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도박 좋아하는 이유

한방 노리다 한방에 ‘훅’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악의 경기 불황과 취업난에 좌절한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노린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기에 빠져든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분 단위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가상화폐의 현실을 보면서 일각에선 도박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장안의 화제다.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한 가상화폐다. 완전히 익명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컴퓨터와 인터넷만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비트 도박판?

안정성이 아직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지만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격은 천장과 바닥을 오가고 있다.

지난 12일 비트코인캐시 시장서 환호와 곡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 8월 비트코인서 떨어져 나온 또 다른 가상화폐다. 이달 초 50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12일, 장중 한때 2477달러까지 치솟았다. 10일 만에 5배 가까이 뛴 가격은 이튿날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 하루 새 1353달러로 반 토막 났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2일 오후 3시30분경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283만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비트코인 관련 단어가 점령했다. 


방송, 기사 등을 통해 비트코인캐시 가격의 실시간 상승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가 몰렸다.

그러다 오후 4시부터 빗썸 거래소 서버가 1시간30분 동안 다운됐다. 서버가 복구된 이후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168만원으로 반 토막에 가깝게 급락했다. 매수도 매도도 할 수 없던 1시간30분 동안 투자금이 반으로 줄어든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했다. 

전세금, 등록금, 대출금 등을 날린 피해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 카페를 개설하고 거래소 빗썸 앞으로 달려갔다.

일각에선 이번 비트코인캐시 사태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분석한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레이 달리오 최고 경영자는 “비트코인 시장은 이미 투기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역시 “비트코인 가치가 얼마나 오를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거품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서 가상화폐는 ‘잘만하면 제대로 한몫 잡을 수 있는’ 투기·도박 시장으로 변질돼가는 모양새다. 

지난 9월24일 비트코인 관련 전문 매체 <크립토코인스 뉴스> <코인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같은 달 21일 비트코인의 원화 거래량은 일일 1만5408비트코인(약651억원)으로 점유율 5.55%를 기록했다. 이는 일본,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수준이다.


가상화폐를 통해 이득을 얻은 사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을 부추기고,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만회를 위해 다시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량 세계 3위 수준
가격 등락 변동성 커도 ‘불나방’

문제는 접근성이 높고 24시간 장이 유지되는 가상화폐 시장의 특성상 중독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분 단위로 심한 등락을 거듭하는 가격 변동성은 투자자들을 컴퓨터와 스마트폰 앞에 묶어놓고 있다.

황현탁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원장은 중독의 기준에 대해 “학생이면 공부, 직장인이면 직장 생활을 정상적으로 해야 하는데 도박 때문에 공부라든지 직장 일을 소홀히 하거나 또 가정 일을 제대로 못하는 그런 심각한 수준에 있는 사람을 도박중독자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또 선진국 미국, 영국, 호주의 경우 대체적으로 100명 중 2.5명 정도가 중독자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00명 중 5명 정도로 중독자 비율이 두 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행한 ‘2015 도박문제관리백서’에 따르면 2015년 연령별 도박중독자 비율은 19세 미만 1.8%, 20대 30.3%, 30대 38.0%, 40대 17.3%, 50대 8.4%, 60대 3.5%, 70세 이상이 0.5%로 파악됐다. 

전체 도박중독자의 70%가량이 10∼30대에 몰려 있다. 도박중독은 특성상 사교 도박서 시작해 문제 도박, 병적 도박의 패턴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이른 시기에 도박에 빠지게 되면 중독서 빠져나오는 데 개인·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다.

도박에 빠져드는 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가상화폐 관련 사이트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엄마 몰래 학원비를 빼돌려서’ ‘모아둔 용돈을 넣었다가’ ‘엄마 지갑서 몇 만원 훔쳐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접근성이 높아진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빠졌다가 어린 나이에 수천만원의 빚을 진 10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경찰청,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10대 사이버 도박 피의자 현황,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연령별 이용 현황 등의 자료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도박중독 실태가 드러난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불법 인터넷 도박으로 입건된 10대 청소년 수는 600여명에 육박했다. 연도별로 2014년 110명, 2015년 133명, 2016년 347명으로 최근 3년새 3배 이상 급증했다.

도박중독 치료를 받는 청소년 수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청소년은 2013년 13명서 2014년 20명, 2015년 25명, 2016년 40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SNS서 접한 도박 사이트 광고에 현혹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사례다. 도박 빚은 눈 깜박할 새 10대 청소년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본전을 찾기 위해 10대 청소년들은 중고품 사기를 치는 등 범죄에도 손대면서 청소년 도박중독은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령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도박중독의 원인을 복합적이라고 판단했다. 일부 도박중독자들은 도박이 갖고 있는 재미와 쾌감을 무기로 현실의 부정적인 감정을 떨친다. 돈을 따고 잃는 지점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일상생활에선 얻기 힘든 높은 수준의 자극이어서 중독의 단계로 빠지는 일도 많다. 

이외에도 현실 도피, 적응 장애 등의 성격을 가진 경우 도박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도박중독자의 말로

도박중독자 10명 중 1명은 자해·자살 시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도박중독자 6938명을 조사한 결과, 43.1%(2993명)가 자해와 자살을 생각해봤고 이 중 9.8%(680명)이 실제 자해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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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