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지는’ 외교관 성추문 백태

국가 대표로 국가 망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외무공무원의 성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교부장관이 나서 무관용 원칙을 말해도, 처벌 수위를 높혀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터져 나온다. 해외서 국가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할 외교관들이 성 관련 사건에 휘말리면서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 1월 미투 운동으로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미투 운동의 시초로 알려진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법조계서도 성범죄 사건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화·예술계, 방송계, 종교계도 미투 운동서 자유롭지 못했다. 최근에는 교사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외교부도
성비위 발칵

국내 미투 운동은 ‘설마 검사가 피해자일까?’ ‘설마 선생님이 학생들을?’이라는 의심을 걷어내는 데 일조했다. 누구나 가해자일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것이다. 미투 운동으로 민낯이 드러난 각계각층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한 엄중한 처벌 혹은 징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앞다퉈 내놨다.

문제는 이 같은 사후대책에도 불구하고 성 비위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는 데 있다. 외무공무원들의 연이은 성 비위 사건이 대표적이다. 

앞서 한 외교관의 성 비위 사건으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장관이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지만 근절은 요원한 상태다. 더군다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이 외국서 국가 이미지에 신경 써야 할 외무공무원인 점이 더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외교부 산하 해외공관서 외무공무원 2명이 성 비위 문제를 일으켜 귀국 조치된 사실이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지난 3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들은 부하직원을 성추행, 성희롱한 혐의로 적발됐다.

해외 공관서 여직원 성추행
무관용 원칙에도 계속 표출

박 의원실에 따르면 파키스탄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 중인 고위 외교관 A씨는 여성 행정직원 B씨를 상대로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와인을 마신 뒤 피해자를 끌어안고 무릎에 앉히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B씨에게 자신의 집에 과일이 많으니 나눠주겠다고 부른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 대사관 동료에게 얘기했고, 사건담당 영사가 피해자와 면담 후 외교 본부에 보고했다. 

당시 A씨의 부인은 한국으로 가서 집에 없던 상황이다.

같은 달 인도 대사관서도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인도 대사관에 파견 나간 4급 공무원이 동료직원에게 “자신이 머무는 호텔서 술을 마시자” “방 열쇠를 줄 테니 오라” 등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료 직원이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해당 공무원의 언행은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소환 조치된 이들은 대기발령 상태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재발 방지
다짐했지만…

지난해 7월에는 주 에티오피아 대사관서 근무하는 간부급 외교관 C씨가 여성 행정직원 D씨를 성폭행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외교부서 조사에 돌입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C씨는 사건 당일 D씨와 와인 3병을 곁들여 저녁을 먹은 뒤, 만취해 의식을 잃은 D씨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이튿날 새벽 깨어난 D씨는 상담기관의 조언에 따라 병원 진단서를 받은 뒤 모친을 통해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C씨와 D씨는 사건 이후 귀국해 외교부 감사관실 등에서 조사를 받았다. 

C씨와 D씨는 조사에서 진술이 엇갈렸지만 외교부는 조사를 거쳐 C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징계위원회서 파면을 결정했다.

당시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서 해당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해외근무 외교관에 대한 복무 감찰의 획기적인 강화를 위해 감사관실 내 감찰담당관실 신설 등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외교부 혁신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조직·인사의 강도 높은 혁신을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강 장관 역시 “신정부 출범을 계기로 외교부가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서 이렇게 심각한 재외공관의 복무기강 문제가 발생하게 돼 정말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미 전 재외공관장에 대해 엄중한 복무 기강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성 비위’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 그리고 관련 규정 법령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외교부서 해당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서 또 다른 성추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피해자가 조사를 받는 과정서 김○○ 전 에티오피아 주재 대사도 성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 

김 전 대사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외교부가 에티오피아 현지에 특별감사단을 파견해 조사하던 중 그의 추가 혐의를 잡아냈다. 결국 외교부는 지난해 8월, 김 전 대사를 성범죄 혐의로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김 전 대사는 에티오피아 대사로 재직한 2015년 3월 대사 직위를 이용해 여성 1명과 성관계를 맺고 2014년 11월과 지난해 5월 각기 다른 여성 2명을 각각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C씨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D씨는 조사 과정서 ‘김 전 대사에게도 기분 좋지 않을 정도의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외교부에 알렸다. 
 

