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떠도는 신사옥 괴담

좋다고 이삿짐 쌌다가…울고 웃는 기업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초고층 빌딩을 지은 회사나 도시는 경제위기나 슬럼프에 시달린다는 속설,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는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얘기다. 경제는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이런 초고층 건물 투자가 최고점을 찍을 때 경기가 불황으로 돌아설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속설은 단지 초고층 빌딩에 국한되는 게 아니다. 더 큰 사옥으로 옮기고 새롭게 출발한 몇몇 회사들 역시 비슷한 속설에 신음하고 있다. 
 

신사옥에 입주한 기업들의 상반기 경영 실적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NH농협생명과 쿠팡은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LG이노텍, 에어부산 등은 견고한 성적을 기록하며 묘한 대조를 보였다.

순탄치 않은
새집 생활

지난 3월 서대문구 소재 옛 임광빌딩(2개동)을 매입해 신사옥을 마련한 NH농협생명은 입주 한 달 만인 4월 덩치에 걸맞지 않는 성적표를 받았다.

NH농협생명의 자산규모는 4월 기준 62조4945억원으로 삼성생명(249조5803억원), 한화생명(107조7162억원), 교보생명(92조8337억원)에 이어 업계 4위 수준이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321억원으로 업계 10위에 불과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삼성생명이 6310억원으로 1위였으며 한화생명이1809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교보생명(1793억원), 동양생명(1159억원), ING생명(830억원), AIA생명(804억원), 메트라이프생명(752억원), 라이나생명(647억원), 푸르덴셜생명(594억원), NH농협생명(321억원) 순이다. NH농협생명은 총자산 규모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라이나생명보다 절반 가까이 낮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셈이다. 

NH농협생명은 ‘총자산수익률(ROA)’ 역시 당기순이익 규모 상위 10개사 중 가장 낮다. ROA는 수익성을 알아보는 대표적인 지표로 총자산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ROA가 높다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에 비해 이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ROA의 수치가 낮다는 것은 자산 대비 수익성이 낮음을 의미한다. 
 

NH농협생명의 올해 1분기 기준 ROA는 0.21%로 10개사 중 꼴지다. 4년 전 동기(0.19%)보다 0.02%p. 증가한 수치지만 해당 기간 동안 가장 낮은 ROA를 기록한 NH생명보험은 ‘4년 연속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사옥 이전에 돈 쓰느라 ‘허우적’
보금자리 바꾸고 빨간불 켜진 살림

지난 4월 송파구 신천동 신사옥으로 이전한 쿠팡은 극심한 재무위기에 처해 있다. 올해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경우 자본잠식이 우려될 정도로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결손금은 1조2000억원으로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금을 대부분 잠식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1조1000억원은 이미 소진한 상태다. 현재 쿠팡의 자본총계는 3200억원으로 전년 4240억원 대비 2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예년 수준의 5000억원대 적자를 낼 경우 자본잠식 위험은 높아진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쿠팡이 임대료가 비싼 잠실 사옥으로 이전한 것을 두고 업계는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쿠팡이 입주한 신천동 타워730는 기존 삼성동 사옥의 2.2배 규모다. 

쿠팡은 이 건물 지상 8층부터 26층까지 19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쿠팡의 잠실 신사옥은 보증금 1000억원, 월세는 연간 약 150억원(관리비 포함)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 끌어다 쓰고
빚더미 앉을 판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국내 최고,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를 정식 개장했다. 2010년 말 착공한 이 건물은 지하 6층, 지상 123층 규모로 높이가 555m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한 후 롯데그룹은 각종 구설서 자유롭지 못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선 뭇매를 맞았고 총수 일가는 경영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섰다. 실제로 지난 3월21일 <블룸버그>는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법정에 서고 한국이 안팎의 위기에 처한 걸 마천루의 저주에 빗댔다. 
 

게다가 롯데월드타워에 입주 이전부터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올 상반기 실적도 추락했다. 롯데그룹 대표기업인 롯데쇼핑은 상반기 매출이 3% 줄고, 영업이익은 22% 감소했다.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네오위즈는 옛 사옥 매각에 골몰하고 있다. 네오위즈가 매물로 내놓은 분당사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192-3번지에 위치한다. 

