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온 ‘똥아저씨’ 변양균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09: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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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사건은 생애 유일한 시련”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때 ‘신정아의 남자’이자 일명 ‘똥아저씨’로 알려진 변양균 전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신정아 사건이 불거지면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2009년 1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집필 활동에 몰두해왔던 그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재조명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이라는 책을 발간한 것이다. 변 전 실장이 책을 내고 ‘변양균.com’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활동을 재개하자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참여정부 경험 토대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 출간
부인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회’하는 뜻 담아 
“노무현, 진보도 보수도 아닌 합리적 실용주의였다”

변양균 전 실장은 ‘신정아 사건’과 관련해 “내 생애 유일한 시련이었으며 가장 큰 고비였다”고 밝히며 그간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그가 이번에 저술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은 2003부터 2007년까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했던 현장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관과 복지관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가 직접적으로 소회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부인을 포함한 가족과 노 전 대통령에게 ‘참회’하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참회’의 뜻 담아

변 전 실장은 집필 후기에 해당하는 ‘글을 마치며’를 통해 신정아 사건이 “나의 불찰이고 뼈아픈 잘못이었지만, 그 결과가 그리 참혹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큰 불찰이고 잘못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아내와 가족에겐 말할 것도 없다”면서 “그런데 대통령과 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에 그토록 큰 치명타가 될 줄은 몰랐다”고 저술했다.

 신정아 사건이 “정치적 사건으로 그처럼 악용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는 것이다.

변 전 실장은 신씨를 “신정아씨”라고 지칭하며 “법원에서 신정아씨와 관련된 문제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으며 이는 “누명과 억측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정아 사건이 ‘개인적 일’이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그로 인해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누를 끼쳤고 참회조차 못한 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변 전 실장은 “사건이 나고 나서 꽤 오랜 기간, 사람을 만나는 일조차 두려웠다”면서 “아내가 아니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재기의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서문에 해당하는 ‘글을 시작하며’에서는 “사건이 난 후에도 마지막까지 따뜻이 품어 주셨던 추억”이 있다면서 사표를 내러 갔던 때 노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그는 “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그런 인간적인 배려조차도 나와 함께 엮어서 고약한 ‘소설’을 썼다”고 당시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을 비판했고, 이어 “노 대통령이야말로 국가지도자로서 보기 드물게 경제 정책에 대한 수준과 철학과 지향이 원대하고 분명한 분이었다”면서 “나는 그런 사실을 낱낱이 증언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변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대한민국이 가야 할 복지 비전과 재정 개혁의 틀을 가장 체계적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비전 2030’을 중심으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변 전 실장은 ▲복지는 성장을 위한 투자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에서의 경쟁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는 한반도 평화 등 노 전 대통령이 품었던 경제원칙을 ‘노무현 경제 10원칙’으로 꼽고 노 전 대통령이 경제 예측에도 정확한 식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2007년 6월 미국 5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손실 발표가 나오자 노 전 대통령은 즉각 사태 파악을 지시했고, 무엇보다 서민 생활과 관련된 대책 마련을 시급히 요구했다고 변 전 실장은 회고했다. 참여정부가 이루지 못한 과제에 대해서도 ‘자기반성’을 함은 물론, 이를 토대로 한 정책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세금 문제에 대한 과감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던 점, 전국 읍면동 사무소를 ‘복지사무소’로 바꾸려 했으나 행정안전부 등의 반대로 성공하지 못한 점 등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변 전 실장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진보도 보수도 아니었다”면서 “마음속으로 늘 진보를 꿈꿨을지 모르지만, 정책 결정의 책임자로서 그가 가졌던 유일한 기준은 합리적 실용주의였다”고 평가했다.

변 전 실장은 “성장과 분배는 상충관계가 아니다”라면서 “오히려 복지가 성장에 기여한다. 곧 성장과 복지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고 강조하며 한국의 경제정책 모델로 유럽식 복지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으로 복지 지출 규모 확대, 사회적 자본 축적 등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재인의 응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책 앞머리에 실린 추천사 형식의 글을 통해 “신정아 사건으로 졸지에 가려져 버린 그의 경력과 재능과 진정성이 아깝다”고 평가하고 “그의 증언이 책임 있고, 실증적이며, 사실 관계를 가장 정확히 짚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그를 응원했다.

한편 변 전 실장은 책 출간을 계기로 시민이 국가 경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참여하도록 하는 창구로 운영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16일 블로그 ‘변양균.com’을 개설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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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