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시장에 큰 장 선다

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부동산 정책인 8·2대책은 예상보다 매서웠다. 주택시장에 몰렸던 자금들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징 중 하나는 주거용 오피스텔 분양권 규제. 지난 6·19대책의 풍선효과로 오피스텔 분양권이 과열양상을 띄자 이번 규제대상에 포함시켰다.

소액 수익형 부동산 투자처인 오피스텔 시장이 위축되자 상가시장이 반사익을 얻고 있다. 상가투자는 오피스텔에 비해 투자금이 많이 들고 초보자가 투자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는데, 사실 전통적으로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다.

최근 KB경영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들을 분석한 ‘2017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더라도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상가투자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유망한 투자용 부동산으로는 ‘재건축 아파트’가 27.7%로 가장 많이 지목됐다. 2016년 조사에서 33%로 1위를 차지했던 ‘빌딩·상가’응답률은 26.2%로 조사됐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은 28.2%로,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비율(27.2%)보다 소폭 높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겠다는 응답률은 20.2%에 그쳤다. 현 상태 유지(39.4%)와 전·월세 등 임대형태 변화(22.3%), 다른 고수익 부동산 투자(12.3%) 등 부동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지난해 한국 부자들이 보유한 총 금융자산은 552조원이었다. 전체 국민의 0.47%(24만2000명)가 국내 총 금융자산의 16.3%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또 부자들의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22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부자들이 살고 있는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이 10만7000명으로 전국 부자의 44.2%를 차지했고, 경기도 5만명(20.8%) 부산시 1만7000명(6.9%)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 3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다면 올해 하반기 대표적인 상가투자처는 어디일까. 


최근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주거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투자자나 임차인들의 관심이 높다. 이처럼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조성되는 신흥상권은 소비력이 강한 30~40대 젊은층의 입주율이 높은 데다 지하철, 행정타운, 공원 등 인프라도 잘 조성돼 생활환경도 좋다. 여기에 신도시나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상가는 높은 희소성과 프리미엄이나 권리금 등 부담이 없거나 적어 초기 투자금 절감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8·2대책으로 오피스텔 위축
투자자 어디로? 상가 반사익 

2014년 9·1대책으로 3년간 신규 택지공급이 중단된 데다, 최근 조성 중인 신도시들은 상업용지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라 희소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기 신도시와 달리 2기 신도시에는 자족기능이 강화되어 상권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

신도시·택지지구 신흥상권은 크게 역세권 등 상업지, 근린상권(항아리상권), 단독주택지·수변 상권(카페거리·먹자촌 형성), 주5일 상권(지식산업센터, 행정타운) 등 4개의 섹터로 나뉠 수 있다. 각 섹터마다의 상권별 특성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관심 1순위
역세권 상업지

먼저 역세권 등 상업지 상가는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상권 형성이 용이해 투자자나 임차인에게 관심대상 1순위로 꼽힌다. 대부분 대표적인 상권은 역을 중심으로 형성이 되고 소비가 이뤄지며 역세권 유동인구와 배후세대를 모두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세권의 경우 무조건투자는 삼가야 하는데, 높은 분양가만큼 수익률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상가 입지를 고를 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출구별 유동인구나 고객 동선, 입지 등이며, 현장분석은 필수적인 사항이다. 

독점권 형태
항아리상권


다음은 아파트 배후를 중심으로 한 근린상권이 있다. 근린상권은 독점상권의 형태를 띤 항아리 상권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항아리 상권이란 특정 지역에 상권이 한정돼 더 이상 팽창하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상권을 일컫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섬상권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물이 넘치는 항아리처럼 수요가 항상 공급을 초과한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임차인이 역세권 상권만큼 선호하는 상권이다.

항아리 상권에서는 단지형 근린상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단지 내 상가와 근린상가의 장점을 합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독점상권 형태를 띠고 있어 프랜차이즈 업종이나 병의원, 학원, 키즈 업종들이 선호하고 있다. 단독주택지나 수변 상권 등은 카페거리나 골목상권, 먹자촌 형성이 예상된다. 

단독주택지
수변 상권

단독주택지 상권도 입지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 배후세대가 적어도 5000가구 이상의 미니 신도시급 대규모 주거단지가 조성돼야 상권으로 형성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임대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대로변에 위치하는지 이면도로에 접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메인 상권과 동 떨어진 이면도로 입지라면 점포에 우량 임차인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근에 공용 주차장 부지가 가까울수록 주차 문제 해결에 유리하다. 

신도시 상권이 성숙 단계에 진입하려면 보수적으로 3년 이상은 소요되기 때문에 막 상권이 형성되는 현 시기의 임대료 수준이 적정한 지도 점검해야 한다. 인근에 수변 공원, 대규모 공원 등이 있다면 일대의 명소로 뜰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목해야 한다. 

