과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

“안철수 영입 10?26 재탕되는 것…신경 쓰지 말고 나가야”
“부산?경남?울산의 영토 확장과 2030세대에서 가능성 봤다”


-눈높이를 지역구에만 국한시키지 않겠다고 발언한 바 있고 ‘전략통’으로 꼽힌다. 다가오는 대선을 어떻게 치를 생각인지.

▲정책선거라고 한다면 계층과 지역을 아우르는 공약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이전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 같은 지역을 아우르는 것이 있어야 한다. 하나씩 풀어야할 숙제다. 그리고 현재 박근혜 위원장은 모든 것이 드러난 후보다. 특별히 네거티브를 가져갈 것은 없지만 박 위원장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것과 독재라는 역사의식에 갇혀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특히 박 위원장에 대한 기대는 아버지처럼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리라는 막연한 환상이 있다. 바로 박 위원장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환상이라는 것을 규정해줘야 한다. 지금까지 그가 얘기했던 것이 일관성이 없고, 현실성이 없었다는 것을 통해 ‘박근혜=무능하다’는 실상을  확실하게 규명할 생각이다.

-기자생활을 오래했다. MB정부의 언론정책은 어떻게 보는지?

▲거의 파시즘적이다. 언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훼손시킨 재앙과도 같은 정권이다. 어떤 형태든 역사가 보복할 것이다. 역사가 보복한다는 것은 심판대에 세워 처단한다는 의미보다 훗날 조중동 자체가 경영적인 면 등에서 스스로 화를 안았다는 것을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기자생활을 오래 하면서 터득한 것인데, 기자는 매일매일 세상을 조금씩 바꾸다시피 한다. 하지만 세상을 크게 바꾸는 것은 정치다. 그런 점에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다수당이 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한 20년의 시간을 잡고 투자를 해야 하는데 어쨌든 소수당이 된 것이 아쉽다. 19대 국회에서는 우리시대가 나아가고자하는 방향과 목표에 대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계속 의제화하고 공론화 해나갈 생각이다.

 


<민병두 당선자 프로필>

▲경기고 졸업
▲성균관대 졸업
▲문화일보 정치부장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열린우리당 17대 총선기획단장
▲제17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선거 전략기획본부장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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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