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KT&G 내부 괴문서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44:22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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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카르텔’이 꽉 잡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KT&G의 ‘내부 사장 승진 원칙은 철옹성 같다. 역대 모든 정부의 외풍을 견딜 만큼 견고했다. 하지만 철옹성 같은 원칙에 이면이 있었다. 이 때문에 조직이 휘청거리는 갈등에 치달았다. <일요시사>가 내부 관계자로부터 입수한 ‘KT&G 경영실태 보고서’는 전임 사장들로부터 이어지는 특정 인맥이 경영진을 장악해 패거리식 기업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모델 KT&G. 민영화 이후 20여년간 내부 인사가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역대 모든 정권서 KT&G에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명박정부 때 임명된 민영진 전 KT&G 사장은 KT&G가 민영화되기 전인 전매청 시절부터 근무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전 KT&G 사장의 최측근이었기 때문에 ‘친이(친 이명박)’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래도 내부 출신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박근혜정부는 KT&G 사장 자리에 노골적으로 눈독을 들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 과정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KT&G 사장 후보자를 인사 검증한 문건이 발견됐다. 2015년 대대적인 검찰 수사로 민 전 사장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민 전 사장은 측근인 백복인 당시 전무를 후임으로 정하면서 사실상 KT&G 사장 자리를 물려줬다. 박근혜정부의 낙하산 투입은 실패했다. 


문재인정부도 KT&G 사장 인사에 관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KT&G의 2대주주인 기업은행을 통해 백 사장의 연임에 공식적으로 반대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그런데도 백 사장은 정부의 외풍을 뚫고 연임에 성공했다.  

KT&G는 ‘사장은 내부 출신’이라는 철옹성 같은 원칙 덕분에 민영화 기업인 포스코, KT에 비해 정치권 입김에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 원칙에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이 속사정 때문에 KT&G가 흔들리고 있다. 

KT&G 내부가 전임 사장들로부터 이어지는 ‘TK 카르텔’로 오랜 반목이 이어지고 있다는 문건을 <일요시사>가 입수했다. ‘KT&G 경영실태와 올바른 방향’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보면 ‘10여년 걸친 TK 고향의 TK대학 출신자 중심 핵심경영층 독점’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문건은 KT&G 고위 관계자들이 내부 자료를 취합해 만든 문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KT&G 내부 관계자들이 기획실 등 주요 부서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회사 내부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리한 자료”라고 귀띔했다. 

문건에 따르면 경영진 행태에 대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행태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김·민 전 사장과 백 사장에 이어지는 특정 인맥이 경영층 독점 및 지배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철옹성 같은 내부 승진 원칙    
‘경영실태 보고서’ 보니 ‘헉’

지난 7월1일자로 민 전 사장이 KT&G복지재단 이사장에 올랐다. 


KT&G 내부 관계자는 “백 사장 승인 없이 민 전 사장이 KT&G에 복귀하는 건 불가능하다. 민 전 사장은 비리로 검찰 수사 때 사임한 전 사장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건 악수”라고 말했다. 이어 “백 사장은 민 전 사장의 최측근이다. 이들은 KT&G ‘TK 카르텔’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문건은 또 KT&G복지재단 이사 중 일부가 민 전 사장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이모씨는 민 전 이사장이 추천, 탤런트 이모씨는 고모 전 KT&G 사외이사의 추천으로 선임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에 따르면 고 전 이사는 민 전 사장과 두터운 친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백 사장의 추천으로 고 전 이사는 2016년 2월 KT&G 사외이사에 올랐다.  

KT&G의 주요 지배 세력은 TK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 문건에 따르면 출신 지역(대구·경북), 출신대학(영남대, 경북대, 계명대, 대구대)이 모두 TK 지역인 특수한 형태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견고함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역량 있고, 의식 있는 임직원의 성장 기회가 박탈됐다. 인사적 소외와 퇴출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문건은 전했다.

백 사장이 회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임과 임기유지에만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 사장은 연임을 위해 정부와의 협의 내용도 폭로하겠다고 이사회를 협박했다고 한다.

지난 5월16일 MBC가 보도한 ‘기획재정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정황 문건 입수’ 보도가 KT&G의 기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보도는 기재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백 사장 연임에 반대했다는 내용으로 당시 파문이 일었다.

문건에 따르면 백 사장이 지난 1월 해당 기재부 문건을 입수했다. 청와대 민수석실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이후 지난 1월26일 이사회서 관련 내용을 설파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년간 KT&G 사장
특정 인맥이 장악?

문건에는 또 현재 백 사장이 금융감독원의 정밀감리 대응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써있다. 지난 3월부터 금감원은 KT&G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에 대해 정밀감리에 착수했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인 트리삭티를 인수했다. 

이후 이중장부로 인한 분식회계, 자산 과다계상, 에스크로 자금 지급, 베트남 수출선 무상 양도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사장은 당시 전략기획본부 본부장으로서 해외 신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전 임직원들은 지난 1월 백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문건에 따르면 백 사장은 금감원 감리가 시작되자, 김앤장을 로펌으로 선정했다. 금감원의 요구 자료 제출을 최대한 늦추는 방법 등으로 현재까지 대응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문건에는 KT&G 현 경영진에 대한 평가도 있다. 신뢰가 낮고, 미래에 대한 비전 상실로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돼있다고 전했다.


