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생명 대리점주의 하소연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7.09 10:47:20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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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안 돼∼’ 꼬리 자르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세훈 기자 = DB생명이 외주 영업을 맡긴 대리점들에 공문을 보냈다. 영업 중지를 통보 받은 대리점 대표는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내막을 살펴봤다.
 

최근 보험업계 영업 구조가 달라졌다. 새로운 영업 채널로 자리 잡은 독립법인보험대리점(General Agency, GA)이 등장한 후부터다. GA는 한 회사의 상품만 판매하지 않는다. GA는 모든 보험사의 상품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한 회사의 보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영업과 달리, GA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종전보다 폭넓게 하는 차원에서 2001년 처음 도입됐다.

대기업의 갑질?

보험영업시장에서 GA(이하 대리점)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라이나생명이 대리점을 통해 벌어들인 초회 수입보험료는 230억7400만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인 402억1600만원의 57%에 달한다.

메트라이프생명도 총 수입보험료 293억8400만원의 49%인 145억9700만원이 대리점에서 발생했다. 자발적 가입자가 적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얼핏 보면 보험사와 대리점이 보험시장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하는 관계로 보인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대리점 영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대리점의 입김이 세지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자사 상품이 대리점에서 판매되면 수수료를 지급한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도 근무환경이 자유로운 대리점으로 옮겨가는 추세기 때문에 대리점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보험사와 대리점의 미묘한 관계에 불씨를 지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17년 9월5일 DB생명 신채널사업본부는 T대리점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내용을 간단히 하면 ‘DB생명 신채널사업본부는 2017년 10월부터 모든 대리점 신계약 영업을 중단하기로 한다. 충분한 사전 공지 없이 대리점의 중요한 사안을 안내드리게 된 점을 양해 바란다. 

17년 10월부터 신계약 영업은 전면 중단하고 대리점에서 판매한 기존 계약의 유지·관리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내용이다.

‘눈엣가시’외주영업 GA사와 해지 갈등
단순 영업효율 때문?…적대적 공생관계

T대리점 대표 김모씨는 공문을 받고 망연자실 했다. T대리점은 DB생명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 대리점이기 때문이다. 일반법인대리점의 경우 보험사에 상관없이 모든 상품을 팔 수 있지만 T대리점은 DB생명과 '임차지원 계약'을 맺고 DB생명의 전속 대리점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사무실 임차지원은 DB생명이 영업목표를 정해주고 그 수준까지 목표를 채우는 조건이었다”며 “영업목표량이 미달되면 임차지원금을 물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차지원을 받으려면 DB생명의 상품만 취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DB생명측은 김씨의 말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DB생명이 김씨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신채널사업본부 산하 중앙지점에 소속 대리점은 귀사를 포함해 모든 대리점이 일반 보험대리점 계약을 체결 중”이라며 “DB생명 상품만 판매토록 하는 전속 대리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T대리점 대표 김씨는 지난 2005년부터 DB생명의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운영했다. 김씨는 “이메일로 통보받은 공문 한 통으로 13년간 해온 영업이 아무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문을 닫게 됐다”며 “상황이 불가피 하더라도 일정기간을 두고 DB생명에서 영업정지 문제에 대해 상의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DB생명은 “‘신체널사업본부 대리점 영업 중단의 건’ 이라는 공문을 신채널사업본부 소속 대리점에 발송하여 대리점 영업 중단을 안내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T대리점의 요청으로 임차지원 계약이 종료된 2017년 8월 이후, T대리점측에 새로운 사무실 주소 및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계속 요청했다. 이에 응답하지 않은 것은 T대리점 측이다”라고 말했다.

DB생명이 T대리점에 공문을 보내기 3일 전 T대리점은 영업 목표달성이 어려워 임차계약을 종료하고 사무실을 옮겼다. DB생명은 이메일 발송 전 유선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내용증명을 통해 주장했다.

DB생명 신채널사업본부의 대리점영업중단 결정은 가입자 이탈로 이어졌다. 기존에 가입한 고객들과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계약해지 등의 민원이 증가한 것이다.

김씨는 “영업정지 통보를 받은 후 전산시스템과 고객정보들을 모두 반납해야 했다. 고객이 3만명 이상 되는데 영업정지 후 걸려오는 전화 상담을 직접 처리할 수 없어 가입 해지 고객이 늘었다. 불가피한 상황을 만든 원인 제공자가 고객 해지로 발생한 환급금을 모두 대리점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DB생명은 올해 5월 김씨에게 약 9000만원의 환급금을 요청한 상태다.

DB생명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DB생명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은 2015년부터 경고를 받았고 불완전판매 및 기타 비정상적인 계약들 때문에 민원이 많던 지점이다. 영업중단 조치를 내리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불완전 판매로 계약 해지 건이 발생하게 되고 환수금액이 늘기 시작했다. 환수금 문제는 협의로 무마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배임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점 부실계약?

전산 장비 관련해서는 “영업중단 공문을 보내기 전 대리점이 위치를 옮겼다. 재설치를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T대리점은 2017년 11월 DB생명에 대리점 계약 해지신청을 했다. 늘어가는 해지 환급금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DB생명은 환급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imseh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독립보험대리점 의존 왜?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독립보험대리점 의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국내 10대 손해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7만8989명으로 2016년에 비해 3.7% 감소했다. 국내 10대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는 9만199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 줄었다.

이유는 독립보험대리점에서 보험 상품이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독립보험대리점은 보험사들과 제휴하고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한다. 백화점처럼 한 곳에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보여주고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전속 설계사들은 소속된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상품을 소개하는 반면 독립보험대리점은 보다 당양한 상품을 제시할 수 있고, 구매대행자라는 인식도 있어 판매 부담이 덜하다.

독립보험대리점에 판매하는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가 각 상품에 제공하는 프리미엄도 있어 설계사들이 상품을 소개하기 좋은 측면도 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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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