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MB 금고지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1.22 14:45:25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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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냐 배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가 구속됐다. 검찰은 국정원에게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과 40년 지기로 최측근 중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자금을 관리한 핵심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다. 
 

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사적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지난 17일 구속됐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영장을 발부하면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죄 범했다는 
 의심 이유 상당”

검찰은 그동안 보안을 유지하며 청와대의 특활비 상납 수사에 만전을 기했다. 수사 사실이 알려질 경우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말 맞추기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는 수사인 만큼 기초수사를 탄탄하게 해야할 필요도 있었다. 김 전 기획관이 혐의사실을 전면부인했는데도 법원이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의 이런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5월쯤 청와대 근처 주차장에서 국정원 예산 담당관으로부터 현금 2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는 등 국정원 측에서 총 4억원 이상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성호·원세훈 두 전직 국정원장과 국정원 예산을 담당하는 김주성·목영만 전 기조실장 등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전용해 자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최근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지난 2010년 원장 재직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사실 일부분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기념품 비용이 모자라다”라며 돈을 요구했다는 게 원 전 원장의 진술이다. 

국정원 특활비 상납 혐의
이명박 운명 쥔 키맨 구속 

특히 원 전 원장은 김 전 기획관이 직접 돈을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고 검찰에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 기념품 관련 비용이 모자라 이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은 지난 2010년 7∼8월 사이 당시 국정원 기획예산관이었던 최모씨에게 지시해 2억원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토록 지시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최씨는 김 전 기획관 측 관계자에게 현금 2억원을 쇼핑백 2개에 담아 전달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구체적인 진술 등을 토대로 구속영장에 이 같은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기획관이 적극적으로 돈을 요구한 점이 진술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은 검찰 수사 과정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돈을 건넸다’는 다수의 국정원 관계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도 구속됐다.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11시 김진모 전 비서관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09∼2011년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검사 출신이다. 
 


당시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날 오후부터 서울 구치소에서 대기했던 두 사람은 나란히 입감됐다. 

오랜 기간 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온 김 전 기획관이 구속됨에 따라 향후 검찰 수사는 곧장 이 전 대통령을 향해 뻗어 갈 전망이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간 김 전 기획관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서 국정원 자금 수수 경위와 사용처 등에 관해 보강 조사를 벌여나갈 계획이다. 

총 4억원 이상
자금수수 의혹

특히 자금 수수 및 사용 과정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나 거꾸로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받으라고 지시했을 가능성 등을 강도 높게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기획관의 태도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는 이 전 대통령과 얽힌 다른 의혹을 밝히는 수사에서도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김 전 기획관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사법처리하려면 직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하기 위한 명시적 또는 암묵적 공모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즉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자금의 수수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공모했다는 등의 사실관계를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재산·가족·사생활까지 모두 챙기는 등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했다. 

청와대에선 5년 내내 안살림을 책임지는 총무비서관과 총무기획관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이에 비춰볼 때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과의 지시 또는 최소한 묵인·방조 없이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건네받았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만약 김 전 기획관의 특활비 수수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경우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검찰이 김 전 기획관의 진술 없이 이를 적용할 가능성은 낮다.
 

정치권은 김 전 기획관 구속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통합 작업에 한창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립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다스의 정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 그 윗선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서 “이 전 대통령도 이제는 국민 앞에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다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국민의 물음에 검찰의 철저하고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했다.

정의당의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서 “이 전 대통령을 조속히 소환 조사해 천인공노할 범죄들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한풀이하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문재인정부는 살아 있는 전직 대통령은 전부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전직 대통령을 꼭 법정에 세워야겠다는 보복의 일념으로 (국정원) 댓글에 이어 다스, 결국 국정원까지 엮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정신이 정치보복, 정책보복, 인사보복을 위한 촛불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은 정치공방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 이 전 대통령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도 중립적인 조사를 당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진실을 규명하고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따라 적법하게 처벌해야만 한다”며 “이것은 정치공세 하지 말고 사법부에 맡겨서 진상을 규명하고, 만약에 법을 어겼다면 처벌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40년 지기 관계
사실상 집사 역할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정치적인 입장의 고려 없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모든 혐의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수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수사를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환 바른정당 부대변인은 논평서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중차대한 사안으로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검찰의 명운을 걸고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표적수사나 정치보복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법과 원칙만을 보고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상대 2년 선배다.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 인수위 시절부터 임기가 끝나는 2012년까지 인수위 비서실 총무 담당 보좌역, 청와대 총무비서관, 총무기획관을 지냈으며 이 전 대통령의 재산 관리를 도맡아 온 MB의 ‘집사’로 불린다. 
 

이 때문에 그는 특히 주목을 받는다. 그동안 김 전 기획관은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인물이다. 그는 항상 소리 없이 이 전 대통령 곁을 지키고 관리해온 ‘2인자’였다. 

그는 전북 익산 출신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하면서 금융맨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기획관은 1976년 현대종합금융서 근무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이 회사서 부사장까지 지낸 뒤 1991년 삼양종합금융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무렵 이 전 대통령은 현대를 떠나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용처에 초점 윗선 개입 수사
영부인 등 여러 증언 쏟아져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분신과 같은 관계를 맺은 것은 이 전 대통령이 1998년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후였다. 이 전 대통령은 김경준씨와 함께 본격적으로 LKe뱅크 등의 사업을 시작했을 때 김 전 기획관이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기획관은 당시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을 정도로 국제금융 전문가였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BBK 대표였던 김경준 씨가 다스에 140억원을 돌려주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2003년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의 감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스 설립, 도곡동 땅 자금 흐름 등의 과정에 있어서도 그는 키맨으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내곡동 사저 구입 사건에서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다. 당시 사저 매입 대금 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있었으나 김 전 기획관은 특검 조사 때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 및 경호시설 부지 마련을 위한 계획과 준비업무는 대통령실 총무기획관인 내가 아니라 김인종(당시 경호처장)의 지휘하에 경호처서 추진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내곡동 사저 부지의 결정, 매매계약 체결 등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바 없으며, 배임행위에 공모한 바 없다”고 하자 특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이 지난 12일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 받은 의혹으로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서 측근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자리서 검찰 수사에 대해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화를 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청와대 살림에
사생활도 관리

이 전 대통령 쪽은 “현 정부가 이 전 대통령을 끝까지 보복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다”며 “10년 전의 일을 들춰내 수사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반박이라도 하듯이 김 전 기획관은 구속됐다. 혐의는 가볍게 볼 수준의 것이 아니다. 결국 특활비의 용처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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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