대지면적 2599.90㎡, 연면적 4337.13㎡로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다. 일반상업지역으로 2016년 기준 공시지가는 1㎡당 509만원이다. 공시지가 합계는 132억3095만원이다. 네오위즈는 분당사옥 매각 예정가를 175만원으로 책정해 시중에 내놨다. 

지난해 상반기 반짝 회복됐던 실적이 하반기 다시 악화되면서 다시금 매각의 불씨가 당겨졌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910억원, 영업이익 235억원, 순이익98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2014년과 2015년에 걸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온 듯 보였다. 그러나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대비 대거 축소되고, 순손실 63억원 등을 기록하며 다시 실적 부진에 빠졌다.

네오위즈홀딩스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017억원, 영업이익 224억원, 순손실 8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상반기에는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역시 하반기가 문제였다. 상반기대비 하반기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순손실 261억원이 발생했다.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 역시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말 용산구 신사옥에 입주하는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분기 LG생활건강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며 체면을 구겼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이 LG생건보다 매출이 1375억원 많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058억원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2년 신사옥 이전 후 이듬해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1년 63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경기침체와 저유가 등으로 지난해 700억원으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모두 -11.3%, -17.8%로 좋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삼성동에는 높이가 569m에 달하는 국내 최고 빌딩 현대자동차 GBC를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옛 한전 부지 일대에 조성하는 건축 규모는 총 연면적 92만6162㎡. 

현대차 GBC만 해도 지상 105층에 연면적 56만443㎡에 달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GBC는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이면 착공해 2021년경 프로젝트가 전반적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신용등급 강등의 위기로 내몰렸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는 지난 8일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A-’로 각각 유지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각각 하향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3곳은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지면서 향후 1~2년 내 이뤄지는 S&P의 신용등급 평가서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옮겼다 하면
적자 수두룩

반면 KEB하나은행, LG이노텍, 에어부산, 대신증권 등은 사옥 이전과 함께 더 잘 나가는 회사로 분류된다. 

지난 1일 KEB하나은행은 서울 을지로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에 있던 본사를 을지로입구역에 접한 신사옥으로 옮겼다. 을지로 신사옥은 기존 대비 사용면적이 60%로 증가된 지상 26층, 지하 6층, 연면적 1만6330평으로 신축됐다. 

KEB하나은행의 통합 이후 성과를 살펴보면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KEB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998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5.0% 증가한 수준으로, 2015년 은행 통합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두 은행이 통합하기 직전 2015년 상반기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5417억원과 201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34.5%가량 늘어난 규모다. 

직원 1인당 생산성도 향상됐다. 통합 초기인 2015년말 KEB하나은행의 1인당 생산성(충당금적입전이익)은 1억200만원이었으나 올해 상반기 1억1400만원으로 올라갔다.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2015년 말 1.21%서 올해 상반기 0.72%로 개선됐다. 연체율도 같은 기간 0.53%서 0.33%로 하락했다.

잘 되는 집은 옮겨도 잘된다
다른 유형의 ‘마천루 저주’

지난 3월 LG서울역빌딩으로 이전한 LG이노텍은 상반기 매출이 29%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86.7%로 LG그룹 계열사 중에서 가장 높았다. 듀얼카메라 모듈의 독점적 공급 지위가 공고하게 유지되면서 하반기 실적은 더욱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5월 강서구 대저동 신사옥으로 입주한 에어부산은 올 상반기 25.6%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과 2016년 영업이익률은 8~9%대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4년은 5%대였고, 2013년은 1%대였다. 상반기에도 5.3%로 모기업인 아시아나항공 2.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신사옥 이전을 한 달 앞둔 4월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중 이착륙 지연율이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를 받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244억원으로 전년 대비 42.3%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 순이익이 크게 줄었지만 핵심 계열사 대신증권이 지탱해준 덕분에 전체 순이익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개별 실적서도 대신증권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24.6% 늘어난 315억원이었다.

새집 탓 안하는
실적 우등생들 

올 들어 증시가 회복되면서 대신증권의 실적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부문별 실적서도 브로커리지 부문 영업수익이 전년 대비 12.9% 감소했지만 트레이딩 부문에서 만회하면서 전체적으로 실적이 크게 상승했다. 

트레이딩 부문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과 조기상환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호전됐다는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1월 새로 입주한 신사옥(대신파이낸스센터)에 대신금융그룹 내 모든 계열사를 입주시킨 후 물리적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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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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