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정부 마지막 조각 홍종학 중기부장관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1.01 14:03:17
  • 호수 1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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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내각 구성원으로 홍종학 중소기업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야 3당은 모두 ‘코드·보은인사’라고 홍 후보자 지명을 비판하고 나섰다. 청문회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내정된 초대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다음달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의 파고를 넘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중소벤처부장관 후보자에 홍종학(58)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하며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낼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홍 후보자는)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경제 전문가로,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중소벤처 기업 중심의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낼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소개했다. 

이어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대-중소기업 협력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문재인정부는 출범 6개월여 만에 18개 정부 부처 조각을 끝내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24일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를 중기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박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과정서 창조과학 및 역사 인식 논란이 일자 지난달 15일 자진사퇴했다.     


청와대는 당초 현장경험이 풍부한 벤처기업인 등을 물색했지만 ‘주식 백지신탁’ 등 문제로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인선에 난항을 겪어왔다. 홍 후보자 발탁에는 그가 대선 공약을 주도해온 만큼 공약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권 1기 6개월 만에 완성
의원 출신 내정자 7명 모두 생존

하지만 여야는 홍 후보자를 두고 벌써부터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며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홍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내달 10일 진행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6일 각 당 간사 간 협의를 통해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이날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산업위는 정부가 27일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면 오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회 실시계획 등을 의결할 예정이다.

홍 후보자가 정치인 출신이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전·현직 국회의원의 경우 낙마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이른바 ‘의원불패’ 신화를 고려할 때 무난할 것이란 예상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김현미 국토교통부·김영춘 해양수산부·김영주 고용노동부·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이 문재인정부 들어 정치인 출신으로 청문회 문턱을 가볍게 넘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해 유능한 경제학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 홍종학 전 의원이 내정됐다”며 “경제학교수 출신의 홍종학 전 의원은 이론과 실력을 모두 겸비한 중소벤처기업부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실제 홍 후보자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은 경제·재정 전문가로 통한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기획재정위원회서 주로 활동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보나코 인사(보은·나홀로·코드인사)’라며 맞서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내각을 마무리 짓는 인선이 결국 돌고 돌아 기업이나 벤처에 전혀 경험이 없는 친문 정치인으로 낙찰됐다”며 “중기부는 혁신성장을 주도하고 중소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인데, 장관이 전혀 경험과 식견을 갖지 못한 사람으로 인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친문(친 문재인) 핵심, 보은 등 그동안 비난받아 온 인사 유형들이 총망라된 분인 듯해서 실망”이라고 혹평했고,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문 대통령의 인재풀은 도저히 캠프·코드, 민주당 ‘캠코더’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딸 재산이…
부의 대물림 

야당의 비판도 틀린 말은 아닌 게 홍 후보자는 중소벤처 분야와 직접적인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초대 중기부 장관의 상징성을 감안해 벤처기업 출신을 선호했던 청와대 기조와도 다르기도 하다.

야당은 홍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시작했다. 홍 후보자의 중학생 딸이 8억원이 넘는 상가를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이던 홍 후보자는 가족 재산을 포함해 모두 49억5000만원을 신고했다.

이 중에는 배우자와 딸이 서울시 중구 충무로5가에 위치한 4층 상가건물 일부를 증여받은 것도 포함됐다. 증여받은 상가의 현재가액은 34억6000만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절반을 홍 후보자의 처남으로 추정되는 장모씨가 증여받았고, 나머지 17억3000만원을 배우자와 딸이 절반씩 나눠 가졌다. 누구로부터 증여를 받았는지는 신고하지 않았으나 등기부등본상 배우자 장씨의 어머니로 추정된다.

8억6500만원을 증여받은 딸은 미성년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에 신고된 홍 후보자의 딸은 2004년생이다. 


일반적으로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중학생 임대사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홍 후보자의 딸은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에 1600만원의 예금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홍 후보자가 그동안 ‘부의 대물림’을 비판해 온 점에서 자신의 자녀의 임대소득에는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홍 후보자는 5년간 전체 상속·증여액이 36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강조하면서 “부의 대물림이 엄청난 규모”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액 상속·증여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면서도 과세강화 대상을 30억원 이상으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는 “적법한 절차로 상속이 이뤄졌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이어 “의원 시절 장모님 건강 안 좋아 증여가 이뤄졌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증여세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는 또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4년 동안 32억원 정도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자는 2012년 8월 의원으로서 첫 재산신고를 할 당시 본인과 배우자, 장녀의 재산을 합쳐 모두 21억7355만 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의원 임기가 끝난 뒤 이뤄진 2016년 7월 신고에선 재산을 53억7597만원으로 등록했다. 4년 사이 곱절 이상 재산이 늘어난 셈이다.


늘어난 재산엔 홍 후보자와 가족의 아파트, 상가 등 상속이 큰 몫을 차지했다. 서울 강남의 47평형 압구정신현대아파트서 전세 살던 홍 후보자는 2014년 3월엔 압구정동의 한양아파트 한 채를 증여받았다고 신고했다.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신고한 41평형의 이 아파트는 당시 8억4000만원으로 가격을 신고했다.

곧 청문회
공세 버틸까

2016년 3월 신고 당시엔 배우자와 장녀가 서울 중구 충무로의 상가를 증여받으면서 17억2000여만원이 늘었고 한양아파트 값과 배우자 소유의 평택시 토지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전년 대비 총 19억600여만원이 증가했다. 