올해 2월 회사는 임직원 30∼50명에 대해 휴대폰 압수조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인권침해소지가 다분했지만, 임직원들은 생존을 위해 어떠한 저항도 못했다고 문건은 전했다. 지난 7월에는 KT&G가 대대적으로 임직원 컴퓨터를 교체했다. 문건에는 ‘노후 PC교체 명분이었지만 규모·前例(전례)·시기로 볼 때 향후 검찰 수사 대비 일환’이라고 기재돼있다. 

특정 인사들 쥐락펴락…
임직원 성장 기회 박탈?

최근 KT&G 관련 내부고발성 글에 등장한 A사외이사와 관련된 내용도 해당 문건에 자세히 나와 있다. A이사는 도를 넘는 경영·인사 개입으로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지난 16일 오후 5시경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왜 우리 KT&G는 A사외이사의 놀이터가 돼야 하나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A이사는 충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국내서 손꼽히는 회계 전문가다. KT&G 이사회 8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A 이사의 지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 구성을 보면 회계 전문 3명, 정관계 2명, 기타 1명으로 채워졌다. 회계 전문 이사들은 모두 A이사와 관련된 것으로 전해진다.

KT&G가 재선임한 이모 이사는 한국세무학회 이사장이다. A이사와 함께 KT&G 사외이사였던 이모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의 사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규 선임된 이모씨는 외국계 의류기업의 재무, 운영 담당 전무로 근무 중이다. 

A이사의 대학 동문의 부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건에 따르면 A이사가 이씨를 KT&G 사외이사로 추천했다고 평했다. 


사내 인사개입, 과도한 경영개입 등 전횡을 일으키고 있다고 문건은 전했다. 

KT&G 내부 관계자는 “A이사가 이처럼 KT&G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이유는 백 사장의 약점을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이사는 앞서 KT&G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인수 의혹을 조사했던 당사자다. 

앞서 관계자는 “A이사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백 사장의 비리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직원들 휴대폰 압수 조사 왜?
경영·인사 개입 사외이사도

문건에는 전임 사외이사의 실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KT&G복지재단에 탤런트 출신 이사를 추천한 고 이사는 2016년 3월 BH(청와대)내정 주장으로 KT&G 사외이사에 입성했다. 또 BH 추천 사칭 등 문제로 그해 8월경 비밀리 사임각서 제출 후 식물이사로 전락했다고 한다. 그 다음해 3월 주총서 사임했다.

단국대 교수인 손모 전 KT&G 사외이사는 2015년 2월 선임됐다. 2016년 7∼8월 조교 성추행혐의, KT&G 중국 개발 사업 강요와 이권개입 등 문제로 그해 12월 사임했다. 대전국세청장이었던 박모 KT&G 사외이사는 2014년 3월 선임됐다. 세무조사 무마 등 개인 비리 의혹으로 사임했다. 

비리 혐의 사임
전 사장의 컴백

KT&G 측은 이 문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회사 차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G 입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 많다”

KT&G 측은 ‘KT&G 경영실태와 올바른 방향’문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문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당사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답했다. 다음은 회사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해당 문건에 대해 사측은 알고 있었나?
▲당사는 관련 문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다만, 추측건대 아마도 당사의 성장과 발전을 바라는 의도라고 여겨진다. 

-문건에서는 10여년 간 KT&G 경영진이 TK 출신 중심이 독점했다고 한다. 
▲사실과 다르다. 우선 역대 KT&G 사장의 출신은 특정 지역과 학교에 한정돼있지 않다.(백복인 사장: 경북/영남대, 민영진 전 사장: 경북/건국대, 곽영균 전 사장: 인천/서울대, 곽주영 전 사장: 전남/부산대) 당사의 사장은 사외이사들로 독립적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엄정한 심사에 거쳐 추천되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의결을 통해서 선임된다. 60여명인 임원들의 출신 또한 특정 지역과 학교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하게 분포돼있다.

-특정 인맥이 인사를 독점해서 임직원이 기회를 박탈당하고 소외됐다고 문건은 전했다. 
▲사실과 다르다. 조직 내의 경쟁구도 속에서 탈락하게 되면 일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는 비단 당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사임한 민영진 전 KT&G 사장의 KT&G복지재단 이사장 복귀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있다.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 KT&G복지재단은 동 재단의 이사회에서 당사의 사회공헌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할 적임자로 민영진 전 사장을 추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불거졌던 A사외이사 문제에 대해서 회사 차원 입장은?
▲최근 국민청원의 A이사 관련 내용은 당사 직원이라고 밝힌 청원자의 개인적인 의견 내지 주장이다. 이러한 의견은 존중하지만, 내용 중에는 당사가 알지 못하는 개인적인 부분, 소문 내지 추정 등이 포함돼있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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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