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미투 운동’이 낳은 신풍속도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미국서 발생한 메가톤급 ‘허리케인’이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해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Me too)운동’ 얘기다. 최근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미투 운동의 범위가 정계까지 확산됐다. 미투는 한국서 시작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를 야기했다. <일요시사>가 미투 운동이 바꾼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불거졌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전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이자 유명 배우들이 넘치는 할리우드서 무려 30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 한 세대에 걸쳐 감춰져 있던 진실은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인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의 연대가 영화계 거물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내기에 이른다.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은 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나도 그랬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Me too)를 달아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됐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성폭행 피해 고백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법조계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기세로 번져나갔다.

문화‧예술계는 시작이었을 뿐, 두 달 만에 방송연예‧종교‧정치 등 각계각층에 미투 바람이 불었다. 지난 5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현직에 있던 자치단체장이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유력 정치인이 몰락히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관계서 우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지사-비서, 연출가-배우, 감독-배우, 협회 고위 간부-코치, 중견배우-신인배우, 원로시인-신인 작가 등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쪽이 피해자가 됐다.

두 달 만에 가해자 40여명 지목
문화예술계에서 정계까지 확산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을 통한 피해자들의 고발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갑질 문화가 만연한 현 사회 구조상 약자가 강자의 행위를 외부에 폭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 이에 지지를 표명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실제 안 전 지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였던 김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안 전 지사)가 가진 권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월26일 서 검사의 검찰청 ‘이프로스’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7일 기준으로 41일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가해자로 지목돼 언론에 오르내린 인물은 각계각층의 40여명이다. 하루에 한 명 꼴로 터진 셈이다. 먼저 터진 사건이 뒤늦게 거론된 일에 묻히는 형국이다.
 

미투 운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문제 제기를 넘어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달 2일 전국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지를 표명한 응답자가 74.8%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과 계층서 지지 여론이 우세했고, 여성(76.2%)에서 지지 응답률이 다소 높았지만 남성 역시 73.3%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고양 일산킨텍스서 열린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대부분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당장 지위를 잃은 것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나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성범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향후 회복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각계각층서
하루 한 명꼴

이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폭로를 인정할 경우 빠른 사과와 자숙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만 거론돼도 입장문이 나올 정도로 대응이 빨라졌다. 반대로 고발이 사실이 아니라면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미투 운동에 가해자로 거론되는 게 평판이나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미투 운동에 대응하는 반대급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의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초대형 블랙홀로 확대된 만큼 반작용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의 등장이다.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서 아내 외의 여성들과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만나고
말 안하고

이처럼 성 관련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여성과의 교류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이다. 일부 기업에선 펜스 룰을 과하게 해석해 채용 과정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여자 직원과 밥 먹기도 무섭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날까 봐 말도 안 걸고 있다” “가끔 동료들과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 바로 집에 가야할 것 같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상황1. A씨는 전 직원이 10명 정도인 중소기업서 일한다. 외근 나갈 때를 제외하곤 전 직원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미투 운동 이후 남녀 따로 식사를 하게 됐다. 어쩌다 같이 먹더라도 상을 나눠 쓸 정도로 데면데면해졌다.
 

#상황2. 대학생 B씨는 조별 수업을 위한 조 편성을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남녀 섞어서 조를 구성하라고 권유했던 교수님도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으로 조를 짜는 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녀가 섞인 혼성 조는 카페 등 탁 트인 곳에서 만난다. 도서관 스터디 룸을 남녀 둘이 사용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상황3. C씨는 전 직원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상사의 공지 전달과 직원들의 의견 공유, 경조사 인사 등 여러 주제의 대화가 버무려졌던 단톡방은 사무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고 있다.

반작용으로 ‘펜스 룰’ 등장
“여성차별” vs “자기방어”

#상황4. 노래방 주인 D씨는 요즘 갑자기 끊긴 손님에 어리둥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회사에서 회식을 하러 왔는데 최근 급격하게 뜸해졌다. 알고 보니 회사서 단체회식을 자제하고 있던 것. 회식을 하더라도 1차서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일이 늘어났다고 했다.

#상황5. 평소 E씨는 부하 직원의 업무는 물론 사적인 고민 상담도 잘해주는 상사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사내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가능하면 짧게 얘기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상황6. 중소기업 사장인 F씨는 채용 과정서 여성을 뽑아야 할지 고민이다. 미투 운동에 연관되면 기업 이미지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인데, 애초에 불안요소를 만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위에 언급된 상황들은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사례로 올라왔거나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 일부 남성들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여성과의 관계 단절을 통해 미투 운동을 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차별과 방어라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과 문제가 되기 전에 먼저 조심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펜스 룰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쪽은 “여성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예비 성범죄자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반면 펜스 룰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선의로 한 말이나 호의를 표현하는 것도 성희롱으로 비쳐질 수 있는 민감한 상황서 여성과 거리를 두는 게 자기방어 차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 불거졌던 미국서도 펜스 룰 논란은 뜨겁다. 남성 고위 임원급 간부들이 여직원을 피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기업서 고위급 간부는 남성이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이 여성의 사회 진출, 승진 기회를 앗아가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 책임자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을 한 몇몇 권력층 남성들이 직장을 잃었고, 일부 남성들은 펜스 룰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고 했다. 이어 “여성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게 성희롱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면 이는 여성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펜스 룰은 여성들이 직장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펜스 룰이 문제 해결의 근본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문제의 본질을 그저 피하기만 하는 방법은 결국 남녀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유리천장
두꺼워질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며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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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