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돈벌이’ 전단지 알바의 세계

“버려도 좋으니 받아만 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지하철 출구 근처서 전단지 돌리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전단지가 가득 들어있는 가방을 멀찍이 놓아두고 행인들에게 한 장씩 건넨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 받아가는 사람, 받아서 바로 버리는 사람 등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하철 역사 내 쓰레기통에는 전단지가 수북이 버려져 있다.
 

전단지 아르바이트는 한때 10대의 전유물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제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동네에 새로 생긴 피자집이나 치킨집 등은 수능을 막 마친 학생들을 고용해 아파트 주변에 전단지를 배포했다. 수년 전만해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날리던 20대 초반 청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길거리 부업

최근에는 전단지를 배포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마포역 주변에 새로 생긴 도시락 전문점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는 박모 할머니는 올해로 예순여섯이 됐다. 배포해야 할 전단지 1000장이 든 가방을 한편에 놓아두고 박 할머니는 100장으로 된 묶음을 꺼내 행인들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오전 7시10분, 출근을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는 직장인과 등교하는 학생들 중 약 절반가량은 박 할머니를 그냥 지나쳤다. 100장을 나눠주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하루치를 다 나눠주려면 꼬박 하루 동안 역 주변을 배회해야 한다. 박 할머니는 “주변에 부업하는 친구가 있어서 소개를 받았다”며 “날이 추워지니까 더 안 받아준다”고 말했다.

1장에 50원, 하루 5만원
대부분 쓰레기통으로 직행


박 할머니는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전단지를 내밀었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 날씨에 웅크린 사람들은 외면하기 일쑤였다. 하루를 꼬박 일해 1000장을 전부 배포하고 난 뒤 박 할머니가 받는 돈은 5만원 남짓이다. 

100장에 5000원으로 계산한 돈이다. 1장에 50원 꼴이다. “학생 이거 좀” “도시락 집 새로 생겼어요” 말을 건네며 배포한 전단지는 90% 넘게 지하철 역사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전단지를 받은 행인들은 읽어보지도 않은 채 바로 쓰레기통에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발길을 재촉하던 한 학생은 전단지를 받자마자 걸어가면서 손으로 접어 제일 먼저 눈에 보인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쓰레기통에는 박 할머니가 배포한 전단지로 이미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미처 박 할머니를 못 보고 지나쳤던 한 직장인은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서 연신 뒤를 돌아봤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는 전단지는 거절하기가 어렵다”며 “웬만하면 받아주긴 하는데 읽어보진 않는다. 내가 (전단지를) 받아야 그분들 일이 빨리 끝날 거라고 생각하면 너무 가혹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전단지, 벽에 붙은 전단지를 수거하는 고령의 알바생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최근 ‘불법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거리에 떨어진 광고물을 수거해 각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명함형 광고물은 장당 5원, 벽보는 15∼20원, 현수막은 최대 2000원까지 보상해준다. 65세 이상 노인들과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취약계층이 대상인데 노인들의 지원률이 높다.


일선서 물러난 노인들은 운동이나 소일거리로 전단지 수거 작업에 지원한다. 일부 노인들은 이를 통해 생계를 잇는 경우도 있다. 한 달 동안 지급되는 보상비는 10만원서 최대 50만원까지 상한이 정해져 있다. 

한 달을 꼬박 전단지 수거 일을 해도 벌 수 있는 돈은 최대 50만원으로 한정돼있다는 뜻이다. 일부 노인들에게는 생활비로 쓰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전단지 배포, 수거에 뛰어드는 노인이 많아진 것은 노인 빈곤 현상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인 것으로 집계됐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전된 국가는 일본이지만 그 속도는 우리나라가 더 빠르다. 문제는 빠른 고령화 속도를 사회가 쫓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 11일 OECD가 내놓은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0.2%로 비교 대상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1위다. 

66∼75세는 OECD 평균의 4배, 76세 이상은 4.2배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과 비교해도 각각 3배, 4.2배 높다. 

OECD는 보고서에서 “OECD 국가의 노인 빈곤율은 전체 인구의 빈곤율과 밀접하지만 호주와 스위스에선 노인빈곤율이 훨씬 높고 한국은 그 중에서도 특히 높다”고 지적했다.

떼고 줍는 알바도 성행
노인빈곤율 OECD 1위

OECD 보고서는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높은 이유로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야 출범해 1950년대 출생한 경우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역시 노인빈곤율의 주원인으로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이 낮은 점을 꼽는다. OECD 평균 노인 전체소득 중 공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58.7%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6.3%에 불과하다. 

대신 우리나라 노인들은 근로소득 비중이 63%로 높다. 그만큼 고령에 일하는 노인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황혼 알바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정년 이후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2.1%가 있다고 답했다.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은 정년 이후에도 일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비율은 남성(78.5%)보다 여성(86.2%)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정년 이후 생활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경제력 상실이었다. 즉 “생활비가 부족할까봐 걱정된다”는 응답자가 77.0%에 달했다. 

가족력으로 인한 건강악화(46.0%), 자녀에게 부양 부담을 지우는 것(27.3%), 노년의 외로움과 허전함(15.5%)이 뒤를 이었다. 

황혼 알바를 하려는 이유로는 경제력을 높이기 위한 것을 포함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45.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일하는 즐거움을 위해(35.7%), 돈을 벌어야 하는데 취업은 잘 안 될 것 같아서(35.3%) 등의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 8월 강연차 한국을 찾은 일본의 빈곤퇴치 운동 전문가 후지타 다카노리씨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노인 빈곤문제에 대해 “한창 일할 시기에는 모른다”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노인) 빈곤은 반드시 찾아온다”고 경고했다. 

후지타씨는 <2020 하류노인이 온다> <과로노인> 등의 저서를 통해 노인 빈곤문제를 가까이서 들여다 봐왔다.


어려운 노후

그는 강연서 “일본은 젊은 빈곤층도 늘어나고 있어 젊은 층의 노후 준비는 물론 부모 부양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패턴이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이가 드는 것을 피할 수 없는 한 노인 빈곤 문제는 국가를 떠나 모든 사람들의 문제”라며 “민간 보험은 물론 사회보장제도 확충 등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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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