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특별인터뷰

“국민적 합의 토대로 대북정책 펼친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를 이끄는 수석부의장은 그 활동반경이나 업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소리없이 일하고 때가 되면 조용히 물러나기 때문이다. 한때 제1야당의 총재를 지냈던 거물급 정치인 이기택 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현재 누구보다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가지고 발빠르게 대처하면서도 요란스럽지 않다. 그는 시기적으로 세계정세가 불안해 현재의 난국에 봉착한 것이지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남북문제가 얽힌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남북관계 해결을 위한 이 대통령의 철학이 뚜렷한 만큼 어수선한 시기가 지나면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평통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수석부의장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마지막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통이 국민통합과 남북통일의 주역이 되겠다.”
이기택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평화통일의 헌법적 책무를 바로 하고 각계각층 모든 국민의 통일열망을 대변하면서 국민통합과 통일시대를 여는 주역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역대 민주평통의 어느 수장보다 힘든 시기를 맞은 이 수석부의장은 지금이야말로 민주평통의 역할이 절실한 만큼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수장이 되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이 수석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 12월 5일 청와대에서 450여명의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들과의 간담회가 열린 것으로 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참석 위원들 간에 무슨 이야기들을 나눴나?
▲ 간담회에서는 역시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화두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바로 전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해서 배추를 파는 할머니와 나눈 대화내용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요즘 같이 추운 날 새벽 5시에 나와서 저녁 10시 무렵까지 팔아도 2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는 그 할머니의 말씀을 소개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말을 들으며 참석한 450여명의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들도 하나같이 경제위기를 돌파하는데 힘을 모으자고 결의했다.

- 남북관계 얘기는 없었는가?
▲ 그 얘기가 빠질 리가 있겠는가. 남북관계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가 주류를 이뤘다. 현재는 남북관계가 어렵지만 정부는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북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지 않아야 된다고 했다. 이날 자리를 통해서 재차 확인했지만 이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남북관계에 대해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 최근 민주평통 운영·상임위원 합동회의에서 내년에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맞는 제2의 창설을 선언했는데 구체적 내용은.
▲ 민주평통은 여야와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역별, 직능별로 1만7천여 자문위원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조직이다. 그런데 민주평통이 그동안 나름대로 국내외에서 많은 일들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과 유리되어 왔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대통령도 ‘제2의 창립’이라는 표현까지 하며 민주평통이 제 역할을 해내길 촉구했다. 우리 민주평통은 국민 속에서 새롭게 탄생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고 통일 기반을 확충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한 사람이 6명씩 ‘10만 통일일꾼(통일 준비위원)’을 모집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통합을 이루고 남북통일 운동을 벌이는 ‘무지개 운동’을 벌일 것이다.

- 무지개 운동에 대해선 처음 듣는데.
▲ 무지개운동은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국민통합 운동이다. 특별히 지식인들을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를 모두 망라하는 대북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아 대북정책에 대한 대토론회를 자주 열 것이다. 토론회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은 바로바로 대통령에게 건의도 하고, 일반국민들에게도 내놓을 계획이다.

- 현재 정부는 민생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 지금 우리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때문에 전 국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온 나라의 주체들이 사력을 다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정부대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서민을 우선하고, 일자리를 우선하고, 중소기업을 우선한다는 원칙 아래 경기를 활성화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 위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여러 노조들이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기업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각종 사회단체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경제위기를 탈출하려는 전 국민적인 단합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명박 남북관계 철학 뚜렷 “정치적 이해관계 얽매이지 않을 것”
진보·보수 대북전문가 대토론회 개최 “대통령에 건의하겠다” 강조
경제위기는 오히려 기회…“개혁 앞장서 선진일류국가 만든다”
민간외교 활동 주력, “통일코리아 준비하고 기반 닦는 데 노력”

- 이 대통령과 기회 있을 때마다 자주 만나는 것으로 아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인상적인 말은.

