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구의역 사고가 뭐?” SH공사 회의록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5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수리공이 전동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흔한 지하철역 중 하나였던 사고 현장은 비정규직의 적나라한 작업 실태를 온 세상에 알렸다. 총체적 관리 부실이 앗아간 목숨에 자녀세대는 동질감을, 부모세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죽음을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으로 치부했다. SH공사 본부장급 내부회의서 나온 발언이다.

때론 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 전체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런 죽음의 이면에는 사회의 망가진 부분이 있다. 사회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죽지 않았을 목숨이라는 뜻이다. 2016년 5월 지하철 2호선서 일어난 사망 사고 피해자도 그중 하나였다. 10대 비정규직 수리공은 부실한 작업환경의 희생양이 됐다.

10대 직원 죽음
작업 환경 민낯

2016년 5월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5시57분 직장인들의 퇴근 러시가 한창이던 때였다. 9-4 승강장서 작업 중이던 19세 김모군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김군은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협력업체인 은성PSD 소속 비정규직 수리공이었다.

이날 사고에 전 국민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김군의 가방서 밥 대신 먹으려던 컵라면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사고 현장인 9-4 승강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었고 사고 다음날이던 김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두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20∼30대 젊은 세대는 ‘누구나 김군과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데 동질감을 느끼고 분노했다. 자녀를 일터에 보내고 마음 졸이던 부모세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김군의 상황에 가슴 아파했다. 실제 추모 현장에는 음식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군의 모친은 장례식장을 찾은 시민들을 향해 절을 올리며 “우리 아이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 먹지도 못 하고 뛰어다니다 자기가 안전하지 않은 줄은 몰랐다”며 “엄마 대신에 과자, 즉석밥에 생일 케이크까지 갖다 주신 은혜,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6년 10대 수리공 사망
전 국민 깊은 슬픔 잠겨

스크린도어 수리 중 발생한 사망 사고는 구의역서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서 같은 이유로 수리공 두 사람이 죽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이 나왔지만 결국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과정서 구의역 사고가 개인의 과실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시민들은 10대 수리공의 죽음이 헛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전임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SH공사 사장을 맡고 있던 변창흠 전 사장은 김군의 죽음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2016년 6월30일, 구의역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는 변 전 사장, 건설안전사업본부장, 하자관리부장 등이 참석했다. 

변 전 사장은 이날 회의 도중 구의역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잖아요”라며 “마치 (박원순)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추모 열기
음식 놓아두기도

이어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날아간 셈”이라며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구의역 사고가 김군 개인 과실로 일어났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SH공사서 본부장 회의가 있던 6월말 경에는 구의역 사고의 배경이 개인보다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나던 시기다.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 조항 때문에 김군은 사고 당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당시 김군은 구의역 외에도 을지로4가역의 고장 신고도 처리해야 했다. 

구의역서 을지로4가까지는 9개 구간, 시간상으로 18∼20분가량이 걸린다.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가 오후 5시20분에 접수됐으니 김군은 6시20분까지 구의역 수리를 마치고 그곳에 가야 했다.

과중한 업무부담은 2인1조의 근무수칙을 유명무실로 만들었다. 서울메트로는 은성PSD가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가 허위로 꾸며 왔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와 해당 역 측에서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연이어 반복된 사고에도 안일한 인식을 고수하던 서울메트로의 행태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일 김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나흘 만인 5월31일 유족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했다.

개인 책임 말했던
서울메트로 뭇매

당시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은 사과문을 통해 “사고 당일 경황이 없는 상황서 직원들의 진술만을 가지고 그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가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정을 총괄하는 박원순 시장의 행보 역시 도마에 올랐다. 박 시장은 사고 발생 3일 만에야 사고 현장을 찾아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고 발생 다음날인 5월29일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 경기의 시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으로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SH공사 측은 변 전 사장이 지난해 11월 퇴임한 전임 사장임에도 적극 비호했다. SH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안전을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마지막 부분이 변 전 사장이 하려던 말의 요지”라고 말했다.

당시 변 전 사장은 문제의 발언 말미에 “하여튼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연습도 해보고 체크도 해보고 해서 조금의 실수 이런 게 없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현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질책 받을 수 있지만 변 전 사장은 임기가 끝난 지 한참 된 분”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2년 전 내부 회의록을 밖으로 유출하고 이슈화하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변 전 사장은 회의 때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변 전 사장은 지난 1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제 기억으로는 구의역 사고가 난 뒤 언론을 통해 (서울메트로가)엄청나게 비판을 받았다”며 “우리(SH공사)도 공사 현장이 40군데가 넘고 임대주택을 20만채 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잘못이 있어도 누구 잘못인가는 무관하게 관리 기관으로서 엄청나게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서(구의역 사고를) 언급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누구한테든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면서도 “공기업에선 누구의 잘못과 무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지난해 5월28일 사고 1주기에는 정치권서 일제히 추모 논평이 나왔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사고 1주기 당시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안전 당부하면서
경각심 차원 주장

그 사이 구의역 사고 2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스템 손질과 구조 혁신에 대한 목소리는 현저히 작아졌다. 구의역 사고 1주기 추모제에도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구의역 사고는)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태면 제2, 제3의 구의역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자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 누구? ‘박원순 시장 최측근’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은 1996년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으로 3년간 재직했다. SH공사 출범 이후 공사 출신 첫 번째 사장으로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사장을 논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을 빼놓긴 어렵다. 그는 2011년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 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서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고, 2014년 선거 당시에도 정책 라인을 담당했다.

변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내부에선 SH노조가 변 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서 제기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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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