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어린이집 ‘유통기한 파문’

10일 지난 요구르트 한 달이나 지난 찐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동이 피해자인 사건사고는 일반적인 경우에 비해 반향이 크다. 특히 어린 자녀를 맡긴 어린이집서 학대 행위가 발견되면 분노는 더욱 커진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재 국공립 A어린이집서 허술한 급식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어린이집과 강서구청 모두 재발방지를 말했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저희 원장님은 아이들을 별로 안 좋아하세요.”

A어린이집 보육교사 B씨의 말이다. B교사는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A어린이집서 일어난 숱한 일을 폭로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간식 유통기한 경과 문제는 일부일 뿐이라고도 했다. 대체 A어린이집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허술한 급식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게 제공한 급식을 사진으로 찍어 커뮤니티 등에 매일 공개한다. 식단은 한 달 전에 이미 짜여 있다.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서 올린 사진을 통해 ‘오늘 내 아이가 이런 음식을 점심 혹은 간식으로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A어린이집도 마찬가지다. A어린이집은 ‘하루 급식 사진’을 날짜별로 포털 사이트 카페에 올렸다. 오전·오후 간식과 점심 메뉴를 촬영한 사진이다. 


3월20일에는 오전 간식으로 채소스틱과 떠먹는 요구르트, 오후에는 국물 쌀 떡볶이가 간식으로 나왔다. 점심은 발아현미밥, 쇠고기 양파국, 치즈달걀말이, 브로콜리 초무침, 배추김치로 구성됐다.

문제가 불거진 메뉴는 오전 간식으로 나온 떠먹는 요구르트. 3월20일 급식이지만 해당 메뉴의 유통기한은 3월11일로 돼있다. 유통기한이 열흘 정도 지난 음식이 아이들 간식으로 나온 것이다. 그것도 학부모에게 공개되는 사진에 찍혀있다. 

문제의 간식은 7세반 아이들에게 일부 제공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한 사람이 즉각 문제를 제기했다.

학부모 C씨는 “어린이집서 구입한 음식은 유통기한 상관없이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다”며 “유통기한이 10일이나 지난 음식을 아이들에게 내준 이유는 무엇이고, 그걸 학부모에게 공개되는 사진에 버젓이 올려놓은 의도가 뭐냐”고 분노했다. 

A어린이집을 관리·감독하는 강서구청에도 민원이 들어갔다.

두 달 새 부실 급식 두 번
허술한 관리 도마에 올라

A어린이집 원장은 “그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4일 A어린이집 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해당 문제는 한 보육교사의 실수로 불거졌고 자신 역시 부주의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서구청 생활복지국 여성가족과 관계자도 지난달 29일 원장의 답변과 동일한 내용으로 민원에 답했다. 

구청 관계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떠먹는 요구르트는 보육교직원의 부주의로 3월20일 간식으로 제공됐다”며 “시정명령 행정처분이 1∼2주 안에 나갈 예정이고, 매일 A어린이집에 점검을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영유아보호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에게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균형 있고 위생적이며 안전한 급식을 해야 한다(33조). 또 급식 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을 경우 관계 행정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 또는 고발할 수 있다고 돼있다(제42조2).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다(제44조). 이뿐만 아니라 급식 기준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다면 어린이집 원장의 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제46조). 

강서구의 또 다른 어린이집 관계자는 “급식은 아이들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이라 학부모가 매우 민감하게 생각한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간식으로 줬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A어린이집서 급식 관련 문제가 발생한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30일 A어린이집 오전 간식으로 만두가 나왔다. 학부모에게 미리 공개된 식단에 없는 메뉴였다. 만두에 대한 민원이 구청에 접수됐다.

민원인은 “(카페에 공개된)급식 사진을 보니 만두가 엄청 오래된 느낌”이라며 “식단을 갑자기 바꾼 것도 모자라 남은 음식을 처리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구청은 “(만두의) 유통기한은 지나지 않았으나 가급적 냉동실 보관은 삼가고 바로 조리할 것을 행정지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B교사가 털어놓은 사실은 좀 더 충격적이었다. 

“만두는 냉장보관을 했고 유통기한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낫지만 함께 나간 찐빵은 유통기한이 이미 지났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구청에 민원이 들어간 만두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도 문제가 있던 것이다.

B교사에 따르면 당시 간식으로 나온 찐빵은 12월 2∼3주 식단에 올랐던 음식이다. 비닐봉투에 쌓여 냉장고 구석에 있던 찐빵은 한 달도 훌쩍 지난 1월 말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제공됐다. B교사는 “2월2일에 구청서 급식 관련 점검을 한다고 미리 고지된 상황이었다”며 “1월30일에 냉장고 정리를 한 게 맞다”고 폭로했다.

원장 “보육교사 실수”
구청 “매일 점검 중”

B교사는 A어린이집서 일하면서 급식 관련 문제를 자주 경험했다고 전했다. B교사에 따르면 A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은 적은 양의 음식과 간식을 가지고 나눠 먹은 일이 많았다. 심지어 보육교사들이 먹을 밥이 부족해 라면을 끓여 먹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B교사는 “원장님은 늘 애들이 결석할 거라면서 밥을 조금만 하라고 지시하셨다”며 “이번에 문제가 된 떠먹는 요구르트도 정상(유통기한 내)요구르트가 부족해 남은 걸 주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나나 반송이(5∼6개)를 한 반(15명가량)이 나눠 먹은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A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급식 관리에 불만이 있어도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소위 말해 원장에게 ‘찍히면’ 다른 어린이집으로 이직하는 일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떠먹는 요구르트 문제가 불거지고 A어린이집 원장은 ‘내부고발자’를 찾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 관계자가 민원인 이름을 알려줬다는 소문도 돌았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민원인 인적사항을 밝힌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A어린이집 교사 D씨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A어린이집에선 예정에 없던 긴급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서 A어린이집 원장은 ‘폐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언론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D교사는 “구청서 원장님에게 ‘기자가 전화할 거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며 “마치 협박하듯이 말을 잘하라고 해서 기분이 몹시 나빴다”고 말했다.

말 맞추기?


국공립 어린이집은 ‘입소하기가 바늘구멍 뚫기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맞벌이를 한다. 어린이집서 제공하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학부모 C씨도 “(떠먹는 요구르트) 사진을 보기 전까지 어린이집 급식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린이집 식자재 유통기한 경과 흔한 일?

한국보육진흥원으로부터 평가인증을 받은 어린이집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는 최근 5년(2013∼2017.6) 동안 3589건 발생했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은 국가가 지정한 평가인증지표를 기준으로 보육의 질적 수준을 점검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지난 2013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평가인증 어린이집 불시 점검을 통해 전체 7509곳 중 절반이 넘는 4160곳(54.8%)서 5288건의 부적절 사례가 적발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67%가 유통기한 경과 식자재 문제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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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