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 헌재 현안들 해부

병역거부, 낙태죄, 테러방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는 1988년 설립 이후 최근 1년간 유례없는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지난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판결해 조기 대선을 이끌어 냈다. 5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헌재 소장 임기, 재판관 구성 등으로 홍역을 앓았다. 이진성 헌재 소장의 임명으로 9인 체제가 완성된 헌재 앞에 산적한 현안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진성 헌법재판소(이하 헌재) 소장과 유남석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로써 헌재는 지난 1월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후 297일 만에 권한대행 체제를 종료하고 완전체 진용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명장 수여식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이 모두 임명돼 소장 공백 상태도 해소되고 오랜만에 완전체가 됐다”며 “국회에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두 분 다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신념이 훌륭하신 분들이고 인권, 특히 성 평등이나 소수자들의 인권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데 대해 국민도 기대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린 심리 속결

헌재는 헌법에 관한 분쟁이나 의의를 사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특별재판소로 1998년 설립됐다. 헌재는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선임하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헌재 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재는 최근 1년새 유명세에 가까운 관심을 받았다. 30여년이 이르는 헌재 역사 동안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헌재에 대한 주목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심리·판결 때 치솟았다. 지난해 12월26일 국회 본회의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공이 헌재로 넘어왔다. 

이후 올해 3월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기까지 3개월간 헌재 재판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최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탄핵소추안 인용 여부, 판결 시기 등이 재판관 퇴임 시기와 얽히면서 수많은 가설과 추측이 난무했다.

이진성 소장 임명 ‘9인 체제’
탄핵 이후 굵직한 판결 없어

헌재는 1월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 이후 8명의 재판관으로 탄핵소추안에 대해 만장일치 인용 판결을 내렸다. 

당시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판결문서 “피청구인의 위법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헌정 70년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합법적 절차에 의해 끌어 내려진 순간이었다.

올해가 한 달가량 남은 현재까지 헌재가 내린 굵직한 판결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이 전부다. 그동안 헌재는 사건 심리나 판결이 아닌 재판관 구성, 소장 임명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 5월9일 조기 대선으로 들어선 문재인정부와 야당의 줄다리기에 헌재는 이리저리 휘둘렸다. 이 과정서 김이수 재판관은 지난 8개월 동안 헌법재판관-헌재 소장 권한대행-헌재 소장 후보자-소장 대행-재판관으로 호칭이 수차례 바뀔 만큼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 재판관의 곡절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서 이 소장의 임명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일단락됐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총 투표수 276표 중 찬성 254표, 반대 18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총 투표수의 과반을 넘겨 통과됐다. 

이 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이날 이 소장은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정하는 헌재는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한 영역서 균형 있는 선택을 했다면 다른 영역서도 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가장 오래된 사건을 비롯해 주요 사건의 균형 잡힌 해결에 집중하겠다”며 “본연의 업무인 재판을 때맞춰 적정하게 그리고 올곧게 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의 신뢰가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장이 언급한 가장 오래된 사건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집총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라 판단해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체복무 조항이 없는 병역법을 문제 삼은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입법부작위 위헌 확인’ 사건은 2011년 6월 접수돼 최장기간 미제사건으로 꼽힌다. 

원래 해당 사안에 대한 헌재 결정은 지난해 말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8인 체제의 지속 등으로 미뤄졌다.
 

헌재는 지난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규정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2011년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에도 어떤 피고인은 헌법소원으로, 어떤 재판부는 위헌법률 심판 신청으로 병역법 88조 1항을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계류된 사건이 30여건에 이른다. 병역법 88조 1항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는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정당한 사유에 헌법상 양심의 자유가 포함되느냐를 두고 오랜 논란이 이어진 것이다.

소장·신임 재판관 전향적 평가
성평등, 소수자 인권…선택은?

이 소장은 지난달 22일 인사청문회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는 법조항을 두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황을 두고 국가안보가 중요하니까 대체복무제 도입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아르메니아에서는 다른 나라와 전쟁하는 중에도 대체복무를 허용한 사례가 있다”며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헌재의 낙태죄 판결이 어떻게 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낙태죄 폐지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월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 조항인 269조와 270조가 위헌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 중이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제269조 1항은 부녀가 약물이나 기타의 방법으로 낙태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형법 제270조 1항은 의사나 한의사 등이 동의를 얻어 낙태 시술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동의가 없었을 땐 징역 3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2년 조산사로 조산원을 운영하던 청구인은 임신 6주된 태아를 낙태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아 이에 응했다가 재판을 받게 됐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8명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을 위해 필요한 6명에는 미치지 못해 결국 합헌 결정이 나왔다. 

태아의 생명권 보호에 더 큰 무게를 두고 내린 결정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최근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낙태죄 폐지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주목도 높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달 26일 내년부터 낙태 관련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 소장 역시 “일정기간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본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헌재는 테러방지법 위헌 확인 사건, 대형마트 영입제한 규제조항 사건 등 밀린 심리 속결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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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