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정부 마지막 조각 홍종학 중기부장관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01 14:03:17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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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내각 구성원으로 홍종학 중소기업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야 3당은 모두 ‘코드·보은인사’라고 홍 후보자 지명을 비판하고 나섰다. 청문회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내정된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다음달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의 파고를 넘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중소벤처부장관 후보자에 홍종학(58)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며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낼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홍 후보자는)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경제 전문가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 기업 중심의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낼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대-중소기업 협력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문재인정부는 출범 6개월여 만에 18개 정부 부처 조각을 끝내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24일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중기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과정서 창조과학 및 역사 인식 논란이 일자 지난달 15일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당초 현장경험이 풍부한 벤처기업인 등을 물색했지만 ‘주식 백지신탁’ 등 문제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인선에 난항을 겪어왔다. 홍 후보자 발탁에는 그가 대선 공약을 주도해온 만큼 공약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권 1기 6개월 만에 완성
의원 출신 내정자 7명 모두 생존

하지만 여야는 홍 후보자를 두고 벌써부터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홍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내달 10일 진행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6일 각 당 간사 간 협의를 통해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날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위는 정부가 27일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면 오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회 실시계획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홍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낙마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이른바 ‘의원불패’ 신화를 고려할 때 무난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김현미 국토교통부·김영춘 해양수산부·김영주 고용노동부·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이 문재인정부 들어 정치인 출신으로 청문회 문턱을 가볍게 넘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해 유능한 경제학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홍종학 전 의원이 내정됐다”며 “경제학교수 출신의 홍종학 전 의원은 이론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실제 홍 후보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은 경제·재정 전문가로 통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기획재정위원회서 주로 활동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나코 인사(보은·나홀로·코드인사)’라며 맞서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내각을 마무리 짓는 인선이 결국 돌고 돌아 기업이나 벤처에 전혀 경험이 없는 친문 정치인으로 낙찰됐다”며 “중기부는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인데, 장관이 전혀 경험과 식견을 갖지 못한 사람으로 인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친문(친 문재인) 핵심, 보은 등 그동안 비난받아 온 인사 유형들이 총망라된 분인 듯해서 실망”이라고 혹평했고,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인재풀은 도저히 캠프·코드, 민주당 ‘캠코더’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딸 재산이…
부의 대물림 

야당의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닌 게 홍 후보자는 중소벤처 분야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초대 중기부 장관의 상징성을 감안해 벤처기업 출신을 선호했던 청와대 기조와도 다르기도 하다.

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다. 홍 후보자의 중학생 딸이 8억원이 넘는 상가를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이던 홍 후보자는 가족 재산을 포함해 모두 49억5000만원을 신고했다.

이 중에는 배우자와 딸이 서울시 중구 충무로5가에 위치한 4층 상가건물 일부를 증여받은 것도 포함됐다. 증여받은 상가의 현재가액은 34억6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을 홍 후보자의 처남으로 추정되는 장모씨가 증여받았고, 나머지 17억3000만원을 배우자와 딸이 절반씩 나눠 가졌다. 누구로부터 증여를 받았는지는 신고하지 않았으나 등기부등본상 배우자 장씨의 어머니로 추정된다.

8억6500만원을 증여받은 딸은 미성년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에 신고된 홍 후보자의 딸은 2004년생이다. 


일반적으로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중학생 임대사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홍 후보자의 딸은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에 1600만원의 예금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후보자가 그동안 ‘부의 대물림’을 비판해 온 점에서 자신의 자녀의 임대소득에는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홍 후보자는 5년간 전체 상속·증여액이 36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하면서 “부의 대물림이 엄청난 규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 상속·증여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과세강화 대상을 30억원 이상으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적법한 절차로 상속이 이뤄졌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이어 “의원 시절 장모님 건강 안 좋아 증여가 이뤄졌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증여세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는 또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4년 동안 32억원 정도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자는 2012년 8월 의원으로서 첫 재산신고를 할 당시 본인과 배우자, 장녀의 재산을 합쳐 모두 21억7355만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의원 임기가 끝난 뒤 이뤄진 2016년 7월 신고에선 재산을 53억7597만원으로 등록했다. 4년 사이 곱절 이상 재산이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재산엔 홍 후보자와 가족의 아파트, 상가 등 상속이 큰 몫을 차지했다. 서울 강남의 47평형 압구정신현대아파트서 전세 살던 홍 후보자는 2014년 3월엔 압구정동의 한양아파트 한 채를 증여받았다고 신고했다.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신고한 41평형의 이 아파트는 당시 8억4000만원으로 가격을 신고했다.

곧 청문회
공세 버틸까

2016년 3월 신고 당시엔 배우자와 장녀가 서울 중구 충무로의 상가를 증여받으면서 17억2000여만원이 늘었고 한양아파트 값과 배우자 소유의 평택시 토지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전년 대비 총 19억600여만원이 증가했다. 

