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미투 운동’이 낳은 신풍속도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해 미국서 발생한 메가톤급 ‘허리케인’이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해 온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Me too)운동’ 얘기다. 최근 유력 정치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미투 운동의 범위가 정계까지 확산됐다. 미투는 한국서 시작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변화를 야기했다. <일요시사>가 미투 운동이 바꾼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불거졌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전 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이자 유명 배우들이 넘치는 할리우드서 무려 30년간 성폭력을 저질렀다. 한 세대에 걸쳐 감춰져 있던 진실은 단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인해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용기를 얻은 피해자들의 연대가 영화계 거물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내기에 이른다.

사회 전반에
미투 운동

전 세계를 뒤흔든 미투 운동은 배우 알리사 밀라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나도 그랬다’는 뜻의 Me too에 해시태그(#Me too)를 달아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고 경각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시작됐다.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미투 운동을 선정했다. <타임>은 이 운동을 촉발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로 명명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로부터 촉발됐다.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직 검사의 성폭행 피해 고백은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법조계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예술계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엄청난 기세로 번져나갔다.

문화‧예술계는 시작이었을 뿐, 두 달 만에 방송연예‧종교‧정치 등 각계각층에 미투 바람이 불었다. 지난 5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정무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현직에 있던 자치단체장이면서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던 유력 정치인이 몰락히는 데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관계서 우위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지사-비서, 연출가-배우, 감독-배우, 협회 고위 간부-코치, 중견배우-신인배우, 원로시인-신인 작가 등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쪽이 피해자가 됐다.

두 달 만에 가해자 40여명 지목
문화예술계에서 정계까지 확산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을 통한 피해자들의 고발은 ‘용기 있는 행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갑질 문화가 만연한 현 사회 구조상 약자가 강자의 행위를 외부에 폭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과 함께 이에 지지를 표명하는 ‘위드유(#With you)’ 운동이 함께 진행되는 이유다.


실제 안 전 지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였던 김씨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그(안 전 지사)가 가진 권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늘 수긍하고 그의 기분을 맞추고 지사님 표정 하나하나 일그러지는 것까지 다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뷰 말미에 “저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제가 오늘 이후에도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그래서 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방송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방송을 통해서 국민들이 저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월26일 서 검사의 검찰청 ‘이프로스’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7일 기준으로 41일째를 맞았다. 현재까지 가해자로 지목돼 언론에 오르내린 인물은 각계각층의 40여명이다. 하루에 한 명 꼴로 터진 셈이다. 먼저 터진 사건이 뒤늦게 거론된 일에 묻히는 형국이다.
 

미투 운동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문제 제기를 넘어 사회 운동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달 2일 전국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입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지를 표명한 응답자가 74.8%로 나타났다. 모든 지역과 계층서 지지 여론이 우세했고, 여성(76.2%)에서 지지 응답률이 다소 높았지만 남성 역시 73.3%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고양 일산킨텍스서 열린 ‘제50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여성들의 차별과 아픔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하는 등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재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대부분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린 상태다. 당장 지위를 잃은 것은 물론 그동안 쌓아온 명성이나 명예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성범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향후 회복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각계각층서
하루 한 명꼴

이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은 폭로를 인정할 경우 빠른 사과와 자숙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름만 거론돼도 입장문이 나올 정도로 대응이 빨라졌다. 반대로 고발이 사실이 아니라면 강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미투 운동에 가해자로 거론되는 게 평판이나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미투 운동에 대응하는 반대급부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의 이슈를 모조리 빨아들이는 초대형 블랙홀로 확대된 만큼 반작용 역시 커지는 모양새다. 이른바 ‘펜스 룰(Pence Rule)’의 등장이다.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서 아내 외의 여성들과 교류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만나고
말 안하고

이처럼 성 관련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여성과의 교류 자체를 꺼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중이다. 일부 기업에선 펜스 룰을 과하게 해석해 채용 과정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는 “여자 직원과 밥 먹기도 무섭다”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큰일날까 봐 말도 안 걸고 있다” “가끔 동료들과 퇴근 후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낙이었는데 이제 바로 집에 가야할 것 같다” 등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상황1. A씨는 전 직원이 10명 정도인 중소기업서 일한다. 외근 나갈 때를 제외하곤 전 직원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미투 운동 이후 남녀 따로 식사를 하게 됐다. 어쩌다 같이 먹더라도 상을 나눠 쓸 정도로 데면데면해졌다.
 

#상황2. 대학생 B씨는 조별 수업을 위한 조 편성을 남성으로만 구성했다. 남녀 섞어서 조를 구성하라고 권유했던 교수님도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으로 조를 짜는 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남녀가 섞인 혼성 조는 카페 등 탁 트인 곳에서 만난다. 도서관 스터디 룸을 남녀 둘이 사용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


#상황3. C씨는 전 직원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서 말을 아끼고 있다. 자칫하다 말실수를 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상사의 공지 전달과 직원들의 의견 공유, 경조사 인사 등 여러 주제의 대화가 버무려졌던 단톡방은 사무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고 있다.

반작용으로 ‘펜스 룰’ 등장
“여성차별” vs “자기방어”

#상황4. 노래방 주인 D씨는 요즘 갑자기 끊긴 손님에 어리둥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회사에서 회식을 하러 왔는데 최근 급격하게 뜸해졌다. 알고 보니 회사서 단체회식을 자제하고 있던 것. 회식을 하더라도 1차서 가볍게 먹고 헤어지는 일이 늘어났다고 했다.

#상황5. 평소 E씨는 부하 직원의 업무는 물론 사적인 고민 상담도 잘해주는 상사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카카오톡이나 사내 메신저, 이메일 등으로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직원들이 있지만 가능하면 짧게 얘기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상황6. 중소기업 사장인 F씨는 채용 과정서 여성을 뽑아야 할지 고민이다. 미투 운동에 연관되면 기업 이미지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인데, 애초에 불안요소를 만들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위에 언급된 상황들은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사례로 올라왔거나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구성한 것이다. 현재 일부 남성들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처럼 여성과의 관계 단절을 통해 미투 운동을 피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두고 차별과 방어라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 펜스 룰이 여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과 문제가 되기 전에 먼저 조심하겠다는 데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다.
 

펜스 룰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쪽은 “여성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예비 성범죄자로 인정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반면 펜스 룰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선의로 한 말이나 호의를 표현하는 것도 성희롱으로 비쳐질 수 있는 민감한 상황서 여성과 거리를 두는 게 자기방어 차원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미투 운동이 처음 불거졌던 미국서도 펜스 룰 논란은 뜨겁다. 남성 고위 임원급 간부들이 여직원을 피하거나 업무에서 배제하면서 여성들의 유리천장이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기업서 고위급 간부는 남성이 월등히 많다. 이 때문에 미투 운동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펜스 룰이 여성의 사회 진출, 승진 기회를 앗아가는 등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 책임자는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성희롱을 한 몇몇 권력층 남성들이 직장을 잃었고, 일부 남성들은 펜스 룰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고 했다. 이어 “여성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시간을 피하는 게 성희롱을 방지하는 방법이라면 이는 여성들에게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펜스 룰은 여성들이 직장서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전문가와 정치인들은 펜스 룰이 문제 해결의 근본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문제의 본질을 그저 피하기만 하는 방법은 결국 남녀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유리천장
두꺼워질까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당황한 일부 관리직 혹은 남성 직원들이 예방책이랍시고 채용이나 업무 등에 여성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불법적 행위들을 한다고 한다”며 “이는 그들이 여성 가까이에 있으면 성폭력을 해왔고 할 수 있는 잠재적 성범죄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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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