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이데올로기를 보다’ 임흥순

유령이 찢은 평범한 일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2014년부터 ‘MMCA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매년 1명씩 중진작가를 선정, 지원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올해 MMCA 현대차 시리즈의 주인공. 임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 이데올로기에 주목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달 30일부터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전을 개최하고 있다. 임흥순 작가는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믿음, 공포 등 7가지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복원한 신작 10여점을 선보인다.

여성의 삶

그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형성된 분단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무의식 중에 유령처럼 깊게 스며들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했는지에 주목했다. 임 작가는 그동안 한국 현대사 속에서 희생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양한 미술형식과 영화로 담아왔다.

특히 한국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음에도 오히려 소외됐던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위로공단>은 2015 베니스 비엔날레서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임 작가의 수상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의 의미와 가치를 국제 미술계에 다시 되새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할머니 4명의 부서진 시간
상징언어를 중심으로 복원

이번 전시는 정정화·김동일·고계연·이정숙 할머니 등 4명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남긴 유품, 아카이브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임 작가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흩뿌려진 할머니 4명의 부서진 시간을 ‘믿음·공포·신념·배신·사랑·증오·유령’이라는 상징 언어를 중심으로 복원하고자 했다.

전시 부제목인 유령은 이데올로기이자 이들을 찾아다니며 바라보는 작가라는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또 죽었으나 죽음을 인정받지 못하고 역사 서술의 진실과 거짓의 간극을 부유하는 수많은 민중을 의미한다. 

민중은 “도대체 우리를 갈라놓은 것들은 무엇이냐”고 관람객들에게 묻는다.
 

임 작가는 이번 전시서 미술관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이계(異界)로 설정한다. 주 전시공간인 5전시실은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세계로 건너가기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경계이자 중간지대다. 수많은 죽음과 희생의 역사를 감내한 평범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곳이기도 하다.

비엔날레 은사자상 <위로공단>
<려행> 이어 <환생> 제작 중

미술관은 일종의 다양성이 열리고 공존하는 장소다. 이야기가 풀어졌다가 만나서 교차하는 일종의 그릇처럼 작용하는 공간이다. 임 작가는 군사시설이었던 서울관의 역사적 맥락을 개인의 상처, 역사의 상실과 상흔을 보듬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장소로 확장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 이번 전시 공간은 완성된 작품을 진열하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의 서술에 따라 제단, 영화 세트장, 소품실의 형태로 변주, 변화되는 공간, 설치 과정의 공개 등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전시를 통해 갈라진 우리 사회의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개인과 역사를 재구성해 이름 없는 이들에게 다시 생명을 찾아주는 작업에 나선 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령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역사가 존재하는 세상 모든 곳이 다함께 공감할 수 있는 치유의 노래이기도 하다. 

임 작가는 거대한 이념에 기생하면서 분단을 지속시켰던 공포의 유령이 이를 통해 소멸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분단을 만든 공포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장편영화로의 완성을 목표로, 전시 개막 이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존의 미술관 전시와는 전혀 색다른 전시 방법론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을 찾을 때마다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변화하는 전시장과 작품, 현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임 작가가 제작하는 장편영화에 집약적으로 담길 예정이다.
 

영화 예고편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번 전시의 홍보영상은 12월 한 달간 수도권 약 120여개 영화관서 상영된다. 그는 최근 탈북여성들과 함께 만든 <려행>에 이어 아시아·전쟁·여성을 키워드로 한 네 번째 장편영화 프로젝트 <환생>을 마무리 중이다.
 

<jsjang@ilyosisa.co.kr>

 

[임흥순은?]

1969년 서울 출생

▲학력

경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MMCA 현대차 시리즈 2017: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_믿음, 신념, 사랑, 배신, 증오, 공포, 유령’ 국립현대미술관, 서울(2017)
‘연출된 기억의 특이성’ 엔젤스 바로셀로나, 바로셀로나, 스페인(2015)
‘동아시아 비디오 프레임: 서울’ 포리아트뮤지움, 포리, 핀란드(2015)
‘환생’ MoMA PS1, 뉴욕, 미국(2015)
‘<비념>으로 가는 세개의 통로 가족, 이웃 그리고 역사(특별전)’ 문지문화원 사이, 서울(2013)‘비는 마음’ 스페이스 99, 서울(2011)

▲수상

제5회 노동문화상, 노동예술부문(2015)
제35회 영평상, 독립예술지원상(2015)
제4회 부일영화제, 유현목예술영화상(2015)
제3회 무주산골영화제, 무주관객상(2015)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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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