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밀어붙이기식 낙하산인사 ‘화룡점정’ <내막>

내 뒷문 걸어주는 데 한상대·권재진 만한 사람 있음 나와 보라 그래

[일요시사=손민혁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사정라인 인사를 끝끝내 강행했다. 야당의 반대와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도 없이 권재진 법무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을 임명했다. 이로써 임기 말과 퇴임 후 자신을 지켜줄 ‘법무·검찰 투톱’ 체제를 완성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 대통령의 인사는 항상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하지만 임기 말 사정라인 교체 의지가 워낙 확고해 보이는 이 대통령이었다.

한상대 검찰총장-비리 5종 세트 총집합에 +1까지
권재진 법무부장관-“대통령 퇴임 안전판? 근거 없다”

한상대 검찰총장과 권재진 법무장관은 지난 12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업무에 돌입했다.

이들은 임기 말 마지막 사정라인 투톱으로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이들 양대 수장은 각각 법무행정, 검찰조직과 결부된 현안이 적잖은 데다 정권 임기 말이란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가면서도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는 주문을 받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하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상대 위장전입
사실만 시인


지난 4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상대 검찰총장은 위장전입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병역면제, 부동산 다운계약서, 탈세, SK그룹 스폰서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했다. 한 총장의 해명에도 이들 의혹은 풀리지 않은 실타래처럼 뒤엉켜있다.

한 총장은 두 딸의 위장전입과 관련해 “위장전입은 어머니와 집사람이 상의해서 한 것이지만 모두 제 불찰이다. 자녀 문제라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했다”며 “인정한다.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장의 해명에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아직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주민등록법 위반자 6894명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고 묻자 한 후보자는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검찰총장은 사과하면 되고 국민들은 사과해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얘기냐”고 공격하자 한 총장은 “이 문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꼬리를 내렸다.

병역면제 의혹에 대해서는 야당 의원과 날선 공방을 벌였다. 1980년 현역 입영 판정을 받은 한 총장은 사법시험에 합격한 직후 1981년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이듬해 병역을 면제받았다.

“디스크 수술을 악용해 병역 기피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 총장은 “미식축구로 디스크가 악화돼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지만 효과가 없어 고심 끝에 수술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정형외과 전문의에 의하면 엑스레이 촬영만 해도 수술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하자 “서울대 병원에 확인한 판독기록을 보면 뼈를 잘라낸 자국이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될 것”이라며 “엑스레이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이해 못하겠다”고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서울 행당동 대지 매매과정에서의 다운계약서 작성과 탈세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한 총장은 “맹지로 이 땅을 관리했던 모친이 가치 없다고 해 싸게 매도한 것으로 안다”며 “매도 당시에 나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재개발이 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현지에서 알아본 결과 당시 시가 50만원에 판 사람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법사위는 땅을 샀던 박모씨에 대한 동행명령권 발부를 시도했지만, 법적 요건 미비로 불발돼 사실규명에 실패했다.

한 총장은 처남이 임원으로 있던 SK텔레콤 법인차량을 가족이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 총장은 그가 다녔던 성당 교인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에 대해 “처남이 출퇴근할 때 운행일지가 회사에 있다. 성당에 처가 타고 왔다고 누가 증언하지만 처남도 같은 성당에 다녀서 헷갈릴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임시 SK그룹 관련 수사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것이 연관성이 있다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민주당 박 전 원내대표는 한 총장이 서울 중앙지검장 시절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가깝게 지내면서 SK그룹 관련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한 총장은 “최 회장과는 과거에 가끔 테니스를 친 적이 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다음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30년 전 미국에 간 형님이 대통령과는 어떤 사이인가”라고 묻자 한 총장은 “뒤늦게 형님께 확인했는데 사실무근이라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울먹이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미국 연방검찰에서 김경준씨와 에리카 김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에리카 김에 대한 기소유예 처분이 적절한가”라고 추궁했고, 한 내정자가 “미국에서 진행되는 수사는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이 사건으로 민주당에 피눈물 나는 사람이 많은데 검찰총장 후보란 사람이 어떻게 그런 대답을 하느냐”라며 “이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사람도 있고 감옥에 간 사람도 있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러면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우고 다닌다”며 격앙된 감정을 참지 못했다.

