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달라진 졸업식 풍경

밀가루·계란 대신 문화적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졸업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졸업식’ 하면 떠오르던 지루하고 따분한 광경이 다채로워지는 모양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모자라 나홀로 졸업식이 열린다. 취업난에 코스모스 졸업이 늘고, 참석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점차 달라지고 있는 졸업식 문화를 <일요시사>가 조명해봤다.
 

교실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방송을 통한 선생님의 말에 강당으로 움직인다. 냉기가 가득한 강당에 1∼3학년 학생이 전부 모여 줄을 맞춘다. 반별로 철제의자에 나란히 앉아 졸업식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단상에는 화환이 늘어서고 상장과 부상이 높이 쌓인다. 사회를 맡은 학생주임 선생님은 마이크를 테스트하며 식순을 외운다. 애국가와 교가가 흘러나왔다가 멈춘다. 장내를 정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이내 강당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조금씩 다르게

국민의례로 시작된 졸업식은 성적우수상 등의 시상, 교장선생님의 훈시와 내빈의 축사로 이어진다. 재학생 대표의 송사에 졸업생 대표는 답가로 답한다. 

끝으로 교가를 부르면 졸업식은 끝난다. 각 반의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준다. 졸업장을 받은 졸업생들은 가족,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다.


대학 졸업식에는 검은 가운과 학사모가 빠질 수 없다. 졸업식이 끝난 후 학사모를 머리 위로 던지는 모습도 졸업식의 ‘클리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업식’하면 떠올리는 풍경이다. 

최근 이 같은 천편일률적이던 졸업식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 상황에 영향을 받거나 학교 자체적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먼저 졸업식 시기가 전체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2월이 졸업식 시즌이었지만 최근에는 1월 심지어 12월로 당기는 학교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제주도다.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는 지난해 12월29일에 졸업식을 진행했다. 2016년 2월6일에 졸업식을 열었던 것을 이례적으로 두 달이나 앞당긴 셈이다. 김장영 교장은 “졸업식 날짜를 앞당긴 것은 학생들이 1∼2월 불필요하게 등교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도내 학교 197곳 중 12월 1곳, 2월 4곳을 제외하면 모두 1월에 졸업식을 진행한다. 세종시 역시 3월 개학을 앞두고 충분한 새학기 준비 기간과 효율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 관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 졸업식을 1월 말까지 종료하도록 했다.

2월 대신 1월로 앞당겨 열려
대학가는 코스모스 졸업 늘어

대학가에서는 8월 졸업을 뜻하는 코스모스 졸업이 늘고 있다. 동아대의 경우 코스모스 졸업생 수가 2005년 586명서 2015년 1245명으로 10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졸업생의 30%에 육박하는 수치다. 


코스모스 졸업의 증가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772명을 대상으로 코스모스 졸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코스모스 졸업을 계획하고 있는 응답자가 전체 3∼4학년 대학생의 28.5%였다. 이들이 코스모스 졸업을 계획한 이유는 취업 스펙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응답자 중 37.9%는 ‘졸업을 유예해 취업 스펙을 쌓으려고’ 코스모스 졸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기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학교 측의 진행으로 이뤄지던 졸업식이 학생들의 참여로 다채로워지고 있다.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는 졸업식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학생들의 손길이 닿는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기인 만큼 함께 졸업식을 준비하며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보자는 취지서 시작됐다.
 

거제의 한 초등학교는 2016년 졸업주간을 만들어 1주일간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 편지쓰기, 친구들과 사진 찍기, 30년 후 나에게 편지 쓰기 등의 다양한 졸업 행사를 진행했다.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고 학교 주변을 돌며 교내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학생들은 충분한 석별의 정을 나눴다.

학창시절 추억이 담긴 UCC를 만들어 졸업식 때 상영하거나 자신이 만든 가면을 쓰고 졸업식 공연을 펼치는 학교도 있다. 이외에도 전교생이 한복을 입고 졸업식에 참석하거나 레드카펫을 밟고 입장하는 등 학생과 선생님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졸업식으로 기획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비슷한 행사 아닌 다양한 기획
농어촌지역은 나홀로·마지막↑

불과 몇 해 전만해도 졸업식에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긴장감이 흘렀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당시 과격한 졸업식 뒤풀이 문화는 사회적 논란을 낳았다. 밀가루를 뿌리고 날달걀을 집어 던져 맞추고 교복을 찢는 영상은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다.

심지어 졸업생이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까지 담겨 충격을 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 수 천 명이 졸업식 날 학교 주변에 배치되는 등 살벌한 광경이 연출됐다.

경찰은 돈을 빼앗거나 교복을 벗겨 알몸으로 만들고 사진을 찍는 행위뿐만 아니라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는 행위 등이 형사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졸업식 중 빚어진 강압적 뒤풀이로 인해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다.

일부 사례가 적발되긴 했지만 수위가 가벼워 계도 조치로 그친 게 전부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강압적인 뒤풀이 대신 건전한 졸업식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서는 검은 가운과 학사모를 대학 특징에 맞게 바꾸는 등 패션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검은 가운과 학사모는 대학 졸업식의 상징이지만 지나치게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해 졸업식에서 100년 넘게 고수하던 전통 학위복 대신 학교의 정체성이 드러난 새 학위복을 선보였다. 서울여대는 사각 학사모 대신 베레모를 쓴다. 새 학위복과 학사모는 졸업생들에게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특색 있는 패션

학생 인구가 줄어들면서 졸업생이 한 명에 불과한 ‘나홀로 졸업식’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전일보>에 따르면 올해 충남도 내 마지막 졸업식을 하거나 1∼2명의 학생만 졸업하는 초등학교는 18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서 나홀로 졸업식을 하는 학교는 12군데로 대부분 농어촌지역에 위치한 곳이다. 전교생이 9명뿐인 강원도 양양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1명의 졸업생을 위해 전교생이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졸업식 불참하는 학생들

취업을 못한 졸업생들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 일이 늘고 있다. 졸업식에 갈지 말지 고민하는 학생도 늘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졸업을 축하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취업한파로 인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대학 졸업 예정자 1391명을 대상으로 졸업식 참석 여부를 물은 결과 30.9%가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23.7%는 ‘취업 준비하느라 바빠서’ 20.7%는 ‘취업이 안 돼서’를 이유로 꼽았다. 

졸업식 불참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 문제를 이유로 든 것이다. 그러면서 졸업장만 받아오거나 그나마도 우편으로 받는 졸업생이 많아졌다.

취업한파는 졸업앨범도 찬밥신세로 만들었다.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아침부터 미용실에 들르고 고가의 옷을 사던 풍경도 사그라지는 추세다. 아예 졸업사진을 찍지 않거나 친구들과 스냅사진 등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한양대, 연세대, 서강대 등은 졸업앨범 신청자가 전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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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