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와 워라밸 열풍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는 소비패턴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큰 여파를 미치고 있다. 사회 전반에 파장이 큰 제도의 실시로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크게 주택시장과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나뉜다. 먼저 주택시장의 경우 주말·저녁이 있는 삶에 자연환경과 여가 누릴 수 있는 단지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워라밸(Work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확산되면서 아파트를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저녁·주말 시간이 확보되자 출퇴근이 편한 곳보다는 여가를 누릴 수 있는 단지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특히 자연 환경이 쾌적하고 문화 시설이 조성된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까우면 최고?
보는 눈 달라져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1순위 마감 단지를 집계한 결과 전국에서 분양한 194개 단지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42.8%(83개)로, 그중 청약경쟁률 최상위를 기록한 단지들은 주변에 녹지가 풍부하거나 문화 인프라가 잘 조성됐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실제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대구e편한세상 남산’으로 경쟁률이 346.51 대 1이었다. 이 단지는 달선공원과 두류공원 등 녹지공간이 풍부하고 문화예술회관도 가깝다.


지역별로 봤을 때 경기도는 그린 프리미엄을 갖춘 동탄2신도시 ‘동탄역 예미지3차(106.81 대 1)’가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서울은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한강공원 등 쾌적한 환경이 조성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79.9대 1)’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과거 교통 환경이 좋아지거나 개발호재를 갖춰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가치가 높은 곳을 주거지로 선호하는 경향이 짙었다. 최근엔 주당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신규 분양 단지가 향후에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워라밸 열풍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워라밸 열풍과 어찌 보면 가장 민감한 시장은 상가시장이다. ‘주 52시간 근무시대’를 맞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술 한잔하는 대신 자기개발, 운동, 문화, 레저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말·저녁 있는 삶
여가생활 누리는 단지 인기

가장 타격이 예상되는 상권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피스 상권이다. 이미 오피스 상권의 변화는 2년 전인 2016년 9월28일, ‘김영란법’의 시행 이후부터 시작됐다. 이 법은 강남역, 여의도, 광화문, 시청, 마포 등의 사무실이 밀집된 오피스가의 상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최저임금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인해 인원을 감축하고 무인주문기를 설치하는 등 인적시스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상권의 패턴이 오피스 상권에서 주택가 골목상권 등으로 이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찍 귀가하거나 1차 회식으로 끝나는 직장인들로 인해 오피스가의 회식과 관련된 업종이나 유흥, 오락에 관련된 업종은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 반면 이들이 이른 퇴근을 함으로써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주택가 상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의 결론이다. 

또한 근로자들이 과거에 비해 시간적 여유가 생김으로써 취미 생활과 운동 활동 등의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련 업종들이 상가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워라밸의 확산으로 ‘수변공원 프리미엄’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문화가 확산되며 쾌적하고 여유로운 환경을 중시하는 성향이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단 수변공원 프리미엄은 주택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는데, 삶의 질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이 가장 먼저 ‘내가 사는 집’을 찾을 때 수변공원이 가까운 것을 선호하는 추세다.

주거지 가까이 수변공원이 위치할 경우 수변을 둘러싸고 형성된 풍부한 녹지공간까지 더해져 쾌적성이 뛰어난 것은 기본. 잘 조성된 공원에서 여가생활을 즐기기도 좋으며 집 안에서 수변 조망권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져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요는 많지만 흔하지 않아 희소가치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집값 상승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수원시 하동 ‘힐스테이트 광교’는 광교호수공원 내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에 위치해 양방향 조망권까지 갖춘 단지로 분양 당시부터 높은 인기를 끈 바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97㎡형의 평균 매매가는 9억9500만원으로 최초 분양가(최고가 기준)였던 6억1265만원보다 무려 3억8000만원가량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얼마 전 경기 하남시 망월동에서 공급된 ‘미사역 파라곤’은 망월천 수변공원 인근에 자리 잡아 뛰어난 조망권을 확보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80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무려 8만4875명이 몰리며 평균 104.9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상권의 변화
오피스 타격

수익형 상가시장에서 수변공원 프리미엄의 중요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수변공원 등과 가까이 위치한 상가의 경우 수려한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조망권도 확보돼 이용객들의 만족감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지어지는 상업시설들은 단순히 쇼핑, 먹거리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여가·문화시설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수변공원 접근성이 좋은 상가일 경우 상가를 방문하는 것 자체가 나들이를 가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을 유인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다. 

최근 조성된 수변공원의 경우 각종 여가·체육시설도 잘 갖추고, 각종 지역행사도 가능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 연중 꾸준한 유동인구를 확보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변공원에 모인 인파를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는 만큼 뛰어난 집객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명소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수도권 신도시에서 수변, 공원 등의 일정 테마를 더한 상가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경기도 안산에서 축구장 약 2배 크기 규모의 상업시설에 들어설 총 117개 점포가 계약 당일 하루 만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안산시 상록구 사동(고잔신도시 90블록)에 짓는 그랑시티자이 단지 내에 들어서는 상가로, 그랑시티자이는 아파트 6600가구, 오피스텔 1053실 등 전체 7653가구 규모의 주거복합단지다.

단지 내 고정수요만 약 2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근 송산그린시티, 안산 사이언스밸리 등을 고려하면 배후수요는 5만여명으로 늘어난다. 더욱이 시화호 호수를 따라 약 400m의 북유럽풍 수변 스트리트 상가로 조성돼 차별성도 높다. 

인근에는 신안산선 한양대에리카캠퍼스역(2018년 말 착공예정)과 세계정원 경기가든(계획)이 예정돼 있어 미래가치도 높다는 게 분양 관계자의 전언이다.

자연환경 쾌적
문화시설 조성


그랑시티자이 에비뉴는 지상 1~2층에 전용면적 30~40㎡, 총 123개 점포가 들어선다. 시화호를 따라 조성되는 수변 상가는 99개이며 단지 입구를 중심으로 해안로 대로변의 버스 정류장과 직결되는 오피스텔 앞 동 상가 24개로 구성된다. 시행사 분량을 제외한 117개 점포가 일반에 분양했다.

마지막으로 워라밸 열풍은 주요 레저형 수익 부동산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저형 세컨드 하우스, 수익형 풀빌라, 생활형 숙박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 금방 닿을 수 있는 서울 반나절 생활권 지역인 인천 영종도, 강원도 속초 등지에 공급되는 레저형 오피스텔이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는 모습이다. 과거 세컨드하우스의 대명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전원주택이었지만, 최근에는 오피스텔이 대세다. 초기 투자부담이 적고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 근교에서 공급되는 레저형 수익 부동산인 오피스텔 등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청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광역시 송도국제도시 내 유명 휴가지로 꼽히는 송도센트럴파크 바로 옆에서 공급된 ‘송도 아트포레 푸르지오 시티’는 평균 8 대 1, 최고 60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약 41만㎡ 규모의 센트럴파크에서는 여름철 수상택시, 카약 등 수상레포츠를 이용할 수 있다. 선셋카페 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길 수도 있다.

집에서 쉰다!
여유로운 일상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책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주거지 선택 시에도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고 있다. 신규 분양 단지 중에서도 통근 거리를 줄일 수 있는 직주근접 단지와 풍부한 녹지가 둘러싸여 여가를 즐기고 여유로운 일상이 가능한 환경을 갖춘 지역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변이나 공원 인근 상권의 경우 주말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나 데이트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유동인구가 형성돼 상권 활성화가 잘되고, 투자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의 실시와 워라밸 트렌드로 취미나 여가를 즐기기 위한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나들이 상권의 미래가치는 꾸준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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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