이어 “검찰총장 후보자가 되려고 그렇게 수사했느냐”라며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은 사건, 억울한 사람 가슴이 뚫어졌다는 사건이 있느냐”라고 말을 이어갔으나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권재진, 장남 병역
의혹 등 해소 안 돼


지난 8일 열린 권재진 법무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권 내정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두 아들의 병역 문제를 놓고 여야 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사건과 민정수석 시절 SLS그룹에 대한 수사 개입 의혹 등도 도마에 올랐다.

권 장관의 장남은 산업기능요원으로, 차남은 상근예비역으로 병역을 각각 마쳤다. 민주당은 이를 놓고 ‘나일론 병역’이라고 몰아세웠으나 한나라당은 ‘법적 하자가 없다’며 공세 차단에 주력했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장남의 출퇴근 시간이 4~5시간이나 걸렸고 공장주는 고등학교 친구”라며 “정말 근무했을까 하는 의혹이 든다”고 추궁했다.

이에 권 후보자는 장남이 포천 회사에 있으면서 포천과 의정부 소재 금융기관에서 돈을 입출금한 내역을 공개하며 ‘성실근무’를 주장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장남에 이어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한 차남의 병역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차남이 대학에 합격했지만 입학하지 않고 교묘한 방법으로 공익근무요원으로 편하게 근무했다”면서 “민정수석이나 법무부장관보다는 병무청장으로 가는 것이 훨씬 적재적소”라며 두 아들을 모두 현역으로 보내지 않은 권 장관을 비꼬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으로 기용되는 데 대한 논란도 만만치 않았다. 민주당은 민정수석을 지낸 대통령 측근 인사가 법무장관이 될 경우 내년 총선·대선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민주당 김학재 의원은 “대통령 측근이 법무장관으로 기용되면 측근을 통한 검찰 장악이 이뤄질 것이라는 국민적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도 없이 임명 강행한 MB
‘공정성 확보,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목소리 높아


이춘석 의원은 권 후보자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영부인과 ‘누님, 동생’하는 사이가 맞느냐”고 질문했고 권 후보자는 “평생 영부인을 ‘누님’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고 영부인도 내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사찰사건 수사 과정에서 권 내정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하지만 권 내정자는 “민간인 사찰은 제가 (민정수석으로) 재임 했을 때 사건이 아니라 알지 못한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이 밖에도 권 후보자가 지난 2002년 아파트를 매매할 당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과 관련한 추궁이 이어졌고 권 후보자는 이를 인정하면서 세금 납부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MB, 정권 말기
방패막이 인사


두 수장의 이 같은 의혹에 국회 법제사법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어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회의 자체를 거부해 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 결과 임명을 거부할 정도의 흠결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보고서 채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 검증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들어 채택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권 장관과 한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자세로 법질서 수호와 검찰조직 안정에 주력할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능력과 자질이 검증됐고 임명을 위한 법적 요건도 갖췄다”며 “곧바로 업무에 착수해 국정에 공백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인사청문회가 부실하게 진행되었으며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급하게 임명장을 수여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방패막이 인사’ 논란을 뚫고 임명된 권 장관과 한 총장은 무엇보다 사정의 ‘공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 말기마다 쏟아지던 최측근 비리에 대해 무게중심을 잡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법무·검찰 안팎의 목소리다. 현 정권의 핵심 참모로 불린 권 장관은 현 정부의 뒷문을 걸어 잠그는 자물쇠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의 속내는 달라 보인다.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측근인사들을 배치해 뒷문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정권 말기의 방패막이용’이라는 견해다.

따라서 권 장관과 한 총장은 공정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 ‘법 앞에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스스로 ‘사법권의 위상’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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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