같은 해 7월, 의원직서 물러난 뒤 마지막 신고 때엔 배우자의 평택시 상가 상속으로 9억2400여만원이 늘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홍 후보자는 적잖은 예금도 보유하고 있었다. 2012년 홍 후보자는 각종 저축은행 등에 5억7000만원이 넘는 예금액이 있었고, 배우자도 7억4000만원 넘게 예치해 뒀다. 홍 후보자의 예금액은 한때 7억원을 넘었지만, 마지막 신고 때엔 상속세 납부 등으로 2억50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신고했다. 배우자는 10억원에 육박했다.

일각에선 중기벤처부는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 등 서민 계층을 대변해야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재산 증가가 서민들 입장에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청문회서 재산 증식 과정 문제점이 없었는지도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홍 후보자의 반 기업적 정서도 검증 대상이다. 정치권에선 홍 후보자가 대기업을 암세포에 비유하고 박정희정부를 “독일의 나치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평가한 것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홍 후보자는 현대자동차가 신사옥 건설을 위해 약 10조원을 서울 강남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사용한 것을 언급하면서 “현대자동차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재벌을 돕느라 한국 (전기차 자동차) 시장이 무너졌다”며 “현대차는 (정부가 지원한) 그 돈을 가지고 삼성동에 10조원 땅 투기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자는 한국의 소비자 수요나 기반시설 등의 상황은 무시한 채 “한국은 전기차 충전코드도 제대로 안 돼있다”며 “왜 이렇게 됐느냐하면 현대차 때문에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현대차에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보은·코드 인사 비판
야당 고강도 검증 시작

지난 25일 홍 후보자는 이런 입장에 대해 “인사청문회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를 꼭 살려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꼭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질 문제 등을 제기하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자신이 과거 논문에서 박정희정부의 경제정책을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과 유사하다고 평가해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청문회서 입장을 밝힐 것임을 예고했다.

홍 내정자는 1959년 5월12일생으로 인천 출신이다. 송현초등학교, 대헌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와 석사,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1997년부터 경제 관련 시민 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 재벌개혁위원장, 정책위원장, 그리고 연구 소장으로 활동했으며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졌다.

2012년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의 디지털본부장으로서 최재성 의원과 함께 넷 상의 민주당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플랫폼 정당’ ‘100만 당원 시대’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원 재직 당시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다수 발의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20대 국회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가 교수로 지냈다. 교수 재직 당시에도 대선 국면에 정책 본부 부본부장, 인수위를 대신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서 분과장을 맡는 등 민주당서 지금까지도 신뢰 받고 있다.

실무·추진력 
부족도 지적

홍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오른팔’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대선후보 캠프서 중앙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반(反)재벌정책 공약을 가다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대 국회에선 대기업 집단에 집중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중소기업에 줘야 한다는 분배형 정책을 주로 발의했다. 

맥주시장에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기존 10년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일명 ‘홍종학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홍종학은?]

▲인천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 
▲가천대 사회과학대학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장 
▲19대 국회의원(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본부장 
▲19대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부본부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기사 속 기사> 중소기업벤처부 역할은?

중소벤처기업부(약칭 중기부)는 문재인정부서 2017년 7월26일자로 신설된 중앙행정조직으로, 기존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외청인 중소기업청을 격상시켜 설치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문재인정부의 1차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청을 거의 그대로 토대 삼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인력양성, 지역산업육성, 기업협력촉진 기능을 흡수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진흥 기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을 흡수했다. 다만, 중견기업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겼다.

전체 부는 ‘4실13관41과’로 구성됐다. 부처 정원은 431명으로 중소기업청(353명) 시절 보다 78명 늘어났다. 산업부서 3과, 미래부서 1국5과, 금융위서 5급 1명이 중소벤처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각 부처 집행기관인 기술보증기금,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도 이관됐다. 

중소기업 정책의 종합·조정 역할을 맡을 '중소기업정책실'은 중소기업정책관·성장지원정책관·지역기업정책관 3개관을 아래에 둔다. 이중 중소기업정책관 아래 정책평가조정과·거래환경개선과가 새로 생긴다. 중소기업들에 공정한 거래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역기업정책관의 지역혁신정책과·지역기업육성과는 산업통상자원부서 업무가 이관되면서 생겼다. 

창업·벤처 활성화와 성장 생태계 구축에 나설 창업벤처혁신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업무를 대거 이관받아 창업정책총괄과·창업생태계조성과·투자회수관리과·벤처혁신기반과 등을 새로 만들었다. 소상공인 전담부서인 소상공인정책실엔 혁신형 소상공인을 육성할 소상공인혁신과, 상생협력정책과를 신설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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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