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타운하우스를 아느냐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 살던 4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타운하우스(블록형 단독주택)로 이사했다. 첫째는 아토피와 비염으로 괴로워하는 두 자녀를 위해서 다음으로는 아이들을 마당 있는 집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키우고 싶은 욕심에서다. A씨는 “근무처가 있는 서울 광화문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들이 있어 출퇴근 여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제주도로 귀향해 8년 차를 맞이한 50대 B씨는 “사드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었지만 오히려 제주도의 천혜의 자연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게 됐다”면서 “주변에 자녀의 교육문제와 힐링 목적으로 제주도 국제학교 진학과 동시에 타운하우스를 매입해 내려온 가구가 올해만 5가구가 된다”고 말했다.

테라스, 텃밭, 
바비큐장, 다락…

최근 타운하우스가 2018년 무술년 새해를 맞이해 다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타운하우스는 주로 신도시나 택시개발지구에 건설되며 2~4층 높이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요즘 분양되는 타운하우스는 전용 84㎡ 이하에 3억~7억원대가 가장 인기가 높다. 역세권이나 대로를 접하는 등 교통이 편리한 곳이 선호된다. 

타운하우스는 테라스, 텃밭, 야외 바비큐장, 마당, 다락방 등도 갖추고 있어 전원생활과 공동주택의 편리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중소형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이 타운하우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올 들어 아파트에서나 가능했던 웃돈이 붙는 타운하우스가 등장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파크자이더테라스’엔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웃돈)이 최대 1억원 가까이 붙어 있다. 올 1월 5억~5억2000만원이던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이 지난달 입주자 사전 점검을 한 뒤 5억7000만~5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의 테라스하우스인 ‘김포 한신휴더테라스’는 테라스와 다락방을 갖춘 4층에 프리미엄이 3500만~4000만원 정도 붙어 있다. 


청약 경쟁률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모델하우스 개관과 동시에 선착순 분양을 한 ‘판교 파크하임 에비뉴’(49가구)는 이틀 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판교에서 희소가치가 높은 소형 주택형(전용 60㎡ 이하)인 데다 운중동 고급 주택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인기가 높았다.

GS건설이 올 상반기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공급한 ‘자이더빌리지’(525가구)는 평균 33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 단일 주택형에 4억~5억원대의 분양 가격, 김포도시철도(2018년 개통 예정) 역세권이란 장점이 부각됐다. 층간소음 걱정없이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하는 30~40대부터 전원생활을 즐기고 싶어 하는 50~6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무술년 다시 부는 열풍…도대체 왜?
전원생활과 공동주택 편리함 동시에

국내엔 2000년대 초부터 타운하우스가 본격적으로 공급됐다. 초기엔 고급형 일색이었다. SK건설이 2007년부터 용인 동백지구에 공급한 ‘동백 아펠바움’ (199가구)이 대표적이다. 전용 257㎡가 15억~17억원대에 분양됐는데 이런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구 수가 적어 가구당 관리비 부담도 크고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에서 타운하우스가 사라진 이유다.

2년 전부터 다시 등장한 타운하우스는 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해결했다. 대부분 전용 84㎡ 이하 중소형으로 구성됐다. 분양가는 적게는 3억원, 많게는 7억원대로 낮아졌다. 가구 수도 늘려 관리비 부담을 줄였고, 입지도 역세권, 호수 주변, 산자락 등으로 좋아졌다. 건설사들은 테라스, 다락방, 텃밭 등을 더해 매력을 높였다.

타운하우스의 본격적인 가격 및 규모의 다이어트(다운사이징)가 시작되면서 중소형에 저렴한 분양가가 매력으로 작용을 했다. 업계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늘면서 타운하우스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타운하우스는 크게 ‘시티형’과 ‘레저형’으로 나뉜다. 먼저 시티형은 도심과 가까워 편의시설 인프라를 누리기 좋은 타운하우스로 자연친화형으로 조성하되 쇼핑·문화 등 생활인프라를 가까이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자녀 교육이나 의료시설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또 바닷가 등 인근은 특성상 습기가 많고 해풍이 거세 이를 피해 도심으로 자리를 잡기도 한다.


레저형은 관광지나 레저시설에 가까워 세컨드 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를 말한다. 입지로 인기 있는 곳은 부산과 제주처럼 서울과의 이동이 편리하면서 관광 인프라가 잘 발달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강원 강릉, 정선, 속초, 양양 등 강원지역도 레저형 입지로 선호된다. 레저형은 세컨드 하우스에서의 힐링과 더불어 임대수익까지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당 지역 시장 상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를 했다가는 집값이 떨어지거나 임대 수요가 없어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기존에 내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 레저형 타운하우스를 구입했을 경우 추가로 내야 하는 보유세와 양도세 등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본적으로 공실 기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임대수익을 지나치게 기대하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타운하우스가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에 대한 정부의 초강력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과 국민소득과 여가활동의 증가로 나만의 주택을 소유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 취향 따라 분석해보면 크게 교육, 힐링,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화, 반려견 키우는 집 증가로 볼 수 있다. 

