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정부 시민단체 표적사찰 의혹

한 사람 잡으려 63명 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시민단체 사무총장이 구속됐다. 사무실과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기부·후원금 통장 거래내역은 물론 가족과 지인의 개인 계좌도 털렸다.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민원인들이 참고인으로 불려갔다. 압수수색 이전 검찰의 내사가 있었다는 말도 들린다. 사무총장은 검찰에 표적수사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민생대책위)는 서울 영등포구 청과물시장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도로 양옆으로 청과물가게가 늘어선 시장 안에서 사무실은 입구조차 찾기 어려웠다. 한 가게 뒤편에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3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과일 단내가 코를 찔렀다. 좁은 계단에는 쓰레기가 즐비했다.

좁은 사무실
직원 1명뿐

20평 남짓한 사무실은 책상과 컴퓨터, 복사기 등 사무집기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직원이라곤 이 단체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순환씨뿐. 그는 회의실 겸 사용하는 자신의 방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일을 논의했다. 그사이에도 전화는 띄엄띄엄 걸려왔다. 

이렇듯 평범한 시민단체 사무실에 지난 2016년 10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공안부 수사관 10여명이 찾아왔다. 압수수색이었다.

민생대책위는 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를 구제,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 비영리단체다. 지난 2013년 1월 ‘서민과 함께’ 슬로건을 걸고 출범했다. 민생대책위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갑질 사건의 피해자다. 


김씨는 “민생대책위는 서민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이라며 “큰 시민단체가 외면하거나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우리에게 온다”고 했다. 2016년 4월 ‘갑질 민원상담센터’를 시작한 이후 상담 전화는 더욱 늘어났다.

민생대책위는 검찰 고발,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조사 요청, 기업에 직접 질의 등의 방법으로 갑질 피해자 구제에 나선다. 이외에도 2013년 7월 충남 태안서 일어난 ‘사설 해병대 병영체험 사고’ 피해자의 의사자 지정과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갑질 피해자 구제 시민단체
갑작스러운 압수수색 당해

2016년 10월24일 압수수색 직전까지도 민생대책위는 활발하게 활동 중이었다. 10월21일에는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 대해 국기문란, 허위사실 유포, 부정입학 공모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앞서 5월에는 ‘가짜 백수오’ 문제를 두고 한견표 당시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김씨는 압수수색 당시 “처음에는 너무 놀라 대응도 못했다”고 회상했다. 

검찰은 민생대책위 사무실뿐만 아니라 김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 과정서 검찰은 민생대책위 기부·후원금 통장 등을 확보했다. 그리고 압수수색 당일부터 10월28일까지 닷새에 걸쳐 통장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기부자, 후원자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5일 동안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은 전화 조사를 포함, 6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대책위 위원은 물론 민원인도 조사 대상이었다. 조사 자료는 3600여쪽에 달했다. 


검찰서 직접 참고인 조사를 받은 민생대책위 고문 김○○씨는 “담당 검사가 (조사에서)‘왜 이런 단체에 가입했느냐’고 물으면서 사기 단체로 치부하는 듯해 기분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지인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과정서 후원금 30만원을 몰래 내준 적이 있는데, 검찰이 조사 과정서 지인에게 (민생대책위에)왜 돈을 냈는지 물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참고인이 무려…
자료만 3600쪽

사무총장 김씨는 “검찰은 민생대책위 통장뿐 아니라 제 지인과 부모님, 작은 누나의 개인 계좌까지 모조리 털었다”며 “제가 단체 통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돈을 받았다고 의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틀 뒤인 10월26일 김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범죄가 중대하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변호인들은 김씨에게 일정한 주거가 있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의 우려,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구속 사유가 없다고 항변했다. 또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김씨가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점, 당뇨 치료 필요성 등의 사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변호인 측에서 증거로 제시한 김씨의 건강진단서를 보면 그의 혈당 수치는 433mmHg 정도였다.

그러나 김씨는 영장실질심사 다음날인 10월29일 구속됐다. 이후 검찰은 변호사법 위반, 공갈미수, 사기 혐의로 김씨를 기소했다. 

김씨는 ▲환경설비 제조회사 (주)한기실업과 GS건설 간의 사업 수주 합의 과정 ▲육류 가공업 회사 (주)신화, 양곡업 회사 (주)가나안당진알피씨와 (주)롯데유통, (주)롯데상사 간의 하도급 분쟁 ▲산업용 가스 제조업 회사 (주)인성EST와 (주)태광산업 간 기업가치 평가 분쟁 ▲이○○씨의 업무상 과실치상 사건 해결 과정 ▲스마트폰 피해대책위원회 관련 사건 등에서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알선했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또 검찰은 김씨가 한기실업과 GS건설 간 합의가 성사되자 추가로 돈을 받아 내려고 했으나 한기실업이 거절하자 합의를 파기할 것처럼 겁을 줬다며 공갈미수 혐의도 적용했다. 

이○○씨에게 사건 하나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민·형사 사건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후 돈을 이체 받았음에도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도 추가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가 법률사무의 대가로 받은 돈은 8400만원가량이다.

