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660명’ 에이즈 감염자 어디로?

‘연락두절’ 정부가 놓친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서 한 여성이 에이즈 발병 사실을 숨긴 채 성매매하다 발각되는 이른바 ‘부산 에이즈 여성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600여명의 에이즈 감염자와 연락이 두절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최근 불거진 에이즈 사태는 ‘인재’라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일요시사>가 그 배경을 살펴봤다.
 

 

에이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은 감염자들의 잠적 등 최악의 사태를 유발한다. 에이즈 감염자들은 사람들의 시선에 갇혀 고립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정확한 에이즈 감염자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증가 추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이즈 감염자는 10년새 2.6배 늘었다. 신규 에이즈 감염자 수는 2007년 740명으로 집계됐지만 3년 후인 2010년에는 773명, 2013년에는 1013명, 지난해 1062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성 접촉이 활발한 젊은 층에서 급속하게 환자 수가 불고 있다. 

그중에서도 10대 에이즈 감염자는 10년 전에 비해 4.2배가 증가했다. 전체 증가폭보다 높은 수치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10대 에이즈 감염자는 99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이 숫자가 417명까지 늘었다. 60대 3.1배, 50대 2.9배, 20대 2.8배, 40대 2.4배, 30대 2.1배 등과 비교해 가장 높다.


전국에 에이즈 공포를 확산시킨 ‘용인 에이즈 사건’의 경우도 감염자는 15세의 어린 여학생이었다. 해당 소녀는 중학생이던 지난해 8월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10여차례 성매매했고 올해 5월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 자신이 에이즈 감염자인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경찰은 이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남성을 추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성매매에 이용된 채팅앱이 나이와 성별만 클릭하면 누구든지 접속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용인·부산서 감염 여성 성매매 확인
채팅앱 이용…상대 남성들 확인 불가

‘부산 에이즈 사건’ 역시 채팅앱을 통한 만남이었다. 이 여성은 2010년 성매매를 하다 에이즈에 감염됐다. 그럼에도 지난 5월부터 10∼20차례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과정서 여성과 동거 중이던 남자친구가 그녀의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고도 성매매를 알선한 정황이 발견되면서 충격을 더했다. 문제는 용인서와 같이 부산 역시 성매매 대상과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에이즈는 1980년대 초 미국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전염병이다. HIV 감염으로 면역능력이 떨어져 기회 감염이나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감염 경로는 HIV 감염자와의 성 행위, HIV 감염자와 정맥용 마약 주삿바늘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 산모로부터 태아로 감염이 전파되는 수직 감염 등이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경우 감염 위험이 96%까지 감소한다. 집중적인 관리·감독이 진행된다면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용인·부산 에이즈 사건이 전형적인 인재라고 불리는 이유다.


앞서 두 사건으로 에이즈 관리에 구멍이 발견되면서 보건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체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5.5%인 660명의 소재 파악이 불분명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비상이 걸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HIV/에이즈 감염인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연락불가 HIV/에이즈 감염자는 총 660명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 관리·감독 ‘구멍’
사회적 시선에 미신고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로는 에이즈 감염자가 주소지나 전화번호 변경 시 보건소장에게 이전 및 변경신고 등을 할 의무가 없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5조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르면 감염자를 진단하거나 감염자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와 의료기관은 감염자를 관할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해당 보건소는 시·도를 거쳐 질병관리본부에 보고한다. 지역보건소는 실명 신고된 이들 감염자에 대해 진료기관으로의 연계, 상담, 진료비 지원 등 지속적인 관리를 시행한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연락두절이 치료거부를 뜻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HIV/에이즈 감염자 진료현황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생존감염자의 치료율은 매년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만795명이 진료를 받았는데 이는 등록된 생존감염자 1만1440명의 94.4%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5년간 진료를 받지 않은 에이즈 감염자의 숫자는 평균 650명이다. 구체적으로 2012년 630명, 2013년 744명, 2014년 653명, 2015년 619명, 지난해 645명 등이다.

현재 진료비의 90%는 건강 보험에서 급여 중 본인부담금 10%는 환자가 지역보건소에 실명 등록할 경우 국비와 지방비로 지원된다. 그럼에도 비진료 에이즈 감염자가 평균 650여명에 달하는 것은 그 배경에 불신이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감염자들은 실명 등록을 꺼린다. 보건소와 연락을 주고 받는 과정서 감염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의 벽에 막혀 도움의 손길조차 거절하는 상황이다.

편견 해소해야

김승희 의원은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꿀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에이즈 환자들이 보건소의 관리를 통해 자발적으로 적시에 치료에 참여하고 전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티나는 ‘에이즈 키트’

지난달 10일과 19일 여성 에이즈 감염자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경찰은 상대 남성을 찾기 위해 추적에 나섰지만 난항에 빠져있다. 에이즈 감염자 가운데 5%가량이 연락두절 등의 이유로 소재 파악이 안 된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에이즈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서 에이즈 감염 사실 확인을 위한 ‘에이즈 자가 검사 키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진단 키트의 인기가 치솟은 이유로는 감염 의심자들이 개인정보를 숨기기 위해 보건소 등 의료기관 방문을 꺼린다는 점, 집에서 간편하게 키트만으로 감염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점 등이 꼽힌다.

부산 에이즈 여성 사건이 발생한 부산의 한 약사는 “하루에도 몇 명씩 찾아와 제품을 찾고 사용 방법이나 부연 설명도 듣지 않은 채 구매해간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쉬쉬할 게 아니라, 진단키트에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의료 기관에 방문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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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