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내정 파문 ‘일파만파’

‘낙하산 인사’도 모자라 ‘일자리 챙겨주기’까지!

[일요시사=김한솔 기자] 정부가 동계올림픽 유치 특임대사인 김진선(65) 전 강원지사를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에 추대하면서 집행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조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 내정자 발표에 야당 및 강원도내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진선 전 강원지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추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 야당 ‧ 강원도내 시민단체 크게 반발

김진선 전 강원지사의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내정에 대해 반대 이유는 재임시절 소득·성장·자립도를 전국 하위로 만들었고, 올림픽 유치 후원금 은폐 의혹을 받고 있으며, 알펜시아 리조트 조성사업을 실패하여 현재 빚더미에 앉게 만들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선정에 있어 강원도 측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위원장 내정을 통보해왔다”면서 “첩보작전을 능가하는 날치기 인사임이 자명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김 전 지사는 그동안 두 번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후원금의 집행내역을 공개치 않아 여러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며 “국비와 도비, 개인과 기업에서 받은 후원금 등은 유치위원회가 비영리법인이라는 이유로 각종 견제와 감시에서 제외되어 왔고,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김 전 지사가 가까운 사이라며 ‘박태규 리스트’에 언급되기도 했다”고 질타했다.

첩보작전 능가하는
MB의 날치기 인사


그러면서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각종 의혹의 당사자를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역대 최악의 올림픽으로 만들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김 전 지사의 내정을 철회하고 조직위원장 선출 창립총회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원주YMCA, 춘천시민연대, 강릉경실련, 원주환경운동연합 등 강원도내 30개 단체로 구성된 강원시민단체연대회의 또한 “조직위원장 추대는 알펜시아 부실의 주범인 김 전 지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문방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김 전 지사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추대된 것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조직위원장은 통상 올림픽 개최도시를 계약한 지 5개월 이내에 정하면 된다. 2개월이나 빨리 조직위원장 인선을 한 건 특정인을 일사천리로 내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평창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알펜시아 처리 문제가 중요하다. 알펜시아 리조트가 계속 큰 적자를 보는 것에 대한 책임은 김 전 지사가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도 “평창 조직위원회는 위원을 우선 선정한 뒤 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전 지사가 12년간 도정을 이끌어 온 만큼 적임자”로 평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최관식 장관은 국감에서 “김 전 지사와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조양호 평창 유치위원장 등이 조직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강원도 출신인 김 전 지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아이디어를 냈고 다른 후보와 달리 김 전 지사는 동계올림픽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추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최문순 강원지사가 불쾌감을 표시한 것에 대해 “발표에 앞서 사전협의를 했으며, 논의 당시 ‘난감하다’고 했지 ‘안 된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도 동의 의사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지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이며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부탁했는데 아쉽다”며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일방적인 절차와 과정이 진행된다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문광부의 말바꾸기는 계속 이어졌다. 문광부는 강원도 측에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조직위원장 선임 건으로 협의한다’고 전달하여 최 지사를 참석하게 했다. 하지만 협의는 없었고 조직위원장 내정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추대 발표문에서 “조직위원장 선정에 수차례 강원도 측과 협의했다”고 밝혔지만 국감에서 문광부가 조직위원장 선정에 있어 강원도 측과 실질적인 협의도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강원도와의 협의가 8월16일 조직위 설립관련 사무관급 실무회의와 9월15일 조직위 설립관련 실무과장 회의, 두 차례가 전부였기 때문에 강원도 측과 실질적인 협의가 없이 문광부가 대한체육회를 끌어 들여 일방적으로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지시에
복종하는 장관

최 장관은 조직위원장 선정의 시급한 사유로 “IOC와의 협약에서 개최지 선정 후 3개월 내 조직위원회를 구성, 통보하여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10월4일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개최지로 선정 직후 IOC와 맺은 ‘개최도시 계약서’에 의하면 ‘개최도시와 NOC(우리나라의 경우 대한체육회)는 계약이 체결된 후 5개월 이내에 조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어 12월6일 이전에 조직위를 구성하기만 하면 된다.

