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부른’ 짜증범죄 백태

불쾌지수 상승에 ‘욱’ 분노도 폭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국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햇볕이 피부를 태울 기세로 내리쬔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가 요란이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시민들은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오르는 기온만큼 불쾌지수도 높아진다. 짜증이 치솟는다.
 

장마가 오는가 싶더니 금세 물러갔다.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지난 11일로 끝났다. 장마 기간은 제주도 21일, 남부지방 14일, 중부지방 16일로 평년(32일)보다 줄었다. 장마가 6∼7일만 진행된 1973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짧은 기록이다. 평균 강수량(283.0㎜)도 평년(356.1㎜)보다 적었다.

장마 가고
더위 왔다

짧은 장마가 물러가자 긴 폭염이 찾아왔다. 전국은 34∼35도를 웃도는 기온에 몸살을 앓고 있다. 더위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프리카’ 대구는 기온이 36∼37도를 상회하는 등 연일 최고기온을 경신하고 있다. 19일 오전 9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엔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나뉜다. 폭염주의보는 6∼9월 사이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된다. 올해 첫 폭염경보는 지난달 24일 대구와 경북 영천·경주·경산서 발효됐다. 

서울은 지난 16일에 첫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이번 더위에 대해 “최근 유라시아 대륙이 평년에 비해 매우 강하게 가열되면서 대기 상층의 고온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발달해 한반도 부근으로 확장됐다”며 “한반도 부근의 공기 흐름이 느려진 가운데 기압배치가 유지되면서 낮에는 무더위,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기 중하층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됐고, 대기 상층으로 고온의 공기도 지속적으로 유입 중이라는 설명이다. 또 맑은 날씨로 인한 강한 일사 효과까지 더해졌다.

이어 기상청은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고기압이 동서방향으로 강화되면서 극지방에 머물고 있는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해 북반구 중위도에 전반적으로 고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열돔 현상이다. 열돔 현상은 지상 5∼7㎞ 높이의 대기권 중상층에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하거나 아주 서서히 움직이면서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
폭염 시작 전국 ‘가마솥'

열돔 현상은 미국과 아시아 등 중위도서 주로 발생하는데, 이 현상이 생기면 예년보다 5∼10도 이상 기온이 높은 날이 며칠 동안 계속된다. 열돔 현상으로 인한 이번 더위는 다음 달 중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더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온열환자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15일까지 벌써 4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온열환자는 551명에 달한다.


특히 지난 12일과 15일에 사망한 두 명은 각각 86세, 84세 노인들이었다. 각각 경남 김해시와 창원시에 살고 있던 이들 두 할머니는 밭과 집 주변에서 활동하다 숨졌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난 5년간(2013∼2017) 발생한 온열질환자 6500명 가운데 40%가 정오에서 오후 5시 사이 논밭과 작업장 등 실외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이번 더위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이번 더위가 대폭염으로 회자되는 1994년 여름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온열환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된 1994년에는 폭염 지속 일수가 전국 평균 31.1일에 달했다. 말 그대로 한 달 내내 전국이 가마솥더위에 시달렸다.

온열환자↑
4명 사망

당시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는 전국 평균 17.7일을 기록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보름 넘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지속된 것이다. 특히 경남 창원 지역은 열대야가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그해 7월 서울 최고기온은 38.4도까지 치솟았고, 경남 밀양은 39.4도를 기록했다.

일주일 넘게 이어지는 더위는 짜증을 동반하고 있다. 19일 오전 기준 전국의 불쾌지수는 80이상을 기록했다. ‘매우 높음’ 단계다. 불쾌지수는 날씨에 따라서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는 정도를 기온과 습도를 이용해 나타내는 수치다. 

불쾌지수가 70∼75인 경우에는 10명 중 1명꼴로, 75∼80인 경우에는 5명꼴로, 80이상인 경우에는 9명 정도가 불쾌감을 느낀다고 본다.

경기도 하남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지하철을 탈 때마다 짜증이 솟구친다고 털어놨다. 사람이 너무 많아 에어컨 냉기도 느낄 수 없는 상황서 밀치고 밀리는 동안 얼굴이 벌겋게 익을 정도로 화가 올라온다고도 했다. 