같은 해 7월, 의원직서 물러난 뒤 마지막 신고 때엔 배우자의 평택시 상가 상속으로 9억2400여만원이 늘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홍 후보자는 적잖은 예금도 보유하고 있었다. 2012년 홍 후보자는 각종 저축은행 등에 5억7000만원이 넘는 예금액이 있었고, 배우자도 7억4000만원 넘게 예치해 뒀다. 홍 후보자의 예금액은 한때 7억원을 넘었지만, 마지막 신고 때엔 상속세 납부 등으로 2억50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신고했다. 배우자는 10억원에 육박했다.

일각에선 중기벤처부는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 등 서민 계층을 대변해야 하는데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재산 증가가 서민들 입장에서는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청문회서 재산 증식 과정 문제점이 없었는지도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홍 후보자의 반 기업적 정서도 검증 대상이다. 정치권에선 홍 후보자가 대기업을 암세포에 비유하고 박정희정부를 “독일의 나치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평가한 것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홍 후보자는 현대자동차가 신사옥 건설을 위해 약 10조원을 서울 강남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사용한 것을 언급하면서 “현대자동차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재벌을 돕느라 한국 (전기차 자동차) 시장이 무너졌다”며 “현대차는 (정부가 지원한) 그 돈을 가지고 삼성동에 10조원 땅 투기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자는 한국의 소비자 수요나 기반시설 등의 상황은 무시한 채 “한국은 전기차 충전코드도 제대로 안 돼있다”며 “왜 이렇게 됐느냐하면 현대차 때문에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현대차에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보은·코드 인사 비판
야당 고강도 검증 시작

지난 25일 홍 후보자는 이런 입장에 대해 “인사청문회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중소벤처기업부를 꼭 살려야 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꼭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질 문제 등을 제기하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청문회에서 밝히겠다며 말을 아꼈다. 

자신이 과거 논문에서 박정희정부의 경제정책을 독일 히틀러의 나치즘과 유사하다고 평가해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며 청문회서 입장을 밝힐 것임을 예고했다.

홍 내정자는 1959년 5월12일생으로 인천 출신이다. 송현초등학교, 대헌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와 석사,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1997년부터 경제 관련 시민 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서 재벌개혁위원장, 정책위원장, 그리고 연구 소장으로 활동했으며 경제민주화를 주장한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경제학자로 알려졌다.

2012년 총선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민주당의 디지털본부장으로서 최재성 의원과 함께 넷 상의 민주당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플랫폼 정당’ ‘100만 당원 시대’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의원 재직 당시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다수 발의하며 정력적으로 활동했다. 

20대 국회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시 학계로 돌아가 교수로 지냈다. 교수 재직 당시에도 대선 국면에 정책 본부 부본부장, 인수위를 대신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서 분과장을 맡는 등 민주당서 지금까지도 신뢰 받고 있다.

실무·추진력 
부족도 지적

홍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오른팔’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대선후보 캠프서 중앙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아 반(反)재벌정책 공약을 가다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19대 국회에선 대기업 집단에 집중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중소기업에 줘야 한다는 분배형 정책을 주로 발의했다. 

맥주시장에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주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면세점 특허 갱신 기간을 기존 10년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일명 ‘홍종학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cmp@ilyosisa.co.kr>

 

[홍종학은?]

▲인천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 대학원 경제학과 박사 
▲가천대 사회과학대학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장 
▲19대 국회의원(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본부장 
▲19대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 부본부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기사 속 기사> 중소기업벤처부 역할은?

중소벤처기업부(약칭 중기부)는 문재인정부서 2017년 7월26일자로 신설된 중앙행정조직으로, 기존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외청인 중소기업청을 격상시켜 설치됐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웠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문재인정부의 1차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구체적으로는 중소기업청을 거의 그대로 토대 삼아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인력양성, 지역산업육성, 기업협력촉진 기능을 흡수하고,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진흥 기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을 흡수했다. 다만, 중견기업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겼다.

전체 부는 ‘4실13관41과’로 구성됐다. 부처 정원은 431명으로 중소기업청(353명) 시절 보다 78명 늘어났다. 산업부서 3과, 미래부서 1국5과, 금융위서 5급 1명이 중소벤처부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각 부처 집행기관인 기술보증기금, 창조경제혁신센터, 테크노파크도 이관됐다. 

중소기업 정책의 종합·조정 역할을 맡을 '중소기업정책실'은 중소기업정책관·성장지원정책관·지역기업정책관 3개관을 아래에 둔다. 이중 중소기업정책관 아래 정책평가조정과·거래환경개선과가 새로 생긴다. 중소기업들에 공정한 거래환경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역기업정책관의 지역혁신정책과·지역기업육성과는 산업통상자원부서 업무가 이관되면서 생겼다. 

창업·벤처 활성화와 성장 생태계 구축에 나설 창업벤처혁신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 업무를 대거 이관받아 창업정책총괄과·창업생태계조성과·투자회수관리과·벤처혁신기반과 등을 새로 만들었다. 소상공인 전담부서인 소상공인정책실엔 혁신형 소상공인을 육성할 소상공인혁신과, 상생협력정책과를 신설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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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