김씨는 당시 검찰이 제기한 공소 내용에 대해 “민생대책위는 2016년까지 200건이 넘는 민원을 해결했다. 그런데 검찰이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60여명을 조사한 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게 고작 6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마저도 시민단체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기업, 기업과 기업 간 분쟁에 개입하는 과정서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돈은 기부·후원 명목으로 받았을 뿐 사적인 용도로 받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사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구속되는 바람에 민원인의 요청대로 진행하지 못했을 뿐, 속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김씨에게 징역 10월에 추징금 1700만원을 선고했다. 한기실업과 GS건설 간 합의 과정서의 공갈미수 혐의, 스마트폰 피해자대책위원회 관련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결났다. 

법원은 그 외 사건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양형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양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쌍방 항고했지만 기각됐다.

변호사법 위반
일부 유죄 판결

김씨는 지난해 8월26일 구속정지 출소했다. 그는 “검찰은 직원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작은 시민단체를 상대로 투망식, 올가미식 수사를 펼쳤다”며 “나와 내 주변을 말 그대로 탈탈 털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11월 한기실업 박○○ 대표를 무고죄로 고소하기에 이른다. 박 대표의 고소장이 허위 내용으로 작성됐다는 주장이다.


쟁점은 돈이 오간 부분이다. 김씨는 박 대표가 먼저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박 대표는 반대로 김씨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내줬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박 대표가 법정서 증언한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김씨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난해 1월 재판 과정서 증인으로 출석해 “고소인(김순환)이 돈을 한 차례도 요구한 적이 없다” “개인 돈으로 어려운 일을 하는 데 경비가 필요한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등의 취지로 진술했다.

변호사법 위반·사기 등 혐의
직권남용으로 담당검사 고발

검찰은 김씨가 박 대표를 무고죄로 고소한 것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씨가 박 대표의 고소 건으로 실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고소 사실과 법정 진술이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없었던 점에 미뤄 허위 내용으로 고소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불기소 처분 이유를 밝혔다.

불기소 처분 의견서에서 눈여겨볼만한 지점은 박 대표가 김씨를 고소한 시점이다. 의견서에 따르면 “(박 대표가) 고소를 준비하던 중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검사로부터 유사한 내용으로 (김씨를)내사 중에 있으니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하라는 전화를 받고 고소하게 된 것이라고 진술한다”는 내용이 있다. 박 대표가 실제 김씨를 고소한 시점은 2016년 8월23일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기 두 달 전이다.

불기소 처분 의견서대로면 검찰은 박 대표의 고소가 들어가기 전 이미 김씨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박 대표는 지난 3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순환씨가 나를 고소한 게 먼저다. 그래서 나도 대응 차원으로 고소한 것 뿐”이라며 “남부지검에 고소장을 넣었더니 검찰에서 연락이 와 조사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조사를 받는 과정서 검사가 자체적으로 (김씨에 대해)내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진정서나 진술서 같은 뭔가 두꺼운 자료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민생대책위는 한기실업과 GS건설의 합의 이후 진행과정서 한기실업이 면허 대여, 임대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8월18일 박 대표를 사기, 면허 불법 임대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김씨는 불기소 처분 의견서를 보고 검찰이 자신을 불법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3월 남부지검에 검찰 내사 내용, 사건 인지 원인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검찰이 박 대표의 고소 전 이미 사건을 인지해 조사하고 있었다면 어디서 진정이나 고소가 들어왔는지 명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부존재’ 즉, 김씨가 청구한 정보 내역을 찾을 수 없다고 답했다.

내사 기록
“정보 없다”

김씨는 지난달 당시 담당 검사를 직권남용, 불법사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담당 검사가 자신을 비공식적으로 내사하던 중 뚜렷한 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2016년)8월 중순경 박 대표에게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전화로 종용, 지시했다며 이는 불법사찰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고소장이 접수됐으면 수사가 이뤄질 것이고, 수사기관서 절차에 따라 진행할 일”이라며 “이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은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검찰은 도대체 왜?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이하 민생대책위) 사무총장 김순환씨는 2016년 10월29일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징역 10개월에 추징금 1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감방에 있는 동안 ‘내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고초를 겪고 있는 걸까’를 계속 생각했다”며 “30년 가까이 시민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이 정도로 심하게 수사 받을 만큼 잘못을 저지른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출소 후 백방으로 주변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대책위 위원, 기자,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조합해 내린 결론은 이랬다. 그는 “2016년 5월 가짜 백수오 파문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고발한 적이 있다”며 “그 일이 단초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짜 백수오 파문은 지난 2015년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된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서 식용이 금지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민생대책위는 한국소비자원의 성급한 발표가 소비자와 재배농가, 제조사, 판매사 등에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면서 한국소비자원 원장을 직권남용, 허위사실 유포, 영업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김씨는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인 중에 있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지난해부터 여러 의혹에 대해 공공기관에 진정서와 질의를 넣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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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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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