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도는 ‘등골브레이커’ 열풍

떡볶이 코트부터 롱패딩까지 부모들은 허리가 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롱패딩 열풍이 심상치 않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굿즈로 제작된 롱패딩을 사기 위해 밤샘을 불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 10명이 넘는 학생 전부 무릎을 덮는 검은 롱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7년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한때 친구들 사이에서는 똑같은 옷을 입는 게 금기시됐다. 색깔만 비슷해도 놀림 가득한 시선이 쏟아졌고 아예 같은 옷이면 ‘부끄럽다’고 멀찍이 떨어져 앉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너 왜 나랑 똑같은 옷 입었어?”라는 말은 “엄마, 내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단 말이야”로 바뀌고 있다.

한국형 교복

무릎을 덮는 길이의 패딩, 돕바라고도 불리는 롱패딩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6시30분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공식 라이선스 상품인 구스롱다운점퍼 이른바 평창 롱패딩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난 22일 재판매를 시작한 '평창 롱패딩'을 구입하기 위해 1000여명의 고객이 하루 전인 21일부터 밤샘을 하고 있던 것. 앞서 18일에는 평창 롱패딩 800장이 15분 만에 다 팔렸다. 초고속 완판이었다.

평창 롱패딩 열풍의 이유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꼽히고 있다. 시중서 판매되는 브랜드 제품의 반값 수준인 15만원 선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비싼 제품 못지않게 착용감이 뛰어나고 따뜻하다는 평이다. 


또 올림픽 관련 물품이지만 로고나 후원사를 나타내는 표식 없이 평창올림픽 슬로건 ‘Passion, Connected(하나된 열정)’만 새겨져 있는 깔끔한 디자인도 인기몰이의 요인으로 꼽힌다.

평창패딩 구하려고 밤샘
전국적 유행 아이템으로

평창 롱패딩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고제품 거래 사이트에선 평창 롱패딩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자연스레 가격은 20만원 중후반대서 거래될 정도로 올랐다. 

평창 롱패딩이 희귀 품목을 잔뜩 구매했다가 웃돈을 붙여 되파는 ‘되팔이’들의 먹이가 되면서 가격이 30만원 정도로 치솟기도 했다. 평창 롱패딩은 3만장 한정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평창 롱패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롱패딩을 구매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20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가 출연한 홈쇼핑 방송에서는 50분 만에 롱패딩 1만9000장이 팔렸다. 

심지어 모바일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될 뻔했다. 운동선수와 감독이 경기장 벤치서 착용하는 벤치파카인 롱패딩은 지난해 겨울부터 연예인들이 즐겨 입으면서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고생과 20∼30대가 관심을 보이자 순식간에 대세로 올라섰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롱패딩 인기몰이에 올해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야상형 다운재킷이 유행이었지만 요즘에는 짧은 패딩을 입으면 아재라는 말이 돌 정도로 대세서 밀렸다.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여름부터 20만원대 초중반 제품으로 할인 행사를 벌였다. 업체들의 예상대로 롱패딩은 불티나게 팔렸다.

평창 롱패딩으로 관심도가 정점에 오른 롱패딩은 이제 유행을 아는 사람이라면 하나쯤은 갖고 있어야 하는 ‘잇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2017년 신(新)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대가 높다는 점이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은 가격이 1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학부모들은 높은 가격에 놀라면서도 자녀가 친구들 사이에서 무시 당할까봐 롱패딩을 사주고 있다.

등골브레이커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할 정도로 비싼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원조 등골브레이커인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하면서 생긴 신조어다. 당시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선 노스페이스 패딩이 ‘준 교복’이나 다름없었다. 

2011∼2012년 전국의 중고생들은 교복 위에 노스페이스 패딩을 덧입고 학교와 거리를 활보했다.

노스페이스 패딩의 유행은 학생들 사이서 위화감을 조성했다. 노스페이스 패딩 가격대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노스페이스 계급도까지 등장했다. 

25만원대의 패딩은 ‘찌질이’ 30만원대는 ‘중상위권’ 60만원대는 ‘있는 집 날라리’ 70만원대는 ‘대장’으로 불렸다. 

입고 있는 옷에 따라 계급이 정해지다보니 학생들은 경쟁적으로 좀 더 비싼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롱패딩 열풍은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했을 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이 때문에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롱패딩 착용을 제한하는 학교도 나왔다. 

서울 강북의 한 고등학교는 ‘롱패딩 금지령’을 내렸다. 

고가의 제품이 학생들 사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였다. 강남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도 위화감 예방 차원서 또 계단을 오르내릴 때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롱패딩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높은 가격에도 ‘우르르∼’
“한심하다” vs “따뜻하다”


2013년 노스페이스 패딩의 유행이 끝날 무렵 ‘캐나다 구스’ 패딩이 등장했다. 간판 상품인 익스피디션의 가격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125만원. 평범한 중고생들이 입기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노스페이스서 캐나다 구스로 가격대가 한 번에 훌쩍 뛰자 비슷한 디자인의 패딩이 유행했다.

캐나다 구스와 묶어서 ‘캐몽’으로 불렸던 ‘몽클레르’ 패딩은 200만∼3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비쌌다. 

온라인서 강남 교복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강남 인근 학교서 유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페이스 패딩에 시달렸던 학부모들은 급격하게 높아진 제품 가격 때문에 ‘노스페이스 때가 그립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이보다 앞서 1990년대에는 황색 더플코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반적인 단추 대신 작은 통나무 모양의 나무 단추가 달려 있다. 이 단추는 떡볶이와 모양이 비슷해 ‘떡볶이 코트’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당시 떡볶이 코트는 다소 촌스럽고 투박한 스타일이지만 교복과 잘 어울려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언제까지 갈까?

롱패딩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또다시 발동 걸린 우르르 문화' '애들 옷 사주느라 부모님 등골 휘겠다'와 '따뜻해서 입겠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롱패딩 열풍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롱패딩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앞에서 노숙을 불사하는 사람들을 향해 ‘한심하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다른 쪽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자기 돈으로 구입하겠다는데 왜 난리냐’는 반박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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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