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역대급 무관심’ 여야 손익계산서

‘흥행 빨간불’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썰렁하다. 선거 때마다 불었던 바람도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다. 이번 선거는 4000명이 넘는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대하는 국민들의 태도는 무관심에 가깝다. 각 당의 대표 선수들은 현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A(25)씨는 이번 지방선거 날짜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는 상태. A씨는 “우리 지역에 누가 나오는지 이름도 얼굴도 몰라요”라며 “몇 명 뽑는 거예요?”고 반문했다.

#2. 인천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B(36)씨는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후보들의 명함 한 장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하철 출구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들을 많이 봤는데 최근에는 거의 없다는 것. B씨는 “선거철만 되면 지하철 휴지통이 버려진 명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좀 이상하네요”라고 언급했다.

4016명 뽑는데
후보 누군지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이하 6·13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 17명을 포함 총 4016명의 주민대표를 선출한다. 서울 노원구병, 송파구을 등 12개 선거구서 재보궐 선거도 열린다. 숫자로 따지면 총 4028명을 뽑는 셈. 각 지역마다 복수의 후보자로 따져도 1만명이 넘는 인원이 선거를 위해 뛰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는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공천 과정을 거쳐 각 당의 대표선수로 확정된 후보들은 지난 24∼25일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오는 31일부터 선거 전날인 다음달 12일까지 선거 운동에 나선다.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거리는 유세 소리로 가득차고,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격전지를 조명한다. 


후보에 대한 의혹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도 이때다. 공천 과정서 군불을 때며 달궈놓은 열기가 선거운동 기간에 폭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는 군불조차 잘 붙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 때마다 불었던 바람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중요한 선거로 분류되지만 무게감은 다른 두 선거에 비해 떨어진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년에 한 번 지방선거 때마다 대형 이슈가 선거판을 이끌었다. 북풍, 안전 이슈 등 지방선거를 뒤흔든 변수가 반드시 존재했다는 뜻이다.
 

바로 직전인 6회 지방선거(이하 6·4지방선거) 때는 세월호 참사가, 5회 지방선거(이하 6·2지방선거)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 선거판을 관통한 화두였다. 2014년 4월16일 단원고 2학년 학생과 일반인 등 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서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전 국민은 국가적 비극을 보며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세월호 참사는 6·4지방선거를 안전이라는 블랙홀에 빠뜨렸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들은 ‘안전’을 최우선 의제로 내걸었다. 각 정당 역시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공약집에 안전 관련 공약을 첫 머리에 실었다.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국민안전 최우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 통합진보당이 ‘안전한 대한민국, 안전한 마을 만들기’, 정의당이 ‘위험사회에서 생명사회’를 내세운 식이다.


천안함·세월호
선거 흔든 이슈

6·2지방선거 때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모든 이슈를 잠식했다. 2010년 3월26일 일어난 천안함 사건으로 장병 44명이 수장됐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일어난 사건은 판세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두고 국가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풍’ 논란도 제기됐다.
 

북풍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한 선거판 ‘스테디셀러’다. 국가 안보를 최대 의제로 잡는 보수정당서 선거 때마다 제기하는 이슈다. 최근에는 북풍 이슈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많이 미미해졌지만 6·2지방선거 때만해도 언론은 북한 관련 뉴스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곤 했다.

2주 남았는데 선거 분위기 ‘글쎄’
비핵화·드루킹에 국민 관심 쏠려

하지만 6·13지방선거는 선거판을 뒤흔드는 변수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중앙 정부발 대형 이슈가 있긴 하지만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닌 상황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정부의 움직임에 쏠려 있으니 지역 후보들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먼저 정상회담 이슈가 선거 기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22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이 열렸고, 북미정상회담 이슈도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부터 이어진 북핵 문제가 글로벌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이슈는 묻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지난 16일로 예정됐다가 북한이 무기한 연기를 선언하면서 회담 재개 시기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밀고 당기기로 인한 북미정상회담 재개 여부, 시기 등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인 만큼 지방선거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여러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지방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지역 경제, 민생 등 주민들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앙 이슈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중앙선대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서 “남북문제는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아 선거에 결정적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민생”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를 비롯한 정치 관련 인사들도 “한반도 비핵화 이슈가 지방선거를 잠식하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중앙 정부만
지방 실종돼

지방선거의 변수로 작용하리라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방선거보다 더 큰 이슈로 변했다. 드루킹 사건은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대표인 김동원씨(필명 드루킹) 등 경공모 회원들이 인터넷서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사건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연루돼있다는 의혹이 함께 제기되면서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드루킹이 구속되고 김 후보의 보좌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이 금전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심이 커졌다. 또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하는 등 정치적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사건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야당의 부진도 지방선거의 흥행을 방해하는 요소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주간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1월1주차부터 4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4월2주차부터는 50%를 돌파, 5월1주차에는 55%까지 치솟았다. 한국당은 10% 초반을 오가고,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독주나 다름없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정당지지율은 각 당 후보들의 지지율로 이어졌다. 여론조사를 통한 시·도지사 가상대결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대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 높은 민주당 ‘이대로∼’
한국당·바미당 ‘뭐라도 해야∼’

조원씨앤아이가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조사해 지난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박원순 49%, 바미당 안철수 17.3%, 한국당 김문수 9.9%로 나타났다. 안 후보와 김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도 박 후보의 반토막 수준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인천은 한국당 후보로 현직 시장이 나섰지만 민주당 후보에 더블스코어로 뒤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인천일보> 의뢰에 따라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54.3%, 한국당 유정복 후보는 20.7%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그나마 제주서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근소한 차이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성급한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 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흔들고 싶어도 야당서 좀처럼 돌파구를 모색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역대급’ 무관심은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 당은 현재 상황을 민감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민주당은 말 그대로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면서 투표의 기준이 인물보다는 정당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 흥행이 부진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대선을 거친 20∼40대 청장년층이 노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 결국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은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논파됐다는 지적이다.

여 유리하지만
야 “아직 몰라”

반면 한국당과 바미당 등 야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실정이다. 일자리, 취업률, 최저임금 등 민생 경제와 관련한 사안이 산적해 있지만 선거판을 흔들 정도의 바람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투표장을 찾았던 노년층의 투표 열기도 청장년층에 밀리는 모양새다. 그래도 일부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여론조사에는 잡히지 않는 보수 성향 지지층)’ 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너무 일방향인 선거 구도가 보수층 결집을 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방선거 마지막 변수 ‘야권 단일화’로 돌파구?

6·13지방선거의 마지막 변수는 ‘야권 단일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서 야권이 모색할 수는 후보 단일화라는 분석이다. 역대 선거에서 후보 단일화는 진보 진영의 전유물이었다. 단일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야권 일각에선 서울시장 후보인 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미당 안철수 후보간 물밑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이 김·안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친 것보다 1.5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지지율이 너무 낮아 ‘울며 겨자먹기’ 식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거법상 후보들은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낮은 후보들이 자진 사퇴를 하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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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