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상권 확보한 수익형 상가는?

아파트로 몰렸던 뭉칫돈이 알짜 수익형 상가로 향하고 있다. 초강력 규제가 이어지는 데다 금융권에 돈을 묻어두면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중에 밀려나온 유동자금들이 안정적이고 고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으로 몰리고 있다.

상가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배후세대를 기반으로 독점 상권을 확보한 상가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크게 대표적인 4가지를 꼽으라면 ▲몰링형 상권 ▲항아리형 상권 ▲대단지 아파트·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단지 내 상권 ▲역세권 등 중심상업지 상권 등이 있다. 실제 탄탄한 배후세대를 확보한 독점상권에서 공급된 상가들이 주목을 받았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에 위치한 ‘그랑시티자이’단지 내 상가인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지난 6월 말 진행된 라이프 에비뉴와 포트 에비뉴 입찰에서 총 117실 모집에 최고 낙찰가율 196%, 최고 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실이 하루 만에 모두 주인을 찾았다. 앞서 분양한 그랑시티자이 1차와 2차 아파트가 각각 9.27대1, 7.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단기간 완판된 데다 7653가구 대단지로 고정수요를 확보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시중에 밀려나온 유동자금
고정수익 보장받는 곳으로

지난 7월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부천시 중동 일대에서 공급한 ‘힐스테이트 중동’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는 약 19대1의 경쟁률로 전 유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어 분양한 단지내 상업시설 ‘힐스 에비뉴’는 최고 216대 1, 평균 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분양 사흘 만에 마무리됐다. 

몰링형 상권


상가 시장에 몰링형 상권이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몰링형 상권은 한 곳에서 쇼핑은 기본으로 외식, 오락, 문화 등 여가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대규모 복합 상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복합몰이나 스트리트형 상가 형태를 띠어 키테넌트 유치에 유리해 상주인구와 유동인구를 흡수하기 좋다. 개방감, 접근성 및 가시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포 풍무역 웰라움 퍼펙트시티= 동서건설이 공급하는 ‘김포 풍무역 웰라움 퍼펙트 시티’상가는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202-1번지 일대에 들어선다. 총 567실로 지역 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텔 단지내 상가다. 상업시설은 지상 1~5층에 공급된다. 사거리 코너입지로 가시성과 접근성이 우수하다. 

5층에 8개관 1000석 규모의 초대형 CGV 멀티플렉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713대 자주식 주차장이 마련돼 고객 유치에 수월하다. 3만여 세대의 확실한 배후수요를 확보했다. 인근으로 이마트 트레이더스,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가 위치하고 있어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김포시청, 김포경찰서 등의 행정 인프라와 풍무중앙공원, 김포근린공원 등 쾌적한 자연환경도 누릴 수 있다. 

항아리 상권

작지만 강한 상권으로 불리는 항아리 상권은 상권 내 배후세대로 소비가 가능한 상권이다. 단골이나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만들기가 수월하다. 수도권의 경우 주로 구도심 내 주거밀집지역 골목상권 등에서 신도시 내에서는 아파트 밀집지역 등에서 형성되고 있다. 상가 근처에 학교, 아파트, 공원 등이 있을 경우 병의원·학원·프랜차이즈 등 업종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다.

▲안성 엘리시아= 경기 안성시 석정동 29-2외 6필지에 소형 아파트, 상가인 ‘안성 엘리시아’가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4층, 1개동 규모로 192세대 소형 아파트(도시형 생활주택)과 상가 14호로 공급된다. 지하 1~3층은 주차장, 지상 1~2층은 상업시설, 3층은 지상 주차장, 4~14층은 소형 아파트로 구성된다.

먼저 도시형 생활주택인 소형 아파트는 4가지 타입(A·B· C·D)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19.97~22.42㎡이며, 확장시 실사용 면적은 25.52~32.02㎡로 활용이 가능하다. 총 주차대수는 103대다.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9000만원대부터, 상가는 3.3㎡당 900만~2600만원대(부가세 별도)로 책정됐다.


임대수요가 풍부한 안성시내의 중앙대로변에 위치해 한경대 및 안성시장 아양택지개발지구의 중심상권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성 제1산업단지 등 총 19개 산업단지와 근접해 280여개사 1만3000여명의 근로자를 고정 배후수요로 하고 있다. 도보 3분 거리에 학생수 9000여명의 국립대인 한경대와 중앙대 안성캠퍼스 등 학생들이 있다. 6500여세대로 조성되는 아양택지지구와 근접하다.

