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촌오거리’ 이후…대기 중인 재심 사건들

억울한 옥살이, 그리고 험난한 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가짜 범인이 형기를 다 채울 때까지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거짓 자백을 했던 15살 소년은 올해 34세가 됐다. 공권력의 강압과 폭력은 가공된 살인범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사건의 진범이 법의 철퇴를 맞았다.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전국 익산시 약촌오거리서 택시기사가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사건이다. 사건의 최초 목격자였던 최모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10년형을 받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18년 만에…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은 최씨의 억울한 옥살이에 일조한 공범으로 지목된다. 당시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격분한 나머지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택시기사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최씨가 입고 있던 옷과 신발서 피해자의 혈흔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 등 증거가 부족했지만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그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법원은 1심서 정황 증거와 진술만으로 최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서 10년으로 감형됐지만 최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경찰과 검찰은 2003년 이 사건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들어온 것. 진범 김씨 역시 수사 초기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김씨의 친구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범인이 이미 검거돼 복역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그 사이 김씨와 친구는 진술을 번복했다. 김씨는 이혼한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목적으로 허위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구체적 물증이 부족하고 사건 관련자의 진술이 번복됐다는 점을 들어 검찰은 김씨에게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확정 판결 뒤집기 어렵지만…
나라슈퍼·택시기사살인 무죄

진범 김씨는 2016년에 이르러서야 붙잡혔다. 만기 출소 이후 상심에 빠져 지내던 최씨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경찰의 폭행과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 2016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였다. 

검찰은 최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지 불과 4시간 만에 진범 김씨를 체포한 뒤 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대법원 3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박 변호사는 “뒤늦게나마 진실이 밝혀지고 단죄가 이뤄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경찰과 검찰, 법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재심>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소재로 했다. 영화는 사건 자체보다 살인범으로 몰린 현우(강하늘 분)가 이준영(정우 분) 변호사를 만나 누명을 벗는 과정을 따라간다. 영화서 그린 재심 과정은 험난하다.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 오인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 오류를 시정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박 변호사는 재심 재판 과정서 “당시 경찰이 청소용 밀걸레자루로 (최씨를)폭행하는가 하면 조사를 이유로 수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아 최씨가 범행을 인정했었다”며 강압에 의한 허위 자백을 주장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서 일어난 강도치사 재심 사건에 대해서도 2016년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박 변호사가 두 사건서 연달아 승소하고, 사법 사상 최초로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을 이끌어 내면서 재심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박 변호사는 친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의 재심 결정도 이끌어냈다. 무기수 김신혜 사건은 2000년 3월에 일어났다. 

전남 완도 정도리 버스정류장 앞에서 김씨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리고 이틀 뒤 경찰은 존속살해 혐의로 김씨를 체포하고 검찰은 여기에 사체유기 혐의를 얹어 기소했다. 2001년 3월 대법원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후 김씨는 노역도 거부한 채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의 재심도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지난 2015년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김씨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을 받아들였다. 당시 법원은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항고했지만 지난해 2월 광주고법은 이를 기각한 상태다.

김신혜 사건 재심 결정
4·3 수형인 재심 청구

제주 4·3 수형 생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 청구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19일 폭도로 내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 생존자 18명은 제주지방법원 민원실을 찾아 ‘4·3 수형 희생자 불법 군사재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다.
 

18명은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와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서 내란죄 등의 누명을 쓰고 최소 1년서 최대 20년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영장 없이 임의로 체포됐고, 재판절차 없이 형무소로 끌려갔다. 이송된 후에야 자신의 죄명과 형량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심청구 소송은 지난 2월5일, 지난달 19일 등 2차 재판까지 진행됐다.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에 연루됐다고 폭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정 전 의원은 국회 정론관서 진행한 기자회견서 “저는 11년 전 ‘이명박이 옵셔널벤쳐스 주가조작 및 자금 횡령 등의 공범이다’ ‘이명박이 다스와 BBK의 실소유자다’ ‘이명박은 김경준과 공범이므로, 김경준과 함께 처벌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다시 보는 전말

검찰과 법원은 정 전 의원의 주장을 허위사실로 판단, 1년의 징역형과 피선거권 박탈 10년 선고했다. 

그는 “MB 구속으로 그 반대편에 서있었던 저는 무죄라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한다”며 “역사의 법정은 물론 현실의 법정에서도 무죄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은 동시에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에 대한 형사고발과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조치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약촌오거리’ 피해자 보상은?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진범 김모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2000년 사건이 일어난 지 무려 18년 만에 진범이 법의 단죄를 받았다. 

그러나 그 사이 살인범으로 내몰렸던 최모씨는 10년을 꼬박 채워 만기 출소했다.

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보상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에는 형사보상제도라는 게 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사람에게 국가가 돈으로 보상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최씨는 형사보상금으로 8억4000만원을 받았다. 5%는 사법 피해자 조력 단체에, 5%는 진범 체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황상만 반장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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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