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후… 바뀌는 투자지도

초강력 규제로 불리는 8·2대책이 부동산 투자지도를 바꾸고 있다. 발표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등 주택시장이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등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심이 옮겨가고 있다.

8·2대책 이후 부동산 투자 지형도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울 아파트 가격이 1년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과 조합설립 인가 후 조합원 지위 양도마저 금지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7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재건축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거센 후폭풍
아파트 하락세

강도 높은 대책으로 1025조원에 이르는 단기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강화로 주식시장까지 위축되면서 부동산 규제가 덜한 곳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투기를 봉쇄하자 규제가 덜한 1기 신도시인 평촌과 분당, 일산 등 대책 사각지대로 부동산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과천의 아파트 값은 최근 0.01%로 하락했지만, 같은 시기 분당은 0.19%에서 0.29%로 상승했다. 인천도 0.09%에서 0.12%로 상승폭이 커졌다. 

주거용 시장에서도 비규제 지역이나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남아있고,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뛰어넘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아예 시선을 돌리는 투자자들도 나올 수 있다. 기존 주택 투자자금과 규모가 비슷한 부분 점포 같은 상업용 부동산이나 주거용 중에서 상대적으로 투자여력이 남아있다고 판단되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양도소득세 중과와 대출강화 등 규제 유탄을 집중적으로 받는 데다가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마저 분양권 전매제한이라는 규제를 받으면서 상가나 중소형 빌딩 등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주택 구입 때 자금조달계획을 신고해야 하는 것과 달리 상가나 중소형 빌딩은 규제를 받지 않고, 건물가치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상가 역시 다주택자들의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보유 주택을 팔아 상가매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방안이 총동원되면서 당분간 부동산 투자 열기는 아파트에서 상가나 규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 오피스텔, 레지던스, 섹션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옮겨갈 전망.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번 조치로 오피스텔 열기는 한풀 꺾일 전망이다. 

발표 한달 넘었는데 아직 혼란
재건축 등 주택 시장에 직격탄

새 정부 들어 6·19와 8·2대책을 통해 주택에 대한 규제는 대폭 강화된 반면 상가에 대한 규제는 추가된 게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 주거용 오피스텔 등 주택은 대출받기가 크게 어려워졌지만 상가는 지금처럼 감정가액의 40%에서 최대 80% 가까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내년 4월 이후 세금이 크게 늘어나지만 상가에 대한 세금은 바뀌는 게 없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상가투자의 관심지역으로 8호선 연장 호재와 올해 말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다산신도시와 개발호재가 풍부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8·2대책은 전방위적 규제로 불릴 정도로 강력해, 분양권 거래가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수익형 부동산 분양도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상가의 경우 시세가 많이 오른 서울 도심 역세권보다는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을 주목하는 것이 좋다. 레지던스는 공급물량이 없었거나 적었던 공급가뭄지역을, 섹션 오피스의 경우 오피스텔 공급 과잉 지역을 중심으로 노려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규제 벗어난 지역의 신규 오피스텔이 반사이익을 얻을지도 관심사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상가나 분양형 호텔 등 다른 수익형부동산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투자할 수 있어 인기가 꾸준했다. 새로 분양되는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청약장벽이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거주지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는 데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중복청약과 제3자 대리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청약 당첨 후 바로 전매를 할 수 있어 투자용으로 접근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8·2대책에 오피스텔 규제가 다수 포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내 오피스텔은 분양권 전매가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 금지되며 거주자 우선 분양 요건(20%)도 도입된다. 관련 업계는 일반 주택처럼 청약 여건이 강화되면서 점차 투자수요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규제를 피해간 지역에서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성된 각종 기반시설을 함께 누리면서도 규제와 무관한 서울 및 세종시 인근 지역으로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준공공
뜨는 임대 사업


