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6·13 기다리는 사람들- 홍미영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예비후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2.26 10:23:48
  • 호수 1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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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중심의 도시 만들 것”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1995년 처음 민선으로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올해로 제7회를 맞았다.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약 4000명의 정치인이 배출된다는 점에서 매번 지방선거마다 각 당은 사활을 걸어왔다. 올해는 어떤 정치인이 국민들 앞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낼까. <일요시사>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참신한 인물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세 번째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홍미영 인천시장 예비후보다.
 

홍 예비후보는 최초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인 중 한명이다. 2004년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인천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지방의회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된 최초의 사례였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인천 부평구청장으로 당선, 전국 최초 민주당 소속 여성 지방자치단체장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재선에 성공해 인천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여성 구청장이 됐다.

연이어 최초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홍 예비후보는 1991년 지방자치 시작과 함께 다져진 정치 경험과 30년 넘게 인천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해오며 일궈낸 내적 성장을 꼽았다. 

그런 홍 예비후보가 지난해 12월 인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전국 최초 여성 광역단체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요시사>는 홍 예비후보가 인천 부평구청장직을 내려놓기 전인 지난 21일, 부평구 집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홍 예비후보와 일문일답.

- 경선에 앞서 각오를 밝힌다면.
▲나한테는 늘 본선보다 어려운 게 경선이었다. 본선에선 한 번도 떨어져본 적이 없는데 경선에선 아픈 경험이 있다. 1995년부터 경선을 쭉 치러오며 드는 생각이 경선은 대체로 한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들 경선을 남성 정치의 영역이라고도 부른다. 본선은 유권자의 선택으로 결정되고, 상대적으로 경선에 비해 선거룰이 촘촘히 잘 정비돼있다.

 반면 경선은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당내 정치공학에 의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한 정당서만 20년 넘게 정치를 해온 헌신도, 재야운동권 시절부터 당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던 기여도 등을 경선 과정서 잘 드러낸다면 당원들도 알아봐주실 것이라 믿는다.

- 최초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인천시장에 당선된다면 전국 최초 여성 광역단체장이 된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생활정치를 해왔다는 점이다. 정치에 몸담기 전부터 달동네로 집을 옮겨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분들의 고충을 몸소 체험했다. 달동네 엄마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잘 못하는 게 아이 돌보기다. 맞벌이를 하면서 좁은 집에서 살림과 육아도 해야 한다. 얼마나 힘든 삶인가.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자 비영리 공부방이자 놀이방인 ‘해님방’을 열었더니 진심으로 고마워하시더라. 그런 경험을 살려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이 되고난 후 취약한 부분을 공약화하고 의정 활동에 반영해 주민들로부터 많은 인정을 받았다.

- 인천시장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늦게 출마한다. 반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대체로 그 시기(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한다. 중앙(여의도 정치)의 안목으로 보면 빠른 출마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 중 지방선거도 정치 바람으로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진 분이 많다. 

그때 상황 봐서 유리하면 나가고, 불리하면 안 나가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지방서 뛰는 사람들은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1년 전 쯤부터 거취를 결정하고 한 달 단위로 플랜을 세운다.

아쉬운 점은 지방선거임에도 국회의원의 눈으로 선거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지방선거 공천권도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다. 지방분권 시대에 맞춰 중앙서 모든 걸 핸들링하는 지금의 방식을 끊어내야 한다고 본다.

인천서만 30년…풀뿌리 의정 구상 중
‘꿈의 도시’ 꾸리찌바 모델로 로드맵

- 다른 후보보다 앞서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바로 1991년 지방자치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지방자치를 벗어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에 간 이유도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만 4년을 하며 분권과 지방으로의 재정 이양에 집중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두고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라고 한다. 

어느 후보가 지방자치에 이처럼 충분한 경험과 실천을 해왔는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난해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서 지방분권을 개헌에 담겠다고 말씀하셨다. 지금은 촛불의 시대이자 지방분권의 시대다.

또 인천 빈민운동과 민주화운동을 해오면서 끊임없이 사람들과 밀착하며 지혜를 모아내는 훈련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런 훈련들이 부평구청장으로 있으면서 거버넌스 행정을 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됐다. 여론조사를 하면 구청장 임기 8년 동안 가장 잘한 일로 거버넌스 행정이 꼽힌다. 거버넌스 행정은 협치와 숙의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시스템이다.

- 인천시가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한국GM 문제다. 지금 우리 인천시에 던져진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2000년대 초 대우서 GM으로 넘어갈 때 인천시민들은 굉장히 큰 고통을 겪었다. 많은 실업자가 생계로 고통 받았다. 이는 노동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영진의 잘못으로 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그런 아픔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다.

- 한국GM 관련 인천범시민대책위를 제안했다.
▲오늘(지난 21일) 아침에도 회의를 하고 왔다. 대책위를 제안한 이유는 GM 문제가 의원들과 산업통상자원부의 태스크포스(TF)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GM 문제를 중앙이나 의원들이 얼마만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느냐는 시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판단해 미래를 결정할 사안이다. 대책위도 일종의 거버넌스 형태다. 여러 시민단체와 전문가, 노조가 머리를 맞대는 데 지방정부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말씀 보태겠다.

- 복수의 인터뷰서 사람 중심의 도시를 강조했다. 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가 있다면?
▲브라질의 꾸리찌바다. ‘꿈의 도시’로 불리며 UN서 정한 가장 사람이 정착하고 싶어하는 도시다. 2000년과 2011년, 두 번 꾸리찌바에 갔다 와보니 우리도 이렇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낸 도시가 바로 꾸리찌바다. 그 곳에서는 사람이 폐지를 모아오면 지방정부에선 양에 따라 바나나와 우유로 바꿔준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개천에 나가 수질검사를 함께 한다.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골까지 불편함 없이 이동할 수 있게 정비돼있다. 쓰레기 처리장을 식물원으로, 폐광을 오페라장으로, 탄약창고를 영화관으로 만들어 도시를 재생시켰다. 

모두 사람을 중심에 두고 행정을 하니 시민들 90% 이상이 꾸리찌바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경제적으로 나날이 부유해지고 있다. 인천을 꾸리찌바에 버금가는 도시로 만들어보고 싶다.


<chm@ilyosisa.co.kr>


[홍미영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사회학과 학사
▲제1대 인천 부평구의회 의원
▲제2·3대 인천시의회 의원
▲제17대 민주당 국회의원
▲인천 부평구청장(민선5,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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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