시티형이냐 
레저형이냐

위의 사례처럼 속초, 양양, 강릉 등 강원도 동해안 쪽이나 제주도에 타운하우스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로는 힐링이나 교육적인 목적이 강하다. 강원도 동해안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교통인프라 구축으로 서울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제주도의 경우 영어교육도시의 조성으로 해외유학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다.

서울뿐 아니라 경기도 양평, 분당, 용인, 일산, 김포 등 도심외곽의 경우 아파트 층간소음의 사회적 문제화, 반려견 키우는 집의 증가를 선호도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 층간소음과 반려견 문제로 이웃간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타운하우스의 선호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 한 타운하우스를 분양받아 이주를 계획 중인 40대 주부 C씨는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아이가 크면서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들 눈치를 보게 된다”며 “다만, 단독주택은 자연환경과 마당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안이나 관리가 불편한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C씨가 언급한 것처럼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에 비교해 보안 및 관리상의 불편한 점 등 단점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또는 전원주택의 장점과 단점을 결합한 주택이라고 보면 편하다. 이를테면 타운하우스는 아파트만큼은 아니나 소규모 공동생활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기·가스·수도 등의 시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일반적인 단독주택에 비해 편리하며 신도시나 택지지구일 경우 주변의 대단지 아파트와 함께 지어진 학교나 대형마트가 가까운 곳도 있다. 

실제 판교나 광교 등 신도시에 짓는 타운하우스들은 브랜드아파트 인근에 있어 생활편의시설을 사용하기가 수월하다. 또한 타운하우스는 변화되는 주거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 대형 아파트단지를 선호하던 사람들은 편리한 교통 및 교육 인프라, 집값 상승 등의 이점을 기대했으나 최근에는 집을 더 이상은 투자가 아닌 ‘주거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의 사생활이나 자연환경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중소형 저렴하게 공급
분양가 대비 프리미엄 최대 1억원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독립적인 생활을 누리는 게 단독주택의 큰 장점이지만 한국의 타운하우스는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 서울 주요도심이나 새로 개발하는 신도시의 경우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을 높이려고 2~3층의 공동주택 형태로 짓는 것이다. 현행 건축법상 주거용도의 건축물이 3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이면 단독주택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3층짜리 명칭은 타운하우스라도 법적인 의미로는 단독주택에 해당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형태의 집을 다른 용어로 ‘블록형 타운하우스’라고 일컫는다. 도심의 땅값과 건설업체의 수익성을 고려할 때 한 건물에 한 가구만 사는 나홀로 단독주택은 현실적으로 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전원생활을 꿈꾸며 타운하우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흐름을 읽어 2014년 규제를 완화해 단독주택의 기준층수를 2층에서 3층으로 높였다. 업계에서는 타운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것을 놓고 사회문제가 된 층간소음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연을 벗삼아 산과 강, 바다 등의 조망권을 감상하며 텃밭을 가꾸는 등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위한 이주는 좋지만 아파트에 비해 매매가 빨리 이뤄지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목적으로 타운하우스를 매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분양 중인 주요 타운하우스.

▲속초 테르바움= 먼저 강원도에 ‘테르바움’이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일원에 199세대가 신규 분양 중이다. 테르바움은 유럽스타일 타운하우스로 실거주 공간뿐만 아니라 세컨드하우스, 웰빙하우스 개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노후대비 휴양마을을 준비하거나 역세권 인근의 도시형전원주택을 찾는 강원도 부동산 투자자 및 강원도 부동산 분양 실거주자에게 확인해볼 만하다. 

▲강릉유천 더 테라스 아리스타= 강원도 강릉시에 첫선을 보이는 테라스 하우스인 ‘강릉유천 더 테라스 아리스타’가 견본주택을 오픈했다. 대양종합건설㈜이 강릉 유천동에 짓는 이 단지는 2만3100㎡ 부지에 지상 4층 131가구 규모의 테라스하우스다. 각 가구는 전용면적 55~148㎡로 지어지며 복층형과 단층형(일부 가구)로 이뤄진다.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 제주의 에메랄드로 불리는 제주 협재해수욕장 인근에 고품격 타운하우스 선을 보여 화제다.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1232번지 일대에 조성되는 ‘제주 협재 에메랄드 캐슬’이다. 총대지면적 3646㎡, 건폐율 40%, 지상 2층 단독형 타운하우스로 총 7세대가 공급된다. A타입 4세대(전용면적 177.70㎡), B타입 3세대(전용면적 168.27㎡)로 6m 높이의 오픈된 복층형 거실로 구성된다. 친환경 마감재와 프로젝트 영화관을 갖춘 고품격 타운하우스로 꾸며진다. 특히 6m 층고 설계를 적용해 거실의 개방감을 효과적으로 높인 점이 돋보인다.

투자 목적으로
매입은 신중히


▲제주 화이트디어 해안= 제주 제주시 해안동 2545-5번지에 ‘화이트디어 해안’을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7개동, 전용면적 84~245㎡, 총 64가구 규모의 타운하우스다. 기존 공동주택의 배타적 인간관계, 폐쇄적 생활문화를 배척하고 친화적 인간관계, 자연 친화적 주거문화를 지향하는 입주민 간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생명력 있는 주거공간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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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