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보텍-원주시청 커넥션 의혹

상장폐지 위기 몰린 ‘문재인 테마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구속됐다. 표면상 혐의는 업무상 횡령. 주가는 폭락했고 주주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회사는 대표 개인의 행위로 사안을 좁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지자체와 기업의 정경유착 의혹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6일 코스닥 상장사인 뉴보텍 한거희 대표의 구속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의 조사를 받던 한 대표가 25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다. 원주지청은 지난달 22일 한 대표를 소환 조사하던 중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 다음날 그를 긴급체포했다.

조사 받다
긴급 체포

한 대표의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거래소 코스닥 시장본부는 뉴보텍에 현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따른 구속수사설의 사실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을 조회공시 하도록 요구했다. 

조회공시는 풍문이나 보도가 있거나 주가 및 거래량이 급변할 때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들을 대신해 확인을 요청하는 공시다. 기업은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날로부터 1일 이내에 직접 공시하고 거래소에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한 대표 구속 보도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가 이어지자 뉴보텍 주가는 전일 종가(23일) 2445원에서 1715원(-29.9%)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주주들은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한 대표의 횡령 혐의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보텍은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당일 한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 대표의 구속 수사) 사실 인지 후 우선적으로 횡령 혐의 발생 금액에 대한 빠른 조사와 회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 대표의 횡령 혐의 금액은 8억7782만원이다. 뉴보텍은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횡령 금액인 8억7782만원 중 3억원의 회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한 대표 소유 주식으로 대물변제 받아 횡령 혐의 금액 전액을 변제하기로 했다”며 “대물상환계약서 및 상환 위임장을 수령했다”고 공시했다.

뉴보텍 공시 이후 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상장 규정 제38조2항제5호 나목 및 시행세칙 제33조제11항제2호에 의거, 횡령으로 인한 상당한 규모의 재무적 손실 발생여부 등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하기 위해 뉴보텍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한다”며 “실질심사 대상 해당여부에 관한 결정시까지 매매거래 정지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질심사는 상장기업 중 자격기준에 미달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다. 매출액이나 시가총액 미달 등 양적 기준보다는 횡령·배임 등 경영투명성에 문제가 생긴 기업을 골라내기 위함이다. 

상장사 주요 임직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하면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코스닥시장에는 2009년 2월부터 도입됐다.

뉴보텍은 대표의 횡령 혐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에는 한 대표의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해 그가 소유한 5억7782만원 규모의 자사주 23만6328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1주당 취득가액은 2445원이다.


경영진 횡령
이후 조치는?

문제는 한 대표의 혐의가 횡령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뉴보텍에서 원주시청으로 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뉴보텍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 A씨는 “지난해 10월 뉴보텍과 대리점 등 두 곳서 ‘뉴보텍이 관급계약을 따기 위해 원주시청에 돈을 줬다’는 내용의 첩보가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뉴보텍은 강원도 원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뉴보텍은 환경관련 배관자재(플라스틱 상·하수도관) 제조와 판매업을 영위할 목적으로 1990년 11월 설립됐다. 당시 사명은 강원프라스틱으로, 2000년 4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2002년 2월1일 코스닥에 상장됐고 5일 거래가 시작됐다. 한 대표는 2009년 4월 취임해 구속 전까지 뉴보텍의 경영을 총괄 관리해왔다.

주요 사업은 상·하수도관 제조업과 화장품 마스크팩 및 마스크팩 시트 제조업 등이다. 창립 후 줄곧 상·하수도 사업을 주력으로 해왔다. 원주와 전남 나주공장서 상·하수도관, 빗물저장시설,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공법 등을 다룬다. 

지난해에는 화장품 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마스크팩 등 생활용품은 경기도 화성공장서 제조한다. 이외에도 서울사무소, 강원지사, 전북지사 등 전국 시·도에 사무소가 있다.

뉴보텍의 매출은 상·하수도 사업서 주로 발생한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상·하수도 사업서 99.6%, 화장품 등 생활용품 사업서 0.4%의 매출이 나왔다. 전국 상·하수도 사업소와 지방자치단체, 대형건설사를 주요 고객으로 플라스틱 상·하수도관과 그 부속 자재를 생산, 공급한다.

한거희 대표 횡령 혐의로 구속
주가폭락·거래정지 주주 멘붕

뉴보텍이 가지고 있는 기술 중에서는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 공법이 첫손에 꼽힌다. 비굴착 공법은 낡은 하수관을 개·보수할 때 도로를 파헤치지 않고 로봇이나 튜브 등을 이용해 기존 하수관 안에 새로운 관을 넣는 방식이다. 

포탈사이트 네이버 증권에 따르면 뉴보텍은 2009년 말부터 신규로 비굴착 상·하수도관 갱생(보수)사업에 진출했다.


2014년 9월에는 비굴착 관로 보강용 고정부재 및 이를 이용한 관로 보수 방법에 대한 특허권 취득에 대해 공시하기도 했다. 당시 뉴보텍은 기존 상·하수도관 비굴착 갱생공법에 해당 기술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990년부터 28년여간 쌓아온 기술과 노하우는 뉴보텍이 지역에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자체에 관급자재를 납품하는 것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와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대금지급이 깔끔하고 사급공사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이다.

