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혼놀족이 노는 법 ‘천태만상’

왕따? 혼자 노는 게 대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너 왕따야?” “왜 혼자 놀아?” “친구 없어?” 등 혼자를 향한 날카로운 말은 단독 행동을 택한 ‘나홀로족’을 상처 입힌다. 그럼에도 최근 혼자 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른 사람과 의견 충돌 없이 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혼놀족의 시대가 오고 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발언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 4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혼자 먹는 밥, 혼밥 문화를 두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황씨는 “혼자 밥 먹는 분들이 많다. 혼밥이라는 게 인간 동물의 전통으로 보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여느 동물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쾌락으로 만들었다. 입 안에 음식을 넣고 맛을 즐기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은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혼밥 문화 두고
누리꾼 갑론을박

이어 “혼자서 밥을 먹는 건 인간 전통서 벗어나는 일이다. 혼밥은 소통하지 않겠다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한 예를 본 적이 있는데 노숙자”라고 설명했다. 또 “밥을 혼자 먹는 것은 소통의 방법을 거부하는 거다. 싫다고 해서 나는 나 혼자서 어떤 일을 하겠다, 점점 안으로 숨어드는 건 자폐”라고 덧붙였다.

황씨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한 언론사서 이 발언을 두고 ‘혼밥인(人)은 자폐아…황교익, 위험한 발언’이라는 제목을 달아, 황씨가 장애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씨는 자신의 SNS에 해당 언론의 기사를 “쓰레기 언론의 기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서 “(사회적 자폐는) 자본의 횡포로 혼밥에 내몰리게 된 산업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이 그럴듯한 삶의 태도인 것처럼 자본에 의해 포장되는 현상을 드러내고자 사용한 용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해당 언론사는 문제의 기사를 삭제 처리하고 황씨에게 사과했다.

황씨는 지난해 5월에도 혼밥에 관한 생각을 SNS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혼자 밥을 먹을 것인가요?’ 혼밥의 이유를 찾자면 이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에 대한 ‘여유롭다’느니 하는 긍정의 의사표현은 혼밥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그 상황의 심리적 불편을 회피하려는 전략으로 던지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씨의 발언과 SNS를 중심으로 혼밥 문화에 대한 누리꾼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서 “황교익씨의 발언이 논란이 된 건 혼밥 문화가 그만큼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또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던 과거엔 황씨의 발언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보다는 내가 우선
자발적 ‘솔로’ 늘어


문화라고 불릴 만큼 사회적으로 확산된 현상이기에 논란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실제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을 비롯, 영화를 보는 혼영족, 술을 마시는 혼술족 등 ‘혼자 살아가는’ 혼놀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구 구성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가는 만큼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2030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되면서 다른 사람의 눈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도 혼놀족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 수는 520만 3000가구로 전체 1911만1000가구 중 27.2%를 차지했다. 지금 추세면 앞으로 1~2년 안에 가구 셋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나홀로족을 겨냥한 마케팅이 힘을 얻고 있다. 1인 가구를 노린 제품을 집중 개발해 판매하는 현상을 일컫는 ‘솔로 이코노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10년 60조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두 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가 다른 유형의 가구보다 구매력이 왕성하다고 분석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혼놀족은 대부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를 즐긴다. 욜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재에 집중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자기만족을 위해 과감한 소비도 주저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인 가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빗대, ‘1인’과 ‘이코노미’를 합해 ‘1코노미’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1인 가구 수는 늘어날 테고, 소비 성향 또한 왕성한 편이라 시장이 그들의 소비력에 따라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혼놀족은 대체로 뭘 하고 놀까? 최근 혼밥이나 혼술, 혼영 등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혼밥 문화가 조금씩 확산될 무렵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서 혼자 먹기(1단계), 고기집서 혼자 고기 구워 먹기(6단계) 등 단계를 구분해 도전하던 것도 무색할 정도다.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성향↑

처음엔 혼자 오는 손님을 꺼리던 음식점은 이제는 1인 테이블과 1인 메뉴를 만드는 등 그들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드라마나 영화서 자주 나오는 포장마차 혼술 장면은 이제 가게 속으로까지 들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대서 가볼만한 혼술집 Best 7’ 등 혼자 술 마시기 좋은 장소를 추천하는 글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이 마실 사람이 없어서’ ‘약속 맞추기가 귀찮아서’ 등의 이유로 술 약속을 거절했던 사람들은 취향에 맞는 술집을 찾아 혼술을 즐긴다.


1인 관객이 많아지면서 영화관도 혼영족 모시기에 나섰다. ‘CGV리서치센터’가 CGV 회원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2년 7.7%에 불과했던 혼영족은 지난해 13.3%까지 늘어났다. 

한 번이라도 혼자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고객의 비율은 2012년 20.8%서 32.9%로 증가했다. 혼자 영화를 보면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2015년 62.5%서 지난해 75.1%까지 높아졌다.

나홀로 여행을 떠나는 혼행족도 급증했다. 지난 2월 국내여행기업 ‘모두투어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혼행족은 지난 2015년부터 늘어나기 시작, 지난해에는 여행상품 예약 건수 5건 중 1건이 개별여행일 정도로 급증했다. 
 