대단지 상권

대단지 아파트나 대규모 오피스텔의 경우 고정적인 배후 거주 가구라는 최소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특성상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등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투자금액도 일반적인 근린상가보다 적으며, 임차인 확보가 용이하다. 

쾌적하고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기업체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지식산업센터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또 서울 도심이나 강남 등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 상승에 부담을 느낀 중소·벤처기업들이 최첨단 지식산업센터로의 이전률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배후세대로 하는 지원상가들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업종에 따라 독점성 확보가 가능하고, 소비성이 강한 젊은 직장인을 배후 수요층을 상권을 독점화할 수 있으며 점포 수가 적어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19번지 일대 근린형 단지내 상가인 ‘녹번역 래미안 베라힐즈’유치원 및 근생시설이 분양 중이다. 녹번동 재개발 3500여세대를 배후로 확보하고 있다.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은 지하 1층~지상 1층, 교육연구시설(유치원)은 지상 2~4층에 입점한다.

12월 준공을 앞둔 단지내 상가의 지하 1층은 대형마트로 입점이 확정됐다. 분양가는 25억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2억원에 월 1200만원으로 대출이 없을시 수익률은 6.3%선이다. 지상 1층 1호는 디저트 카페 등 입점 예정이다. 분양가 10억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1억원에 월 525만원으로 대출이 없을 시 수익률은 7%선이다. 

지상 1층 4호는 치킨전문점 등 입점 예정이다. 분양가는 3억7000만원, 임대조건은 보증금 3000만원에 월 200만원으로 대출이 없을 시 수익률은 7%선이다. 지상 2~4층은 유치원(9개반 200명) 인가 예정이다. 분양가는 25억원. 이 유치원의 경우 분양받아 직접 운영하는 조건이다.

중심상업지 상권

역세권, 행정타운, 백화점 등이 몰려있는 중심상업지 상권은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지역내 독점상권 형성이 용이해 투자자나 임차인에게 관심대상 1순위로 꼽힌다. 역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소비가 이뤄져 역세권을 이용하는 유동인구와 배후세대를 모두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업종 제한 없이 고층으로 건축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늬만 독점상권인 상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신문광고나 홍보물 등에는 독점상권 내 유일한 상가, 대단지 배후 단독 상권 상가라도 홍보하지만 정작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므로 투자 전에는 직접 주변을 둘러보며 다양한 의견을 접하는 지혜도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분양업체의 운영계획이나 활성화 방안도 있는지 따져보고 본인이 관심 있는 점포가 이용 고객의 동선상에 위치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독점상권은 외부 인구에 의존하기보다는 배후세대에 의존하는 상권인 만큼 배후세대의 입주율이나 주거 선호도를 잘 따져봐야 한다”며 “같은 상권에 있는 상가라도 입지에 따라 향후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인근에 집객 효과가 있는 동선에 있는지 따져본 후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수원 인계동 엘리시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019 -6번지 일대에 ‘수원 인계동 엘리시아’ 오피스텔 7실(회사보유분)과 상가 1호(선임대)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오피스텔 7실은 모두 5층으로 4층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도 계단을 통해 이동이 용이하다. 이중 4실은 서비스공간인 테라스가 제공돼 공간활용도가 높다. 분양가는 부가세를 제외한 1억3800만~1억4900만원으로 기존 분양가 대비 1000만원 가량이 저렴하다. 오피스텔의 경우 현재 보증금 500만원에 60만~70만원선에서 임대가 확정돼 있다. 상가는 104호를 공급중인데, 현재 중국요리전문점으로 선임대가 확정됐다. 


탄탄한 배후세대 확보
높은 경쟁률 속속 마감

인계 엘리시아가 위치한 수원의 대표적인 중심상권인 인계동은 갤러리아 백화점, 홈플러스, 수원시청, 주상복합, 88공원, 경기도문화의 전당 등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갖췄다. 지하 1층~지상 13층으로, 지상 1층에는 상업시설 5실로 구성돼 원스톱 쇼핑시설을 누릴 수 있다. 지상 5층은 오피스텔 13호실, 6~13층은 도시형 생활주택 104호실로 조성된다. 

오피스텔 맞은편으로 수원 KBS 드라마센터가 위치하고 백성병원 바로 뒤편으로 최중심상권의 뒤 블럭에 위치해 있다. 상업시설에는 24시간 편의점, 세탁소, 분식, 패션잡화 등 다양한 업종이 추천된다. 삼성전자의 본사이전으로 수원삼성전자, 삼성디지털시티 등 대기업 및 중소기업, 하청업체 등 기업체의 임대수요를 확보하고 아주대, 경기대학교 등 대학생 및 관련수요의 주거수요도 풍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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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