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수명’ 의원 임기에도 못 미치는 내막

선거철만 되면 창당 러시 “메뚜기도 한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최근 기성정치권과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안철수 신드롬’에 열광하고 있다. 이는 시민후보로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업적을 이뤘고 그 열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정당정치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역설하는가 하면 신당을 준비하는 세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난립하다 시피 하는 신당 창당과 기존 정당들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살펴봤다.

1987년 뒤 원내정당 40곳 평균 수명 44개월 불과
1987년 이후 등록된 중앙당 총 113개, 선거 때마다 신당

19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했던 한국 원내정당들의 평균 존속기간이 국회의원 임기(4년)에도 못 미치는 44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10년을 넘긴 장수정당도 있지만 10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해체된 이른바 ‘하루살이형 정당’도 난무했다. 별다른 지지기반 없이 원내 진입이라는 목적과 자신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너도나도 창당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 신고를 한 것만 무려 8개에 이른다.

‘하루살이형 정당’ 난무

지난 15일 선관위에 따르면 1987년 민주화 당시부터 현재까지 선관위에 중앙당 등록이 됐던 정당은 총 113개다.
 
이들 중 선거 때 잠시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정당들을 제외하고 국회의원을 보유했던 원내정당은 40개이며, 이들의 평균 존속기간은 44.1개월이었다. 나머지 73개 정당은 원내 진입도 하지 못하고 사라진 것이다.

원내 진입에 성공한 40개 정당 중 당의 존속 기간이 국회의원 임기를 넘긴 정당은 13개(32.5%)에 불과했다. 원내정당 10개 중 7개 정당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임기 중 소속 정당이 바뀌었다는 의미한다.
 
잦은 이합집산 속에 존속기간이 1년도 못 되는 정당도 6개(15.0%)나 됐다. 대통령 선거를 겨냥, 대선주자 중심으로 잠시 만들어졌다 사라진 정당들이 대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 여권이 최악의 위기에 빠졌을 때 분당과 통합, 재통합이 이어지면서 단명 정당들이 속출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1개월), 중도통합민주당(8개월), 대통합민주신당(6개월) 등 10개월도 못 넘긴 정당이 속출했다. 이것이 정당의 평균 존속기간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존속기간 10년을 넘긴 정당은 현재까지 3개에 불과했다. 1995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존속했던 자유민주연합(129개월)과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한나라당(168개월째)과 민주노동당(138개월째)이 그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의 ‘헤쳐모여식’ 창당설과 위기론에 맞물려 당의 혁신적인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10년을 넘는 정당은 민주노동당 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정당들은 시민들의 삶에 기초하지 않은 채 정치인들의 자의적인 아젠다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활동했었다”며 “자연스럽게 시민들의 현실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위기에 빠지고, 그러다 보니 다시 정계개편이 뒤따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단-중도개혁통합신당(1개월), 최장-한나라당(168개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력다툼만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당들의 수명이 짧다면 의원들의 정치관과 사상, 가치관이 혼돈이 올수 있고 소속 당에 대한 충성심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다.

이것이 최근 국민들의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너무 많은 정당이 생기고 없어지는 모습에 염증을 느끼고 그나마 친근하고 인지도 높은 정당을 지지했는데 회의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시민사회 세력이 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는 “책임 있는 정치, 정책이 성과로 반드시 이어지는 정치가 되려면 정당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정당정치는 민주주의 실현에 중요한 뿌리”임을 강조하며 여전히 정당정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였다.

미국의 경우 2개의 주요 정당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약 200년 160년으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이 두 당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지지를 얻어 광범위한 정치적 견해를 수렴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와 정체성을 기반으로 연방과 주정부를 장악하고 있다.
 
제3당으로는 혁신당, 독립당 등이 있지만 이들 또한 최소 수십 년 이상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놀라운 존속기간이 아닐 수 없다.

놀라운 미국 정당역사

많은 정당이 있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 박힌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한 네티즌은 “당만 여러 개 생기면 뭐하나, 구성원들이 바뀌지 않고 이름만 바뀌는 ‘빛 좋은 개살구’인데”라고 힐난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같은 당 소속끼리도 헐뜯고 계파싸움만 하는데 그게 무슨 하나의 정당이냐”고 비난했다.

선거 때만 다가오면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는 정당을 규제하기 위해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정치인들도 신당 창당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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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