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SH공사 15억 횡령 사건 전말

한두 푼도 아니고…돈 빼도 ‘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SH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 한 명이 거액을 빼돌렸지만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SH공사는 감사를 통해 직원의 비위 행위가 드러나고서야 부랴부랴 대응 중이다.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직원이 서류를 조작해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SH공사가 해당 사실을 알아챌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년 남짓. 뒤늦게 횡령 사실을 인지한 SH공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SH공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년간 몰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에서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토지보상업무를 맡았던 A(42)씨는 2016년 4월 자신의 아내 계좌로 보상금 15억원을 입금했다.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보상 대상자 중 자신의 아내와 동명이인이 있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A씨는 원래의 정당한 보상금 권리자에게도 같은 금액을 보상했다. 그는 서류를 정교하게 위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신상을 이유로 퇴사했다. 퇴사 과정서 위조 서류는 모두 폐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SH공사 자체 감사 과정서 뒤늦게 밝혀졌다. SH공사 감사실은 보상업무분야 자체 특정감사를 실시하던 중 지난 6월29일 A씨의 비위 사실을 발견했다. 일이 벌어진 지 2년 만에야 전 직원의 횡령 사실을 알아챈 SH공사는 A씨를 사기, 공문서 위조 및 행사, 사문서 위조 및 행사의 혐의로 지난 7월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A씨는 구속 상태다.


10억원대 횡령 사건이 2년이 지나서야 발견되면서 SH공사 내부 점검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SH공사는 개발 사업을 위해 취득하는 토지 등의 보상금은 보상완료 후 조성원가를 산정할 때 감정평가액, 수용재결금 등과 실제 지급액을 대조하기 때문에 부정 지급된 금액이 있으면 반드시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권리자, 배우자와 동명이인 이용
보상금 횡령 서류 위조 후 퇴사

또 “창사 이래 100여개의 사업지구에 대한 보상업무를 수행하면서 A씨 사례와 같은 보상금 지급 사고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경우는 A씨가 퇴사하면서 해당 위조 서류를 모두 폐기했기에 바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발견 즉시 범죄수익의 환수를 위해 해당 직원의 부동산과 예금 채권에 대해 편취금액 이상으로 압류조치를 취했다”며 “피해액은 전액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SH공사는 A씨의 추가 비위 여부 확인을 위해 그가 담당했던 고덕강일 지구를 포함해 최근 10년간 공사 전체 사업지구의 토지보상건 모두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상금 허위지급 원천 방지를 위한 보상업무 전산시스템의 전면 개선과 더불어 보상금 지급 내역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며 “전체 임직원 대상의 강도 높은 청렴교육 실시 등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을 방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H공사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내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SH공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드러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3일부터 12월20일까지 특허청, 강진군, SH공사 등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불공정 관행 기동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문책 요구 6건, 주의 요구 11건, 통보 6건, 통보(비위) 2건 등 총 27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SH공사 직원들은 ▲불법하도급 묵인 ▲공사 직원의 자택 무상 수리 요구 ▲금품수수 등의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SH공사 지역센터는 소관 임대주택 유지를 위해 매년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 공사계약을 체결한다. 계약 규모는 1년에 약 30억원 정도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 할 수 없고, 하수급인은 이를 다시 재하도급 할 수 없도록 돼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센터는 계약업체들이 도급받은 공사 전부를 하도급하고 하도급업체는 이를 다시 재하도급 해온 것을 알면서도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부 하도급업체는 계약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엉망
하도급업체에 갑질 적발

하도급업체에 대한 온갖 갑질 사례도 적발됐다. 하도급업체에 공사 직원의 주택을 무상으로 수리하도록 한 일이 발각됐다. 지역 센터 공사감독 담당 B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11월 사이 센터장 등의 부탁을 받고 일괄하도급업체인 ○○사에 요구해 공사 직원 3명의 주택을 무상 수리하도록 지시했다.

수리비는 총 971만원이 들었다. B씨는 수리비를 보전해주기 위해 2015년 6월 계약과 무관한 다가구주택 3채를 보수한 것처럼 타 공사현장 사진을 붙이는 등 허위증빙 자료를 만든 다음 허위 기성검사를 거쳐 2000만원을 계약업체에 지급했다. 또 B씨는 하도급업체 직원을 시켜 본인 어머니 자택에 무상으로 80만원 상당의 도배를 하게 했다.

B씨의 금품수수 사실도 불거졌다. B씨는 2015년 4∼8월 사이 일괄하도급업체 △△사 대표로부터 회식비 등 명목의 현금과 등산화, 노트북 등 780만원 상당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등산화의 경우 B씨가 직원들이 야유회에 신을 수 있도록 17켤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16년 1월 계약업체인 □□사에 작업범위가 아닌 지역센터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무상으로 시키기도 했다. 실제 공사는 일괄하도급 업체인 △△사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700만원의 공사비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B씨를 업무상 배임 및 수뢰 혐의로, △△사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SH사장에게는 B씨를 파면하고 허위 공사비 청구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직원 2명을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갑질로 망신

또 앞으로 임대주택 보수공사에서 불법하도급 및 공사비 부당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적인 이해관계로 직무 관련 업체에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한 7개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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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