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역대급 무관심’ 여야 손익계산서

‘흥행 빨간불’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선거 때마다 불었던 바람도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선거는 4000명이 넘는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각 당의 대표 선수들은 현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A(25)씨는 이번 지방선거 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는 상태. A씨는 “우리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이름도 얼굴도 몰라요”라며 “몇 명 뽑는 거예요?”고 반문했다.

#2.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B(36)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후보들의 명함 한 장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하철 출구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들을 많이 봤는데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것. B씨는 “선거철만 되면 지하철 휴지통이 버려진 명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좀 이상하네요”라고 언급했다.

4016명 뽑는데
후보 누군지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 17명을 포함 총 4016명의 주민대표를 선출한다. 서울 노원구병, 송파구을 등 12개 선거구서 재보궐 선거도 열린다. 숫자로 따지면 총 4028명을 뽑는 셈. 각 지역마다 복수의 후보자로 따져도 1만명이 넘는 인원이 선거를 위해 뛰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공천 과정을 거쳐 각 당의 대표선수로 확정된 후보들은 지난 24∼25일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오는 31일부터 선거 전날인 다음달 12일까지 선거 운동에 나선다.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거리는 유세 소리로 가득차고,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격전지를 조명한다. 


후보에 대한 의혹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도 이때다. 공천 과정서 군불을 때며 달궈놓은 열기가 선거운동 기간에 폭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는 군불조차 잘 붙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 때마다 불었던 바람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중요한 선거로 분류되지만 무게감은 다른 두 선거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에 한 번 지방선거 때마다 대형 이슈가 선거판을 이끌었다. 북풍, 안전 이슈 등 지방선거를 뒤흔든 변수가 반드시 존재했다는 뜻이다.
 

바로 직전인 6회 지방선거(이하 6·4지방선거) 때는 세월호 참사가, 5회 지방선거(이하 6·2지방선거)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 선거판을 관통한 화두였다. 2014년 4월16일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일반인 등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전 국민은 국가적 비극을 보며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세월호 참사는 6·4지방선거를 안전이라는 블랙홀에 빠뜨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들은 ‘안전’을 최우선 의제로 내걸었다. 각 정당 역시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공약집에 안전 관련 공약을 첫 머리에 실었다.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국민안전 최우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통합진보당이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마을 만들기’, 정의당이 ‘위험사회에서 생명사회’를 내세운 식이다.


천안함·세월호
선거 흔든 이슈

6·2지방선거 때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2010년 3월26일 일어난 천안함 사건으로 장병 44명이 수장됐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일어난 사건은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국가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풍’ 논란도 제기됐다.
 

북풍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선거판 ‘스테디셀러’다. 국가 안보를 최대 의제로 잡는 보수정당서 선거 때마다 제기하는 이슈다. 최근에는 북풍 이슈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미미해졌지만 6·2지방선거 때만해도 언론은 북한 관련 뉴스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곤 했다.

2주 남았는데 선거 분위기 ‘글쎄’
비핵화·드루킹에 국민 관심 쏠려

하지만 6·13지방선거는 선거판을 뒤흔드는 변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중앙 정부발 대형 이슈가 있긴 하지만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상황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정부의 움직임에 쏠려 있으니 지역 후보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먼저 정상회담 이슈가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2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이 열렸고, 북미정상회담 이슈도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이어진 북핵 문제가 글로벌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이슈는 묻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지난 16일로 예정됐다가 북한이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면서 회담 재개 시기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밀고 당기기로 인한 북미정상회담 재개 여부, 시기 등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인 만큼 지방선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여러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지방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 경제, 민생 등 주민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앙 이슈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중앙선대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서 “남북문제는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아 선거에 결정적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민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를 비롯한 정치 관련 인사들도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지방선거를 잠식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 정부만
지방 실종돼

지방선거의 변수로 작용하리라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선거보다 더 큰 이슈로 변했다. 드루킹 사건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씨(필명 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들이 인터넷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사건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되면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드루킹이 구속되고 김 후보의 보좌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이 금전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심이 커졌다. 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건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야당의 부진도 지방선거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주간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1월1주차부터 4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4월2주차부터는 50%를 돌파, 5월1주차에는 55%까지 치솟았다. 한국당은 10% 초반을 오가고,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독주나 다름없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당지지율은 각 당 후보들의 지지율로 이어졌다. 여론조사를 통한 시·도지사 가상대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대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높은 민주당 ‘이대로∼’
한국당·바미당 ‘뭐라도 해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조사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박원순 49%, 바미당 안철수 17.3%, 한국당 김문수 9.9%로 나타났다. 안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의 반토막 수준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인천은 한국당 후보로 현직 시장이 나섰지만 민주당 후보에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인천일보> 의뢰에 따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54.3%, 한국당 유정복 후보는 20.7%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나마 제주서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근소한 차이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성급한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흔들고 싶어도 야당서 좀처럼 돌파구를 모색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역대급’ 무관심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 당은 현재 상황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당은 말 그대로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면서 투표의 기준이 인물보다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 흥행이 부진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대선을 거친 20∼40대 청장년층이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 결국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논파됐다는 지적이다.

여 유리하지만
야 “아직 몰라”

반면 한국당과 바미당 등 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정이다. 일자리, 취업률, 최저임금 등 민생 경제와 관련한 사안이 산적해 있지만 선거판을 흔들 정도의 바람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을 찾았던 노년층의 투표 열기도 청장년층에 밀리는 모양새다. 그래도 일부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는 보수 성향 지지층)’ 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너무 일방향인 선거 구도가 보수층 결집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 ‘야권 단일화’로 돌파구?

6·13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야권 단일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서 야권이 모색할 수는 후보 단일화라는 분석이다. 역대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단일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야권 일각에선 서울시장 후보인 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미당 안철수 후보간 물밑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김·안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지율이 너무 낮아 ‘울며 겨자먹기’ 식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법상 후보들은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이 자진 사퇴를 하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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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