국내체류 외국인이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외국인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의 임대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미군부대 이전 호재를 갖춘 평택이나 서울 상암동, 홍대, 용산, 강남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이 눈길 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임대를 선호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이 가능한 지역의 신규 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사업의 최대 장점은 통상 1~2년 계약 기간 임대료를 한꺼번에 받아 체감수익률이 높고, 임차인과 월세문제로 갈등을 빚을 일이 없다. 그들이 속한 직장이나 국가에서 대납해주는 경우가 많으며 월세 중심의 임대차가 일반적인 외국인은 월세에 대한 저항감이 적다. 보증금과 확정일자가 필요 없어 소득공제도 잘 신청하지 않아 월세소득에 대한 노출이 적다. 다만 고가 월세로 주택임대소득 과세에 부담감이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국에 단기체류 목적의 거주자는 일반적으로 생활 집기들이 모두 마련돼 있는 풀옵션 형태를 선호한다. 먼 타국으로 온 외국인들은 같은 국적이나 문화, 종교를 가진 사람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생활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아파트가 임대사업에 유리하다. 교육환경도 중요하다. 과거 일본인들은 일본인 학교가 있는 용산구 이촌동을 선호했으나 학교가 상암동으로 옮겨가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상암동으로 이사를 한 것도 자녀들의 교육환경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준공공임대 아파트 사업도 틈새 부동산으로 뜨고 있는 아이템이다. 준공공임대란 말 그대로 공공임대주택의 성격을 띤 민간임대주택을 말한다. 2013년 12월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모든 주택을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 중 요건에 맞는 사업자에게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주고, 그 대신에 주택을 값싸게 임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를 말한다. 

먼저 올해 말까지 계약 시 재산세·양도소득세 감면 효과가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소득세 100% 감면을 해주는 시한이 2017년 12월31일까지로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으면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준공공임대사업자 요건과 혜택은 다음과 같다.

전용면적 85㎡ 이하 1호 이상이며 전용면적 85㎡초과 다가구주택도 등록이 가능하다. 8년의 임대의무기간과 연간 임대료 증액 5%한도가 적용되며 위반 시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5년 12월29일 개정으로 2016년부터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됐고, 최초 임대료 규제는 폐지됐다. 전용면적 60㎡까지 8000만원(2%), 60~85㎡ 1억원(2.5%), 85~135㎡ 1억2000만원(3%) 8년 만기 일시 상환으로 자금지원이 된다. 

상가, 중소형빌딩, 오피스…
규제 덜한 곳으로 투심 이동

취득세는 전용면적 60㎡이하 면제, 60~85㎡(20호 이상 취득) 50% 감면되고, 200만원 초과시 15% 최소납부를 한다. 재산세는 40㎡까지 10% 감면(50만원 초과 시 15% 납부), 40~60㎡ 75% 감면, 60~85㎡ 50% 감면이 적용된다. 2018년까지 2세대 이상만 적용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2014~2017년 말까지 매입 후 10년 이상 유지 시 100% 감면(비과세와 달리 양도세 신고를 해야 하고 20%를 농어촌특별세로 내야 함)이 되며, 그 외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8년 임대 시 50%(주택임대사업자 30%), 10년 임대 시 70%(주택임대사업자 50%) 적용된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전용면적 85㎡ 기준시가 6억원 이하, 3호 이상 임대 시 75% 감면(주택임대사업자는 30%감면)이 되며 종합부동산세는 합산배제가 된다.

혜택이 많은 준공공임대사업자라도 무조건 해야 하는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긴 의무보유기간이다. 각종 세제혜택이 주택임대사업자보다 많지만 4년 의무보유인 주택임대사업자와 달리 의무보유기간이 8년이나 되고 양도세 감면혜택까지 받으려면 임대료 증액 연 5%(2년 임대기간 감안하면 실제 2년 5%) 한도로 10년을 보유해야 한다. 규정 미 준수 시 과태료 징수와 더불어 범법의 소지가 될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타 소득이 많을 경우 종합소득에 불리하고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니면 지역가입자를 가입해야 하니 4대보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사업자를 낸다는 것은 정부의 관리대상이 되는 것이고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목적에 맞춰 장점과 단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특히 10년을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인지 판단을 한 후 준공공임대사업자를 등록하겠다고 한다면 올해 말까지 등록을 해서 10년 보유 후 양도세 100%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토지 투자다. 8·2대책 아파트 규제에 토지 투자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지난해 11·3 대책을 시작으로 올해 8·2대책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대출과 청약, 전매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아파트를 대체할 투자 대안으로 토지를 주목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토지는 해당 물건의 잠재가치를 미리 예상할 수 있을 만큼 부동산 지식과 경험이 풍부해야 하고 개발계획 정보에도 밝아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선뜻 발을 들이기가 어려운 분야다. 


경매시장 열기
토지도 뜨거워

하지만 최근에는 토지 관련 정보를 지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나 민간 부동산정보업체 등을 통해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다. 분양업체 측에서도 빠른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이전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평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