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갑질공방’ 신화의 더한 갑질 내막

당했다더니 뒤로는 더 하네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갑을관계서 을은 약자로 인식된다. 그런 약자가 또 다른 을에게는 갑이 될 수 있다. 갑질 피해자가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도 많다. 먹이사슬 가장 밑에 위치한 최약자들은 ‘을의 갑질’을 견뎌야 밥벌이가 가능하다. 상사의 횡포서 벗어나려면 직장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최근 이들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본인이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왜 자기가 직원들한테 한 갑질은 생각 못하죠?” “직원을 본인 개인비서 정도로 생각했어요.” “TV에 나와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대표님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어요.”(신화 전 직원들)

전북 전주 소재 육가공업체 신화의 전 직원들은 작심한 듯 이전 상사에 대해 성토했다. 신화를 그만둔 지 7∼8년이 넘은 직원들도 당시 일을 대부분 정확하게 기억했다.

롯데마트 납품
삽겹살 공방중

신화는 롯데마트의 이른바 ‘삼겹살 갑질’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업체다.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돼지고기 등 육가공품을 납품했다. 롯데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 중이다. 2016년 1월 시사 프로그램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신화는 삼겹살 1㎏을 1만4500원에 납품할 때 롯데마트에는 ‘삼겹살데이’ 행사에 맞춰 9100원에 납품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다고 했다. 물류비와 판촉비, 삼겹살 절단 비용 등의 명목을 빼고 나면 1㎏당 6970원에 불과했다는 게 신화의 주장이다. 또 롯데마트가 각종 비용을 신화에 떠넘겼다고 했다.


2016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화는 롯데마트와 거래 과정서 출혈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윤모 신화 대표는 2016년 법원 지시로 외부 회계법인의 정밀감사를 받은 결과 롯데마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109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신화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신화로부터 납품받은 돼지고기 부위별 1㎏당 평균 매입금액은 동종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신화의 ‘물류대행 수수료 떠넘기기’ 주장에 대해서는 계약 체결 시 규정됐고, 롯데마트가 파트너사 대신 각 점포까지 배송을 대행하기 때문에 운송수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삼겹살 갑질’ 피해 주장
직원들에 갑질 의혹 제기

2015년부터 현재까지 3년여간 공방을 벌인 롯데마트와 신화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2015년 11월 신화의 주장을 인정, 롯데마트에 48억1700만원 지급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불복하면서 공정위 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공정위 전원회의서 재조사가 결정됐다. 롯데마트와 신화는 공정위 재조사 결과가 오는 10∼11월경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표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갑질 피해자가 가장 피해자 대접을 못 받는다. 대기업이 워낙 힘이 세고 절대적인 갑이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은 법무팀도 있고 대형로펌을 쓰는데 중소기업은 대표가 무너지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는 투명하게 경영해 잘 입증했지만 아픈 사람들, 무너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갑질당한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힘이 돼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언론, 시민단체, 정당 등에 갑질 피해를 호소해온 윤 대표가 갑질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가 여직원들을 성추행하고, 직원들에게 아픈 그의 어머니 병수발을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해자?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 직원 A씨는 “2010년 5∼6월경에 있던 일”이라고 운을 뗐다. A씨는 그 시기에 윤 대표가 불러 회의실에 갔다가 피곤하다며 다리와 팔을 주물러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대표였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입장도 되지 않아 수치심을 참고 (다리와 팔을)주물러줬다”며 “그런 일이 몇 차례나 더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일을 겪은 건 A씨만이 아니었다. A씨에 따르면 다른 여직원들도 윤 대표에게 불려가 그의 다리와 팔을 주물렀다.

A씨는 2011년 7월경에도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윤 대표가 전화로 실험실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혹시 힘들지는 않은지, 애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등의 개인적인 얘기를 물어 ‘어려운 일은 없다’고 답했다”며 “그 과정서 윤 대표가 손으로 허벅지를 더듬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신체접촉을 해왔다. 몸을 비틀며 반항했더니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A씨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그런 A씨에게 윤 대표는 ‘내가 보살펴주겠다’ ‘어려운 일 있으면 나에게 얘기해라’ ‘내가 회사의 오너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동료 여직원이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 직후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이 자신도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해온 것도 계기가 됐다.

A씨는 “당시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얘기(성추행 피해)를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직원들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윤 대표를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화의 전 직원 B씨도 윤 대표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경험을 폭로했다. B씨는 2011년 8월경 업무 관계로 매달 1회씩 출장을 가게 됐다. 윤 대표의 차로 ○○○ 이사, B씨 등 세 명이 함께 이동했다. 