A씨는 “아침 출근길에 보면 다들 얼굴에 짜증이 가득하다. 살끼리 맞닿기라도 하면 신경질적으로 털어내는 모습을 많이 본다. 사실 나도 그렇다”고 말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날씨와 시간 그리고 가정폭력’ 연구를 보면 폭행의 경우 기온의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예시로 들고 있다. 

미국 뉴저지 주 뉴어키시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여러 상황적 요인들 중 기온이 폭행 발생률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1979)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서도 일별 폭행 발생건수는 불쾌지수가 높아질수록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1983)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날씨 및 요일특성과 범죄발생의 관계의 분석’ 연구에는 살인, 폭력, 강간 등 폭력범죄는 최저기온이 높을수록 발생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논문을 통해 “과도한 열이 감정을 자극하고 격한 심리적 상태를 유발해 개인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게 만들어 범죄로 연결된다”며 “미국의 뜨거운 남부지역서 더 높은 살인율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소한 시비
사건으로 번져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연구팀이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보고서에도 “미국은 기온이 섭씨 3도 올라갈 때마다 폭력범죄 발생 가능성이 2∼4% 높아진다”고 밝혔다. 더위와 범죄 발생의 상관관계는 검찰청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23만 4754건의 폭력범죄 중 27%인 6만4230건이 여름철인 6∼8월 사이에 일어났다.

또 대검찰청 ‘2015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2014년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범죄는 6월 3301건, 7월 3730건, 8월 346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7월은 연중 최고치였다. 이 기간 흉악범죄 발생 건수는 평균 3558건으로 겨울철(12∼2월) 평균 2029건보다 1500여건 더 많았다. 이 같은 행태는 해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여름철이면 더위로 인해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자기조절 능력이 상실되면서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가 발생해 이른바 ‘짜증범죄, 분노범죄’가 증가한다. 1994년에 이어 ‘역대급’ 더위로 손꼽히는 2016년에도 잦은 짜증범죄가 발생했다.


집 앞에 텃밭을 일궈놓고 상추를 심는 것을 보고 언성을 높이다 급기야 둔기로 마구 때리고 피해자의 노모를 두들겨 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2016년 7월 당시 폭염이 한창이던 여름철에 일어났다.

여름철 폭력사건 늘어
112민원 신고도 급증

2016년 8월에는 시민과 경찰관을 갑자기 때린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 남성은 광주의 한 횡단보도에서 난데없이 20대 여성에게 침을 뱉고 뺨을 때렸다. 이를 보고 제지하는 교통경찰에게도 폭행을 휘둘렀다. 해당 남성은 “더워서 짜증이 났다”고 범행 이유를 진술했다.

더운 날씨 술집 외부에서 술을 먹다 쳐다봤다는 이유로 시작되는 다툼도 있다. ‘뭘 봐’ 한 마디에 시비가 붙어 서로 주먹이 오가는 폭행 사건이 여름철이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한 클럽서 손님 14명이 다친 사건 역시 시작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였다. 폭행을 저지른 20대 남성은 만취 상태서 술집에 함께 있던 다른 사람들과 시비가 붙었다. 그는 깨진 소주병을 마구 휘둘러 주변 사람을 다치게 했다.

평소 건방진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20대 남성이 기분 나쁘게 째려본다며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도 있다. 

이 남성은 “앞 동에 사는 피해자가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 걸로 알고 있는데, 평소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째려보는 등 건방지게 굴어 앙심을 품고 있었다”며 “이날도 담배를 피우면서 나를 째려봐 홧김에 그랬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여름철이 되면 파출소 112신고도 급증한다. 사람들이 더위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작은 일에도 민원을 넣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 같으면 원만하게 지나갈 일도 짜증 때문에 싸움이 붙으면 경찰로서는 난감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7월 112 신고건수는 181만6000여건에 달했다. 봄철인 5월 167만2000여건, 6월 169만여건보다 10만 건이상 늘어났다. 하루 평균 신고 건수 역시 5월 5만3000여건서 7월에는 5만8000여건으로 증가했다.

가벼운 운동
오히려 도움

전문가들은 짜증범죄, 분노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폭염에 치솟은 불쾌지수를 다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햇볕이 너무 뜨거울 때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냥 실외활동을 피하고 활동량과 운동량을 줄이는 것은 기분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폭염 시간대를 피해 통풍이 잘되는 옷을 입고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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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