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 흔들리는 내막 추적-①

‘오세훈 날개짓’ 막았다면 ‘안철수 쓰나미’ 없었을 걸~

[일요시사 =이주현 기자]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당 안팎의 악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시작된 ‘오세훈 날개짓’이 ‘안철수 쓰나미’로 들이닥친 형국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낙마하자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박원순 변호사의 출마선언과 야권단일후보 합의에 도달하자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지난 4년간 굳건히 지키던 대권후보 여론조사 1위 자리를 안철수 원장에게 내어주자 친박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권행보를 가속화 할 예정이었던 스케줄이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뒤엉켜버려 향후 대권행보를 놓고 고심하는 듯 보인다.

주민투표 ‘책임론’ 가시기도 전에 10·26재보선 지원 여부에 촉각
오 시장 낙마, 안철수 바람 등 메가톤급 이슈로 묻혀버린 ‘기고문’

박근혜 전 대표는 추석연휴 뒤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통해 그간 심혈을 기울여 다듬어 온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겠다며 의욕을 보여 왔다. 사실상 대권행보를 가속화하려는 포석을 깔고 본격 가동을 준비해왔던 것이다.
 
특히 복지 등 경제정책과 양극화 대책, 외교통일 안보 등 국정의 다양한 정책 콘텐츠를 부각시켜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문성 부족’이라는 오해를 말끔히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세워왔다.
 
하지만 반(反)한나라당을 노골화한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태풍이 내년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면서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일정부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선거의 여왕’ 출마?
머릿속 복잡해진 박


박원순 변호사와 후보 단일화에 합의하며 출마가 무산되긴 했지만 안 원장의 돌연 출마설은 서울시장 재보선과 여야 정치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이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자 당초 예상했던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보선 지원여부부터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박 변호사는 초반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50%를 넘나드는 안 원장의 지원을 받게 돼 그 파급력은 가히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야권과 단일후보를 내는데 합의해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서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보여 박 전 대표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

박 전 대표로선 내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유력 대선주자로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따른 책임론이 박 전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상황에 만약 이번 선거마저 방관한다면 그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친박계 의원들은 선거구도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박 전 대표가 이런 유·불리를 따져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복지 당론이 먼저 결정되고 그에 맞는 후보가 나설 경우’ 지원에 나선다는 당초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산지역의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익과 손해를 따지지 않는 분이기 때문에 상대가 누구냐와 상관없이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지원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여부는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도 보이고 있다. 자칫 선거지원에 나섰다가 패할 경우 대선 가도에 엄청난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가, 상대 후보의 몸집만 부풀려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야권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난 후 박 전 대표의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신중을 기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
관심 밖으로 밀려 울상

한편 10·26재보선이 내년 대선 못지않은 열기 속에 치러질 것이 기정사실화 되며 박 전 대표가 내놓는 정책들이 여론의 관심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 보여 주변 참모들은 걱정하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가 최근 외국 학술지에 기고한 남북관계 해법 등 안보정책들은 오 전 시장의 낙마와 안철수 바람, 곽노현 교육감 파장, 박태규 입국 등의 메가톤급 이슈로 인해 상대적으로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또한 박 전 대표는 오는 19일부터 10월8일까지 계속되는 국정감사에서 여러 정책을 풀어놓을 전망이었다. 2007년 당내 대선후보경선 패배 때부터 4년여 간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구상해온 정책의 ‘종합판’을 국감을 통해 펼칠 것 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지만, 이런 계획들이 모두 헝클어져 버렸다.

친박계 한 의원은 “사실상 오세훈 전 시장이 박 전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대권행보를 조목조목 끊어놓았다”고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표는 일단 국감에서 나름의 정책행보를 계획한대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조했던 재정건전성 제고와 국민들에게 두루 행복을 제공하는 총론적 복지정책 외에도 지난달 육영수 여사의 추도식에서 언급한 ‘자립, 자활 복지’를 구체화하는 복지각론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두루행복 복지정책’을 구체화하고, 통일 외교 안보정책도 가다듬어 국민들에게 확고한 차기 대통령감임을 각인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예정대로 국감기간 여러 정책을 풀어놓을 것, 정책행보 지속 수행 
4년간 굳건히 지키던 대권후보 여론조사 1위 자리, 안철수에게 내줘


박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가 확정되자 안 교수의 대선후보 출마 여부를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세론’에 일격을 가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대안’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친박계 측은 ‘안철수 저격용 실탄’을 준비하기 시작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나라당 한 수도권 의원은 “강력한 대중적 지지와 실력을 갖춘 경쟁자가 등장함으로써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피해왔던 질문들에 마주하게 됐다”며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도 이런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지난 4일 모여 ‘안철수 돌풍’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 의원은 “지각 변동이 올 수 있다.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교수의 행보에 예의주시하면서도 대세론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현기환 의원은 “‘백마 탄 왕자’라는 일시적 착시현상은 있을 수 있지만 구체적인 정치활동과 정책, 대국민 접촉 등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밝혔다.

이성헌 의원은 “박 전 대표의 경쟁자로 누가 나올 것임을 예측하고, 또 그것을 말릴 수 있겠느냐. 누가 나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대권후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금방 뚝딱거려 되는 것이 아니다”고 평가 절하했다.

김재원 전 의원도 “안 원장은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사라질 인물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본인의 가치가 드러나면 ‘현재 안철수’라는 인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보여질 것”이라고 박 전 대표와 같은 반열에 놓는 것을 거부했다.
 
김 전 의원은 “서울시장으로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대선에 나온다면 힘들어질 것”이라며 “범야권이나 범여권으로 나온다면 치열한 내부 경선과 대결이 있을 것이고, 제3의 세력으로 나온다면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결국 문국현 전 의원처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박근혜 대세론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생겼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반기는 분위기다.

4년 만에 내어준
여론조사 1위 자리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 후 실시한 긴급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이다. 여기서 안 원장이 박 전 대표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단숨에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떠올라 ‘안철수 쓰나미’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간 대선 가상대결에서 4년 동안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박 전 대표를 눌렀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뉴시스>와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6일 안 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 직후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박 전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42.4%의 지지율을 얻어, 40.5%를 기록한 박 전 대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비록 오차범위 내의 격차라고는 하지만 박 전 대표가 1대1 가상대결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후 대권주자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일부 관측이 제기된 수준임에도 이 같은 조사결과가 나타난 것을 감안하면, ‘안철수 신드롬’이 민심을 요동치게 한 것임에 틀림없어 뵌다.

정치에 입문한 바 없으며, 대선 출마도 불투명한 안 원장이 이처럼 단숨에 지지율을 확보한 것은 그동안 ‘정중동’ 행보를 유지해온 박 전 대표에게 커다란 변수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등 야권 모두 민심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틀과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안 원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당분간 기존 정당체제에서 벗어나 현재와 같은 독자적인 ‘제3의 노선’을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역량과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폭 넓은 대중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안 원장이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 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안 원장이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 고착 상태에 접어든 현재의 대선구도를 뒤흔드는 확실한 ‘대항마’가 될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대권구도의 새로운 양강체제,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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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