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와 워라밸 열풍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는 소비패턴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파장이 큰 제도의 실시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크게 주택시장과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나뉜다. 먼저 주택시장의 경우 주말·저녁이 있는 삶에 자연환경과 여가 누릴 수 있는 단지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되면서 아파트를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저녁·주말 시간이 확보되자 출퇴근이 편한 곳보다는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단지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특히 자연 환경이 쾌적하고 문화 시설이 조성된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까우면 최고?
보는 눈 달라져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1순위 마감 단지를 집계한 결과 전국에서 분양한 194개 단지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42.8%(83개)로, 그중 청약경쟁률 최상위를 기록한 단지들은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거나 문화 인프라가 잘 조성됐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실제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대구e편한세상 남산’으로 경쟁률이 346.51 대 1이었다. 이 단지는 달선공원과 두류공원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문화예술회관도 가깝다.


지역별로 봤을 때 경기도는 그린 프리미엄을 갖춘 동탄2신도시 ‘동탄역 예미지3차(106.81 대 1)’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울은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한강공원 등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79.9대 1)’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과거 교통 환경이 좋아지거나 개발호재를 갖춰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가치가 높은 곳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엔 주당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신규 분양 단지가 향후에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워라밸 열풍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워라밸 열풍과 어찌 보면 가장 민감한 시장은 상가시장이다. ‘주 52시간 근무시대’를 맞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하는 대신 자기개발, 운동, 문화, 레저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말·저녁 있는 삶
여가생활 누리는 단지 인기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상권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피스 상권이다. 이미 오피스 상권의 변화는 2년 전인 2016년 9월28일,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법은 강남역, 여의도, 광화문, 시청, 마포 등의 사무실이 밀집된 오피스가의 상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인해 인원을 감축하고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등 인적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상권의 패턴이 오피스 상권에서 주택가 골목상권 등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찍 귀가하거나 1차 회식으로 끝나는 직장인들로 인해 오피스가의 회식과 관련된 업종이나 유흥, 오락에 관련된 업종은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이들이 이른 퇴근을 함으로써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택가 상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결론이다. 

또한 근로자들이 과거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생김으로써 취미 생활과 운동 활동 등의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업종들이 상가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라밸의 확산으로 ‘수변공원 프리미엄’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문화가 확산되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을 중시하는 성향이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단 수변공원 프리미엄은 주택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내가 사는 집’을 찾을 때 수변공원이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주거지 가까이 수변공원이 위치할 경우 수변을 둘러싸고 형성된 풍부한 녹지공간까지 더해져 쾌적성이 뛰어난 것은 기본. 잘 조성된 공원에서 여가생활을 즐기기도 좋으며 집 안에서 수변 조망권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요는 많지만 흔하지 않아 희소가치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수원시 하동 ‘힐스테이트 광교’는 광교호수공원 내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에 위치해 양방향 조망권까지 갖춘 단지로 분양 당시부터 높은 인기를 끈 바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97㎡형의 평균 매매가는 9억950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최고가 기준)였던 6억1265만원보다 무려 3억8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서 공급된 ‘미사역 파라곤’은 망월천 수변공원 인근에 자리 잡아 뛰어난 조망권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80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무려 8만4875명이 몰리며 평균 104.9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상권의 변화
오피스 타격

수익형 상가시장에서 수변공원 프리미엄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수변공원 등과 가까이 위치한 상가의 경우 수려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조망권도 확보돼 이용객들의 만족감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어지는 상업시설들은 단순히 쇼핑, 먹거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여가·문화시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수변공원 접근성이 좋은 상가일 경우 상가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나들이를 가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을 유인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다. 

최근 조성된 수변공원의 경우 각종 여가·체육시설도 잘 갖추고, 각종 지역행사도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연중 꾸준한 유동인구를 확보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변공원에 모인 인파를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만큼 뛰어난 집객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명소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수도권 신도시에서 수변, 공원 등의 일정 테마를 더한 상가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축구장 약 2배 크기 규모의 상업시설에 들어설 총 117개 점포가 계약 당일 하루 만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안산시 상록구 사동(고잔신도시 90블록)에 짓는 그랑시티자이 단지 내에 들어서는 상가로, 그랑시티자이는 아파트 6600가구, 오피스텔 1053실 등 전체 7653가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다.

단지 내 고정수요만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근 송산그린시티, 안산 사이언스밸리 등을 고려하면 배후수요는 5만여명으로 늘어난다. 더욱이 시화호 호수를 따라 약 400m의 북유럽풍 수변 스트리트 상가로 조성돼 차별성도 높다. 

인근에는 신안산선 한양대에리카캠퍼스역(2018년 말 착공예정)과 세계정원 경기가든(계획)이 예정돼 있어 미래가치도 높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연환경 쾌적
문화시설 조성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지상 1~2층에 전용면적 30~40㎡, 총 123개 점포가 들어선다. 시화호를 따라 조성되는 수변 상가는 99개이며 단지 입구를 중심으로 해안로 대로변의 버스 정류장과 직결되는 오피스텔 앞 동 상가 24개로 구성된다. 시행사 분량을 제외한 117개 점포가 일반에 분양했다.

마지막으로 워라밸 열풍은 주요 레저형 수익 부동산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저형 세컨드 하우스, 수익형 풀빌라, 생활형 숙박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금방 닿을 수 있는 서울 반나절 생활권 지역인 인천 영종도, 강원도 속초 등지에 공급되는 레저형 오피스텔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과거 세컨드하우스의 대명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전원주택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피스텔이 대세다. 초기 투자부담이 적고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근교에서 공급되는 레저형 수익 부동산인 오피스텔 등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청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 내 유명 휴가지로 꼽히는 송도센트럴파크 바로 옆에서 공급된 ‘송도 아트포레 푸르지오 시티’는 평균 8 대 1, 최고 6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약 41만㎡ 규모의 센트럴파크에서는 여름철 수상택시, 카약 등 수상레포츠를 이용할 수 있다. 선셋카페 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집에서 쉰다!
여유로운 일상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주거지 선택 시에도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고 있다. 신규 분양 단지 중에서도 통근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직주근접 단지와 풍부한 녹지가 둘러싸여 여가를 즐기고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한 환경을 갖춘 지역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변이나 공원 인근 상권의 경우 주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나 데이트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유동인구가 형성돼 상권 활성화가 잘되고, 투자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의 실시와 워라밸 트렌드로 취미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나들이 상권의 미래가치는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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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br>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