 ▲ 얼마 전 이 대통령은 ‘지금은 세계사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운명적인 시기다. 그러나 지금 이 위기가 우리에게는 거꾸로 큰 기회다. 그러니까 이런 어려운 시기에 좀 더 창조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기억한다. 그런 말과 더불어 대통령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이렇게 어려울 때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 ‘나라가 어려움에 빠지면 선비는 목숨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 민주평통은 의장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위기를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고 개혁에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선진일류국가로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 북측이 어떤 조치를 취해야 남북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남북관계는 지금 과도기적인 냉각기에 들어가 있다.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은 북한의 태도변화 때문이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의심하고 굴복시키겠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북한에게 전혀 이로울 게 없다. 사실 과거 남북관계를 보더라도 북한은 정권 초기에 상황을 저울질하곤 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일관된 대북정책을 보여주고 그것을 북한이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색국면 자체를 자꾸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를 조급하게 몰아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남북관계를 경색시키지 않겠다며 정부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는데 돌아온 보답이 무엇인가. 핵무기 개발 아닌가. 북한의 저울질에 쉽게 흔들리면 남북관계의 균형을 잃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을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원칙은 철저하게 가지고 있지만 접근방식은 현실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해 나갈 것이다. 정면충돌과 파국은 피하고 비난비방도 삼갈 것이다. 우리 정부는 출범 이래 일관되게 북한과의 당국간 대화로 문제를 풀자며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북한은 이 대화 제의에 응하기만 하면 된다.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 북한의 대화 의지가 지금 시기에서는 중요하다.

-  얼마전에 미주지역 민주평통 초청으로 한반도평화통일강연회를 한 걸로 아는데.
 ▲ 미주동포사회는 우리 민족이 외세의 침략으로 나라를 잃었던 시절에 독립운동의 심장부였다. 이런 훌륭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미주동포사회가 이제는 민족의 통일과 번영하는 통일조국을 만들기 위해 다시 나서고 있다. 21세기의 인류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힘입어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고 있다. 우리 민족도 20세기 후반의 냉전체제에서 벗어나 남북이 화해와 협력 그리고 교류의 폭을 넓혀 마침내 남북이 ‘상생’하고 공동 번영하는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다. 민주평통이 맡고 있는 역할은 바로 이러한 시대를 개척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역시 오늘날 재편되고 있는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마침내 이루어질 평화와 번영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뿌리를 내리는 순간까지 동포사회 지도자들이 나서 달라는 얘기와 남북이 자유와 평화 속에서 하나가 되는 행진에 앞장서 달라고 강조했다.


 - 민주평통 산하에 10여 개의 각종 분과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은. 
 ▲ 1만7천여명으로 이루어진 민주평통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가 의장인 대통령에게 통일정책에 관한 정책건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건의를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직이 평통의 10개 분과위원회다. 1만7천여명의 자문위원들이 변화무쌍하게 진행되는 남북관계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럴 때 전문가들로 분명한 영역을 가지고 있는 분과위원회가 가동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분과위원회도 순발력이 조금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이를 조금 더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개편 작업을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내년도 출범하는 14기 자문위원들과 함께 새롭게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 김정일 정권 이후 통일문제가 본격 대두될 가능성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평통이 주축이 되어 4대 강국 등의 협의 등을 통해 다각적인 통일문제 대책을 세울 의향은.
▲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북한의 급변사태가 예상되는 시기다. 통일이 눈앞에 바짝 다가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 통일코리아를 준비하고 기반을 닦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시대적 사명이다. 하지만 민주평통이 주축이 되어 주변 4대 강국과 협의를 하는 것은 조금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나라 간의 협의는 외교부가 맡게 되어있다. 다만 민주평통은 중국을 제외한 주변 4대 강국에 거미줄 같은 해외지부를 가지고 있는 만큼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민간외교활동을 벌일 수가 있다. 지금은 국가 간의 문제가 공식적인 외교관계보다도 민간외교로 풀리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다원화되었다. 민주평통은 내년도에 해외자문위원수를 더 늘리고 해외지역협의회를 100개 국가로 늘리게 되어있다. 때문에 평화통일을 위한 민주평통의 민간외교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사진 송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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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