자족기능
주5일 상권

마지막으로 주5일 상권도 있다. 2기 신도시 등에는 자족기능을 위해 테크노밸리, 첨단산업단지 등과 행정타운이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섹터의 경우 상주인구가 늘어나며 뿐만 아니라 각종 행정 민원 처리 민원인과 산업단지 방문자 등 유동인구가 풍부해진다. 특히 업무시설이 밀집된 오피스타운은 경제, 교통, 문화, 법률, 주거, 교육 등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각종 개발호재와 풍부한 임대수요를 바탕으로 가치상승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무지역 및 행정타운은 주5일제 근무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상가 이용객의 방문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주말·공휴일에는 매출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 상가전문가는 “최근에 공급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는 자족기능 및 교통 등 인프라를 확보한 계획도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상업지 대비 배후수요가 풍부해 임대수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며 “업종의 선점효과로 인한 시세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같은 상권 내 상가라도 입지와 주차여건 등에 따라 향후 가치가 달라지는 만큼 유동인구부터 미래가치까지 꼼꼼히 따진 후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올 하반기 분양되는 신도시·택지지구 상가들이다.

▲다산신도시 지앤지 메트로타워Ⅰ= 지앤지스토리가 시행하는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진건지구 상업 2-4-1에 입지한 ‘지앤지 메트로타워Ⅰ’상가가 오는 9월 분양에 나선다. 2022년 개통예정인 다산역(가칭) 출입구 바로 앞 초역세권에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사거리 3면 코너상가다. 대지면적 998㎡, 연면적 1만286.33㎡,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 및 기계실 등, 지상 1~12층은 상가로 구성된다. 총 점포 67개 층별 권장업종은 1층은 편의점, 약국, 안경점, 이동통신대리점, 커피전문점, 각종 프랜차이즈, 은행ATM 등 2층은 은행 등 금융기관, 미용실, 전문식당 등 3층은 대형 프랜차이즈, 디저트 카페 등 4~7층은 병의원 시설 및 기타 업종 등 8~11층은 교육 및 업무시설 등 12층은 스카이라운지 등이다. 

전용률은 53%대로 타 상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3.3㎡당 분양가는 800만~5500만원(부가세별도)선이다. 총 주차대수는 49대. 다산신도시는 경기도시공사가 단독 시행하는 택지지구로 수도권 동북부의 마지막 신도시라 불린다.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리 도농동, 지금동, 가운동, 일패동, 이패동, 수석동 일원 474만8920㎡에 진건지구 2만세대, 지금지구 1만2000여세대 등 총 32000여세대가 들어서는 메머드급 신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 한강블루= 김포한강신도시에 위치한 수변상가 ‘한강블루’는 8월 준공예정이다. 키즈테마파크 등 핵심점포 키 테넌트(key tenant) 입점이 확정돼 관심을 끌고 있다. 상가는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2025-5번지(한강신도시 수변상업용지C6-2)에 위치한다. 연면적 1만5901.86㎡로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에 104개 점포로 구성됐다. 

현재 임대를 확정한 업체는 신개념 키즈테마파크와 볼링장 등이 있다. 

그중 키즈파크의 경우 5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어 투자자들은 더욱 안정적인 월세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편의점, 헤어샵, 치킨집, 병원 등 생활밀착업종과 당구장 등이 입점을 확정한 상태로 8월 중 오픈(예정)을 앞두고 있다. 2018년 개통예정인 김포도시철도 장기역(예정)이 사업지와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또한 지하철 9호선이 연장되면 인구유입이 증가돼 핵심 상권이 될 전망이다.

신도시·택지지구 주목
섹터별 투자 포인트는?

▲동탄2신도시 동탄 베라프라자= 남부 수도권의 최대 규모 자족형 복합도시로 동탄2신도시가 주목 받고 있다. 서울생활권을 공유하면서 탁월한 교통망까지 갖추고 있어 동탄2신도시는 성공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는 추세다. 그 중 중동탄 2만 세대의 중심에 위치한 상가 ‘동탄 베라프라자’가 준공을 앞두고 있다.

동탄2신도시 근생44BL 519-201 일원에 위치한다. 지하 2층~지상 5층 총 31개 점포로 구성된 베라프라자는 중동탄 항아리상권 최초의 상가로, 모든 업종을 선점할 수 있어 임대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공실률 걱정이 없는 선임대 후분양 상가로 계약 즉시 수익을 낼 수 있다. 상가 정면으로는 수변공원을 두고 있어 쾌적함은 물론, 유동인구를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진출입로가 일반적으로 2면 구성된 상가들과 달리 3면으로 구성해 인구유입을 최대화 했다. 대단지 아파트 및 유치원, 도서관 등이 주변에 위치해 중동탄 중심 입지가 가지는 이점을 모두 누릴 수 있다.


▲미사신도시 우성 르보아파크2= 미사신도시 미사역 앞에 위치하는 ‘미사 우성 르보아파크2’가 오피스텔 100% 분양에 이어 상업시설을 분양한다. 우성건영이 시공하는 르보아파크2는 지하 6층 지상 12층 규모다. 1~4층은 상가 134점포, 5~12층은 480실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1차 분양에서 오피스텔은 100% 분양 완료됐다. 미사 우성 르보아파크2는 미사역 앞 중심상권 중 쇼핑 로데오길 초입 대로변에 위치하기 때문에 풍부한 유동인구와 미사강변도시 3만8000세대 아파트 배후수요가 강점이다. 특히 2018년 미사역이 개통 예정이어서 미사역 주변 중심 상업지 대로변상권이 조기 활성화 되고 있어 향후 미래가치도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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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