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판 신 노예제’ 천태만상

때리고 욕해도 ‘굽신굽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조선의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양반과 노비의 경계가 무너졌지만 오랜 시간 타 신분에 비해 우월적 지위를 누렸던 양반들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로부터 120여년이 지난 현재 사회 곳곳서 신분제가 부활하고 있다. 신(新) 노예제의 등장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신조어가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야민정음’이라는 신조어 형태가 유행이다. 야민정음이라고 이름 붙은 것은 주로 야구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서 이런 표기 방식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야구’와 ‘훈민정음’을 합한 말이다. 댕댕이(멍멍이), 머장(대장), 커엽다(귀엽다) 등 어떤 단어의 글자를 모양이 비슷한 다른 글자로 바꿔 쓰는 것을 가리킨다.

갑질의 시대

발 빠르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신조어를 보면 그 시대의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난달 19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팀이 공개한 ‘뉴스빅데이터로 보는 신조어’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까지 신조어가 사용된 기사 중 ‘스펙’ 관련 기사가 6만9451건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멘붕(4만1059건), 3위는 갑질(2만5075건)이었다.

지난 5년간 기사에 자주 등장한 신조어 1~3위는 취업난과 비상식적 관행,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꼬집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갑질은 불과 몇 년 새 우리 사회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포털사이트 뉴스 카테고리서 검색어로 ‘갑질’을 입력해보면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비정상적 갑을 관계를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뉴스빅데이터팀은 “갑질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기사에 사용된 건 2013년 포스코 임원의 기내 승무원 폭행 사건 때부터”라며 “이후 대리점주에게 우유를 강매한 남양유업 사태, 대항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등을 통해 갑질이 보통명사처럼 굳어졌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임원들의 각종 추태
‘갑질’ 보통명사처럼 굳어져

상대적으로 덜 가진 자가 더 가진 자에게 무시받고 하대당하는 일은 과거에도 비일비재하게 있던 일이다. 문제는 그 강도가 최근 들어 더 세졌다는 데 있다. 또 갑질을 당하는 대상, 이른바 을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생계, 승진, 취업 등 갑이 갖고 있는 권한이 을의 대항을 제한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3일 부산대병원의 한 교수가 전공의 11명을 2년간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폭행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5년부터 부산대병원 전공의 11명이 지도교수로부터 당한 폭행의 증거로 병원 측에 제출한 사진을 입수해 공개한 것. 
 

사진 속에는 시퍼렇게 멍든 다리와 피고름으로 가득 찬 주사기도 있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바닥에 머리를 박고 엎드리는 원산폭격 자세를 한 채 발에 차이고 뺨을 맞아 고막이 파열됐다는 진술까지 나왔다. 피해 전공의들은 가해 교수의 파면과 해임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교수에게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또 병원 교수들이 피해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 의원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서 “지도교수가 전공의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제식으로 병원이 운영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전공의들은 폭행과 폭언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불이익이나 보복을 당할까봐 두려워 신고를 하거나 제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감당해왔다”고 비판했다.

2015년에는 ‘인분 교수’ 사건이 터지면서 ‘영원한 을’로 불리는 대학원생의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졌다. 

경기도의 한 대학에 교수로 재직하던 A씨는 제자가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2013년 3월부터 2년여에 걸쳐 인분을 먹이고 수십 차례 폭행을 하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피해 대학원생에게 자신의 대소변을 강제로 먹이고 얼굴에 비닐을 씌운 후 최루가스를 뿌리는 등의 극악한 범행을 행했다. 피해 대학원생은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고통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도 범행은 멈추지 않았다.

인분 교수 사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대학원이 있는 전국 182개 대학 총장에게 ‘대학원생 인권장전’을 마련하고 인권 전담 기구를 설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전국 대학원생 1906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연구나 프로젝트 수행 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한 경우가 네 명 중 한 명(25.8%)꼴로 드러나는 등 인권 유린 행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대학원생은 피교육자이자 연구실 행정 분담 등 노동자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며 “그러나 지도교수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인권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 전공의 폭행과 인분 교수 사건서 가해자가 저당 잡은 건 ‘피해자의 미래’다. 경기 불황으로 취업난이 심화된 상황서 전공의와 대학원생은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도교수의 갑질을 견딜 수밖에 없었다.

생계·취업에 저항 못해
법적 처벌도 ‘솜방망이’

갑질 피해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경비원의 경우는 ‘생계’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아파트 경비원은 주민들을 상대로 일을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로부터 갑질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공동묘지에 꽃을 심는 일에 경비원을 동원하고 부당한 지시 사항에 항의하면 ‘칼로 찔러버리겠다’ ‘목을 비틀어 버리겠다’ 는 등의 폭언도 서슴지 않는다.


경비원들은 대부분 단기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아파트 일부 주민들의 황당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처지다. 3개월, 6개월 단위의 계약 특성상 자칫 잘못하다간 재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경비원 수를 줄이겠다는 해고 협박도 자주 받는다. 말 그대로 ‘파리 목숨’이다. 이 과정서 그들은 폭행을 당하거나 담뱃불로 얼굴에 화상 입는 등 신체적 피해를 겪을 때도 있다. 그럼에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한다.
 

지난 7월에는 군 인권센터의 폭로로 공관병의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군 인권센터는 당시 육군 제2작전사령관이던 박찬주 대장과 그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대로 온갖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장과 그의 부인은 공관병에게 빨래는 물론 물 떠오기, 아들 밥 차려주기, 아들 친구 바비큐 파티 준비하기 등 각종 허드렛일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렸다. 그러면서 공관병이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폭언을 퍼붓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그중 한 공관병은 스트레스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들은 군내 서열 3위인 육군 대장의 말을 거역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일부 공관병들이 간부들에게 상황을 호소해 봤지만 ‘조금만 버티라’는 위로가 돌아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실제 박 전 대장은 병사 사적 운용 행위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병원, 학교, 군대…


군 인권센터는 박 전 대장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송광석 국방부 감찰단장에 대해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관병 갑질 사건 수사가 용두사미로 마무리 되면서 군대 내 갑질 문화가 쉽게 근절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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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