원주시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약현황을 보면 뉴보텍은 2014년 2월6일부터 올해 3월11일까지 254건의 물품 관련 계약을 맺었다. 3월11일 계약의 경우, 계약명은 ‘정산1리 살구나무골 외 2개소 배수로 정비공사 관급자재(경질폴리염화비닐관 TS관) 구입’, 계약유형은 ‘관급자재 구매’, 계약방법은 ‘일반경쟁’이다.

지난해 12월5일 원주시청은 뉴보텍과 PVC이중벽관 구매계약을 맺었다. 간현관광지 피톤치드 국민여가캠핑장 조성사업을 위해서다. 역시 일반경쟁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해 8월8일에는 금강아미움∼벽산블루밍간 도로개설공사를 위한 PVC관 구매계약을 진행했다.

시청과 계약
내역서 보니…

84건의 계약에서 본청은 뉴보텍에 PVC이중벽관, PVC관, PVC이중벽관 이음관 등을 구매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147건의 계약서 급수시설 개량공사에 필요한 아사파이프, 수도시설 설치공사에 들어가는 HIVP관 등을 뉴보텍서 공급받았다. 


이외에도 읍·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물품계약이 있었다.

뉴보텍 관계자 A씨는 “최근에는 대부분의 상·하수도 공사에 비굴착 공법을 사용한다. 비굴착 공법은 업체마다 갖고 있는 기술이 다르다. 그렇기에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마음먹으면 설계 단계부터 해당 업체의 기술이 들어가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원주시청 관계자는 뉴보텍 측에서 원주시청에 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뉴보텍과 원주시청의 유착 의혹은 대리점과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한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 원주뿐 아니라 전북 지역서 또 다른 유착 의혹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 수사가 확대되면 한 대표는 물론 뉴보텍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횡령 혐의, 원주시청 유착 의혹 등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현재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는 2006년 ‘주식회사 이영애’ 사건으로 동생 한승희씨가 대표 자리서 물러난 이후 공동대표를 거쳐 단독대표가 됐다. 동생 한씨는 당시 사건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옥고를 치렀다.

한씨는 2014년 출소 이후 아내가 바뀌고 인감이 변경됐으며 특허를 빼앗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요시사> 1157호, “아내까지 바꾸고…” 뉴보텍 전 대표의 충격고백) 그는 수감생활 동안 뉴보텍 전 직원이 아내로 둔갑했고, 형수(한 대표의 아내)가 자신의 인감을 바꾸는 등 이상한 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의 배후에 형인 한 대표가 있다는 의혹을 품었다.

원주시청으로 돈 흘러간 의혹
“관급공사 수주용” 첩보와 증언

한씨는 한 대표가 뉴보텍에 들어오기 전 정치활동을 할 때 경영진에 합류하는 과정서 자신의 도움이 컸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변두리에 있던 한 대표에게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한 대표를 경영에 합류시키기 위해 아버지를 통해 당시 대표로 있던 사촌형을 사임하게 하는 등 한 대표의 뉴보텍 입성 과정서 자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대표의 이력은 뉴보텍 경영권을 쥐기 전까지 사업보다는 정치 분야에 치중돼있다. 전북 순창고 출신인 한 대표는 1982년 건국대 학사, 1984년 건국대 대학원을 거쳐 2007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1999년 11월부터 2001년 9월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역임했다. 당시 비서실장은 한광옥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이었다. 뉴보텍 관계자 A씨는 “한 대표와 한광옥 전 비서실장 사이에 인연이 깊다”고 귀띔했다.

2001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 비서실 차장, 2003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2004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청년위원장 등 당시 한 대표의 행보는 정치권을 맴돌았다. 

그러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중앙정치로 진출을 꾀했다. 그는 2004년 4월 총선서 새천년민주당 서울 관악갑 후보로 나섰으나 1만3000여표(9.97%)를 얻어 열린우리당 유기홍,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한 대표는 2009년 6월 뉴보텍 대표 취임 이후 진행한 <강원도민일보>와의 인터뷰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을 때 정치의 냉혹함, 민심이란 얼마나 무섭고 차가운 것인가. 한편으로는 서민의 애환을 체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해당 인터뷰서 2006년 정치를 떠났다고 말했지만 현재까지도 그의 이력에는 여전히 정치색이 묻어난다.

정치권 맴돌다
결국 철창신세

한 대표는 2012년과 2017년 두 번의 대선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서 직책을 맡았다. 18대 대선에서는 강원도 선대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015년 한 언론매체는 뉴보텍을 문재인 테마주로 꼽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권과 대권 선호도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받고 있던 때였다.

2016년 4월 총선 이후에도 뉴보텍 주가는 폭등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서 승리하면서, 한 대표의 선대위 활동 이력이 영향을 미친 결과다. 지난해 5·9대선서도 한 대표는 민주당 선대위 중소기업특별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그 영향은 뉴보텍을 또 한 번 문재인 테마주로 부각시켰고 주가는 급등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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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