즉 최 장관이 언급한 시급성은 없었으며 IOC와 맺은 조직위원회 구성 시기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IOC의 올림픽헌장 제35조에는 ‘올림픽대회의 조직은 IOC가 개최도시 소속국가의 NOC와 개최도시에 위임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조직위원회의 구성은 개최도시인 강원도와 대한체육회가 협의해 구성하게 되어 있다. 올림픽 조직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문광부가 ‘조직위원회의 법인설립 등록 권한(문화부 소관)’ 만으로, 강원도 측과 어떠한 협의 없이 조직위원장을 내정한 것은 권한남용이란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정부 마음대로 하기 위해 강원도지사를 배제하고 김 전 지사로 하여금 동계올림픽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 장관은 조직위원장 선정에 있어서 청와대 박범훈 교육문화수석 및 곽영진 문화체육비서관과 논의를 했다고 알려지고 있으며,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최 장관이 스스로 결정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최 장관이 강원도와 실질적인 협의 없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랐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신임 최 장관이 스스로 결정?, 청와대 압력 ‘작용설’ 힘 얻어
정운찬, 안상수, 현인택, 유인촌 등 없는 자리를 만들어주기도

또한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한 것은 국내에서 개최된 주요 국제경기대회 준비에 있어 전례가 없는 인사이다. 그 외에도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에 평창동계올림픽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세계대구육상경기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을 임명해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지사의 올림픽조직위원장 추대에 비춰보면 현 정부는 측근 낙하산 인사와 함께 일자리 챙겨주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 안상수 전 인천시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게 없던 자리를 새로 만들어서 그 자리에 앉혔다.

정 전 총리의 경우, 세종시 수정안 부결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한 지 4개월 보름 만에 동반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앉았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회공익 부문 출신이 참여하는 민간기구다. 당초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위원장 후보를 물색하되 선정은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면서 정 전 총리를 임명했다.

이 인사가 세종시 역풍으로 낙마한 정 위원장을 내심 안타까워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으로 알려지면서 “세종시 역풍에 낙마한 정 전 총리의 자리 봐주기냐”라는 비판마저 나오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로는 부족?
측근 일자리 챙겨주기


동반성장위원회의 개관을 보면 대·중소기업간 사회적 갈등문제를 발굴, 논의하여 민간부분의 합의를 도출하는 동반성장 문화 확산의 구심체역할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한다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혈세가 낭비되는 하나의 단체일 뿐이다. 정 전 총리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제주-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패배 뒤 쓴 잔을 마시고 있던 안 전 인천시장은 ‘국민통합전국시·도민연합회’ 출범과 함께 총재를 맡았다. 이 연합회는 전국 각 지역 향우회가 모여 만든 단체다. 안 전 시장은 ‘국민통합전국시·도민연합회’를 한민족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회가 각종 토론회, 지역교류간단회, 포럼 등을 개최하여 소통문화정착에 앞장서고, 사회갈등으로 빚어진 양극화 극복 모델을 찾아내어 주요정책에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이 단체가 정부에 건의하거나 채택되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다. 한민족 전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안 전 시장의 구상과 달리 현재까지도 국민들은 국민통합전국시·도민연합회가 어떤 단체인지,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다.

이 외에 현 전 통일부 장관은 대통령 통일정책특별보좌관으로 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특별보좌관(特別補佐官)’은 말 그대로 전문적인 문제나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조언과 답변을 하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것은 그동안 대통령직속으로 없었던 통일정책이나 문화가 직속으로 필요했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현 정부에서 누차 제기되어 왔던 낙하산 인사를 넘어서서 없었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 그 자리에 앉히는 자리 나누어주기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 정부의 자기식구 챙기기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