이후 교민사회서도 김 전 대사가 현지에 파견된 외교부 산하 단체 직원들과 술을 마시는 모습이 부적절했다는 등의 제보가 잇따랐다.

김 전 대사는 지난달 12일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김 전 대사에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사는 대한민국 위상을 드높일 책임이 있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추행하고 간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사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비교적 대담하게 성폭력 행위에 이르렀다”며 “간음에까지 나아간 점을 보면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실형 선고
법정 구속

앞서 2016년에는 칠레 주재 공관서 일하는 외교관이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실이 현지 방송을 통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2016년 12월18일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은 칠레의 한 방송사가 함정 취재를 통해 포착한 내용으로, 한국의 박○○ 참사관이 미성년자에게 성적인 표현을 하며 목을 끌어안고 입맞춤하려는 모습은 물론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미성년자의 손목을 잡고 강제로 집안에 끌어들이는 장면 등이 실렸다.

심지어 해당 방송 관계자가 함정 취재를 통해 성추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찍었다는 사실을 알리자 박 전 참사관이 ‘제발 부탁한다’며 사정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이 영상은 첫 피해 여학생의 제보를 받은 현지 방송사가 다른 미성년 여학생에게 의뢰해 박 전 참사관에게 접근시켜 함정 취재를 벌이는 과정서 포착됐다.

박 전 참사관은 현지 미성년자 여학생에게 휴대전화로 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문제의 외교관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나라 망신’이라는 비판부터 칠레 교민 사회에 끼칠 악영향까지 부정적인 반응이 폭발했다.


교민사회에도 부작용
징계 절반이 성 문제

외교부는 즉각 박 전 참사관을 국내로 소환했고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을 의결하는 한편, 검찰에 형사고발 조치했다. 1심서 박 전 참사관은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광주지법 형사11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전 참사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성추행 횟수가 4차례에 이르고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았다는 게 양형 이유였다. 법원은 박 전 참사관의 범행으로 공무원의 품위와 국가 이미지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고 피해 가족들이 용서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2년6개월로 감형했다.

2016년에는 중동 지역에 주재하는 현직 대사가 대사관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대사가 현지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민원이 외교부를 통해 접수됐고, 외교부는 민간 전문가 등에게 의뢰해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대사는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드러났다. 당시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잇단 외교관 성추문에 대해 “낯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송구스럽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태국, 뉴질랜드 등지서도 외교관이 성 문제로 물의를 빚은 사건이 있었다. 2012년 태국 방콕 주재 한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현지서 한국인 여교수를 성추행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뉴질랜드에선 분관장이 해외에 다른 부처 공무원과 몸싸움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서 분관장은 성희롱 의혹도 받았다.

한국 외교관 성추문 사건에 있어 가장 큰 흑역사로 꼽히는 ‘상하이 스캔들’도 있다. 상하이 스캔들은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외교관들이 중국 여성인 덩신밍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사건을 말한다. 

외교관 성추문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상하이 스캔들이 오랫동안 회자되는 이유는 중국 여성과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당시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 핵심 인사들의 연락처를 포함한 정부 자료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다.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영사들은 덩신밍에게 한국 비자를 부정 발급해주고, 한국비자 신청대리권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덩신밍이 스파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주 상하이 영사관에 파견해 조사를 벌였지만 해당 사건을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마무리지었다. 당시 외교부는 상하이 스캔들 사건에 연루된 외교관 전원을 징계했다.

외교관의 성 비위 사건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외교부서 발생한 징계 중 절반은 성범죄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지난 4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직원 징계 현황에 따르면 외교부서 발생한 12건의 징계 중 절반인 6건이 성희롱, 성폭력 등 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지난해 징계자 중에는 커피숍서 16차례나 여성을 몰래 촬영한 공무원이 포함됐다. 외교부 소속 김○○씨는 2015년 4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치마 속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지난해 8월까지 10여회 넘게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재판서 김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3단독 남현 판사는 김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할 것을 명령했다. 이외에도 총영사로 재직하며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고위공무원도 징계를 받았다.

몰카 공무원
벌금형 받아

2016년에도 전체 17건의 징계 중 7건이 성 문제로 인한 징계였다. 이 의원은 “전 에티오피아 대사의 성폭력, 주 칠레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등은 주재국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며 “교육 등을 통한 사전예방에 최선을 다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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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