국내 온라인 항공권 판매 1위 업체인 인터파크 투어가 분석한 해외 항공권 구입 소비자 구성도 흥미롭다.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은 20대 초반, 여성은 30대 후반에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혼자 국내 여행을 하는 사람의 비율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산업연구원의 ‘1인 여행객의 국내 여행 행태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국내를 여행한 1인 여행객이 10.3%였다. 2013년 4.7%에 불과했던 국내 혼행족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일치기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혼행족의 당일 여행 비중은 75.6%로 숙박 여행(24.4%)을 크게 웃돌았다. 대신 숙박을 하게 되면 2인 이상 여행객보다 관광지에 오래 머물렀다.

밥·술은 기본
여행·레저까지

최근에는 고속철도(KTX)와 고속버스를 타고 관광지를 순회하는 여행이 아닌,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에 들러 몸과 마음을 식히는 여행객이 늘었다. 지하철의 경우 노선별로 각 역마다 둘러볼만한 곳을 추천하고 있다.

국내, 해외여행뿐 아니라 1인 캠핑을 즐기는 혼캠족도 늘었다. 캠핑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국 각지에 캠핑장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캠핑이라고 하면 텐트를 짊어지고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단체 캠핑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솔로 캠핑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다.

최근 최소한의 장비로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기는 이른바 캠프닉(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이 혼놀족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용품 브랜드들은 혼캠족을 겨냥한 솔로캠핑 아이템을 발 빠르게 선보이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서 지난해 상반기 1인용 캠핑용품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매출이 171%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는 혼놀족이 사랑하는 아이템이다. 한 때 자전거 동호회는 직장인들 사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주말이 되면 도로가를 달리는 자전거 부대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혼자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라이딩족이 늘었다. 

여럿이 달리면 자칫 분산될 수 있는 신경을 혼자 집중해서 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줄어들 뿐 아니라 페이스 조절도 자유로워 각광받고 있다.

특히 국내 자전거 시장의 대세였던 산악 자전거의 수요가 줄어든 대신 로드 자전거를 구매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졌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이전에는 전체 자전거 구매자 중 70.7%가 산악자전거를 샀지만 2015년에는 그 수치가 29.7%로 크게 줄었다. 대신 로드 자전거는 1.8%서 24.9%로 늘었다. 자전거 업체들은 다양한 로드 자전거를 출시해 혼놀족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쉬는 날이면 실내 클라이밍장을 찾아 암벽을 타는 사람도 있다.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단순히 벽을 오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암벽을 타는 데도 다양한 단계와 과정이 있고 때로는 스스로 과제를 설정해 퀴즈를 풀듯 머리를 써야 한다. 

1인 가구 증가, 경제 ‘큰손’
레저·스포츠 산업까지 영향

실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긴다는 대구의 30대 한모씨는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하다 보니 몸도 건강해지고 집중력도 높아졌다”며 “머리가 복잡하거나 잊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암벽을 타고 나면 기분이 풀린다”고 했다.

서핑도 혼놀족 사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한국서핑협회 조사 결과 국내 서핑 인구는 2016년 기준 3만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수치로,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피서객이 빠지고 파도가 큰 가을은 서핑족에겐 최고의 계절로 꼽힌다. 서핑족의 증가는 서핑 의류와 용품 매출로 직결됐다. 특히 래시가드의 시장 규모 확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300억원에 불과했던 래시가드 시장 규모는 불과 1년 새 1022억원으로 3배 이상 뛰어 오른 데 이어 2016년과 올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소득의 많은 부분을 자기 자신과 여가활동에 투자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국내 레저·스포츠 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건설사들 역시 혼놀족들의 등장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형 오피스텔에 커뮤니티 시설을 들여 혼놀족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피트니트 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옥상 정원뿐 아니라 북카페, 조깅 트랙, 게스트 하우스, 스카이 가든, 캠핑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대학가 오피스텔에는 실내 암벽 등반시설과 자전거 보관소를 만들어놓는 경우도 있다.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그들의 문화를 집과 그 주변으로 옮겨놓는 셈이다.

동전노래방은 혼놀족 덕분에 재조명된 아이템이다. 동전노래방은 그동안 오락실이나 찜질방서 그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동전노래방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일반 노래방과 비교해 값싼 가격으로 노래를 즐길 수 있고, 혼자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적은 비용으로 부담 없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어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덩달아 성장세를 탔다.

인형 뽑기 역시 동전노래방과 그 궤를 같이 한다. 한 때 열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국에 인형 뽑기 방이 빠르게 늘었다. 뽑기 조작, 가짜 인형 등의 사건으로 그 열기가 많이 식었지만 인형 뽑기는 혼놀족에게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형 뽑기는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인형 뽑기에 몰입하는 혼놀족을 취업난과 장기 불황이 만들어낸 청춘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표현한다.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이 늘어나면서 완구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키덜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고가의 완구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저출산으로 전체 완구 매출은 줄었지만 키덜트 완구 매출은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혼놀족들의 문화가 단순히 놀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요즘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비혼을 선택하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비혼식, 싱글웨딩 등이 유행하고 있다. 비혼식과 싱글웨딩은 결혼식의 반대 개념으로 ‘결혼 없이 살겠다’는 뜻을 기념하기 위해 치르는 의식을 말한다.

잊혀진 산업 살리고
놀이 넘어 문화 정착

실제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남기는 일이 늘고 있다. 이들의 행위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배경서 비롯된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싱글웨딩을 검색해 보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여성이나 남성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예쁜 모습을 간직하고 싶다는 바람이 투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혼자 뭔가를 한다는 게 사회적 관계 거부, 외부와의 단절 등으로 비쳐졌지만 이제 젊은 층에게 혼놀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예전에는 주변 사람에게 양보하고 맞추는 게 미덕처럼 여겨졌다면 지금은 개인의 취향이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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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