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할 때는 ○○○ 이사가 먼저 내리고 윤 대표와 B씨만 남았다.

B씨는 “○○○ 이사가 내리면 윤 대표가 운전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는데, 운전을 하면서 손으로 허벅지를 계속 더듬었다”며 “‘나와 어머니에게 잘하면 더 좋은 자리를 주겠다’ ‘나는 이 회사의 오너다’ 등의 말을 하곤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험실로 불러 ‘좋아한다, 자고 싶다, 만나자’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신체접촉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를 그만둔 이후 윤 대표가 TV에 나와 본인이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모습을 봤다”며 “(윤 대표가)무릎을 꿇고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내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화의 전 직원 C씨는 몇 차례에 걸쳐 윤 대표에게 여직원들에 대한 성추행을 그만두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직원들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C씨는 “윤 대표가 여직원들을 만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며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몇몇 여직원들이 울면서(성추행 피해를)호소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내가 오너”
상습적으로?

신화 전 직원들이 폭로한 윤 대표의 갑질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표가 몸이 좋지 않은 모친의 병수발을 직원들에게 맡겼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에는 윤 대표 모친 집으로 출근해 병수발을 든 일종의 전담 직원도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화서 일했던 복수의 직원들은 “D씨가 점심을 먹고 늘 윤 대표 모친의 집으로 갔다. 그러다 저녁 시간 쯤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 업무를 마무리하곤 했다”며 “그런 일이 1년 넘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D씨는 윤 대표 모친 집에 있던 간병인을 도와 병원에 가거나 잔심부름 등의 일을 했다. 윤 대표 모친의 말동무가 돼주기도 했다.

D씨는 “(윤 대표의)부탁일 수도 있고 지시일 수도 있다”며 “내가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좋다 싫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한 두 달 정도로 생각했는데 1년 넘게 지속돼 힘들었다”며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에 그런 부분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직원들도 윤 대표 모친의 집에 드나들었다. 

여직원 E씨는 “윤 대표는 ‘어머니가 적적해 하신다, 보고 싶어 하신다’라고 말하곤 했다”며 “그래도 대표의 말인데 안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에 가서 밤 10시 정도까지 말동무를 해드렸다”며 “1~2주에 한 번 정도 그렇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정도로 그쳤지만 다른 여직원은 1주일에 2∼3번씩 방문한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성추행에 어머니 병수발 의혹

윤 대표는 전 직원들이 제기한 갑질 의혹 제기에 펄쩍 뛰었다. 전 직원인 B씨와 법정공방을 치르는 과정서 해당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윤 대표는 “B씨와 법적 다툼을 하는 동안 성추행 의혹과 어머니 병수발에 관련해 말이 나왔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거듭 말했다.

또 “자료도 다 가지고 있다. 이미 법원 판결이 나온 내용을 가지고 또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마트와 3년여 간 다투고 있는 상황서, 내게 흠결이 있었다면 오히려 롯데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으로도 나를 음해하는 말이 전해졌지만 다 소명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화 전 직원 가운데 한 사람은 정의당을 찾아 윤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의 반박에 대해 그와 소송을 벌인 B씨의 말을 들어봤다. B씨는 “그 소송은 투자금 회수 문제로 내가 윤 대표에 제기했던 것”이라며 “(윤 대표의) 성추행이나 그 외 갑질 의혹에 대해 소송을 건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몇몇 여직원들이 그를 고소하려 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나 접수가 안됐다고 덧붙였다.

“당했다”
“무혐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사 사건이든 형사 사건이든 법원은 소가 제기된 부분만 따진다”며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 법정서 진술한 내용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당한 부분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해서 법정 진술한 내용까지 무혐의를 받았다고 보는 건 가당치 않고 면죄부 또한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화 대표 법인카드 남용 의혹 ‘회사 어려운데 카드 펑펑?’

롯데마트의 갑질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신화의 윤모 대표가 법인카드를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가 사적인 용도로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신화 전 직원들에 따르면 윤 대표가 소유하고 있던 회사 법인카드는 전북체크카드 등 9개에 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표는 회사 법인카드를 영화 관람비, 자녀의 휴대폰 요금, 안경 구입비, 약값 등에 사용했다.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는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같은 날짜에 같은 물건을 2개 이상의 카드로 쪼개 결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가 경영상 어려운 상황서도 윤 대표의 돈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이 부분도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된 부분”이라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의 횡령·배임 등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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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