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설악의 작가’ 김종학

산에서 만난 자연, 화려한 색채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가의 작품이 국내에 상륙했다. ‘설악의 작가’라 불리는 김종학 화백의 개인전. 김 화백은 40여년간 설악산 등에서 활동하면서 그곳에서 만난 자연을 재구성해 캔버스 안에 담았다.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김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 소재의 갤러리 조현화랑서 김종학 화백의 개인전 ‘대혼돈(Pandemonium)’을 준비했다. 올해로 81세인 김 화백은 국내 현대회화사에서 독보적인 화풍을 지닌 작가로 평가받는다. ‘설악의 작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40년간 자연서 지내며 캔버스 안에 색채와 형태의 조화를 추구해왔다.

81세 노화가

1979년 설악산시대라 불린 이 시기에 김 화백은 단색조 추상화풍의 첨단사조와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색화는 1970년대 초반 국내 현대미술의 대표 사조로 자리매김한 화풍이다. 

서구의 모노크롬과는 다르게 시각만이 아닌 질감을 드러내거나 자연미, 관계성 등을 담았다.

김 화백의 독창적 화풍은 국내 현대회화사에서 채색화의 한 축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그가 죽음의 문턱서 만난 자연은 객체로서가 아닌, 외부대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동경의 대상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다.


설악산서 영감 얻어
독자적·독보적 화풍

설악산 천지의 꽃 더미와 우거진 나무들, 절기마다 바뀌는 풍경은 그에게 치유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색의 충격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구상화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던 김 화백에게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할 수 있는 좋은 바탕을 마련해줬다. 김 화백의 구상화는 개념주의적 미술에 빠져있던 동시대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줌과 동시에 그가 국내 한국회화사에서 독보적 입지를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이 돼줬다.
 

그에게 자연은 재현된 모습이 아닌 형태가 와해된 무질서하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드러난다. 특히 이번 전시서 소개하는 신작에는 예전보다 더욱 과감하고 거친 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의식이나 의도 없이 손이 움직이는 대로 그린 몸의 기억이라 할 수 있다.

즉흥적인 색의 무리가 2차원 화면에 펼쳐진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기 작품은 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서사적 구조로 보여줬다면 신작은 실재하는 자연이 아닌 색의 근원과 형상이 혼재된 시공간을 초월한 추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대형 작품 등 10여점
프랑스서도 개인전

신작 대혼돈 시리즈는 김 화백이 처음 설악산서 마주한 자연의 민낯을 파격과 정제가 오가는 즉흥적인 표현으로 담아냈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방향을 잃은 꽃의 형상과 강렬하고 두터운 색은 가상공간서 춤추듯 뒤섞여 새로운 조형언어로 재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벽면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스케일(5×2.5m)의 평면작품을 포함, 10여점이 전시된다.

조현화랑 관계자는 “지난 아트부산 아트페어서 김종학 화백이 선보인 6m 대작은 81세의 나이의 화가가 그렸다고 보기 힘든 강인한 에너지와 색의 향연으로 뜨거운 찬사를 받았다”며 “거친 마티에르는 그리기에 대한 작가의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여실히 투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화랑서 선보이는 김 화백의 신작을 통해 국내 현대회화사의 중요한 맥락을 이해하고 회화가 가진 본연의 힘을 깊이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8월5일까지.

강인한 에너지

한편 김 화백의 전시는 프랑스서도 열리고 있다. 프랑스 기메 국립동양박물관은 지난 6일부터 4달간 김 화백의 개인전을 소개한다. 기메 국립동양박물관은 유럽에 위치한 아시아 최대 국립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루브르 미술관서 이슬람 미술 디렉터를 지낸 소피 마까이유 관장의 취임 이후 아시아 현대미술을 활발히 소개 중이다. 김 화백은 6번째로 초대된 작가다.


<jsjang@ilyosisa.co.kr>

 

[김종학은?]

1937년 평안북도 신의주 출생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1962)
동경미술대학 서양화 판화과 연수(1968~1970)
프랫 대학원 그래픽 센터 연수(1977)

▲개인전


기메 동양 박물관, 파리, 프랑스(2018)
토미오 코야마 갤러리, 도쿄, 일본(2018)
‘생동’ 조현화랑, 부산(2016)
‘설경’ 조현화랑, 부산(2015)
‘창작의 열쇠’ 서울시립 남서울생활미술관, 서울(2015)
‘바라보다-목안·보자기’ 조현화랑, 부산(2013)
‘진정(眞情)-김종학 희수’ 갤러리 현대, 서울(2013)
‘김종학의 다정’ 갤러리 현대, 서울(2012)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2011)
예화랑, 서울(2008)
조현화랑, 부산(2007)
가나아트센터, 서울(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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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