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3세시대 개막 효성 조현준 회장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27:21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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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끌고 동생은 밀고 ‘재도약’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이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일선서 하차했다. 1981년 그룹 회장에 취임한 조 전 회장이 36년 만에 물러난 것. 효성그룹은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회장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게 됐다. 
 

지난 14일 조석래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서 사임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조현준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킨 뒤 회장직서 물러나면서도 대표이사직을 유지해왔다.

아버지 사임
큰아들 선임

효성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이 장남 조현준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안정적으로 구축됐다고 판단하고 경영 일선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 전 회장은 그룹 경영 일선에선 물러나지만 건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효성은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닻을 올리게 됐다. 그동안 효성은 조홍제 창업주와 그의 아들인 조석래 전 회장, 손자 조현준 회장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 창업주는 1906년 5월20일 경남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 신창부락서 출생했다. 조부의 훈도로 소년 시절을 보냈다. 17세까지 5년 동안 종조부인 서천 선생을 스승으로 섬겼다. 이후 1922년 4월 중앙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는데, 재학 중이던 1926년 6·10 만세운동 주모자의 한 사람으로 기소돼 옥고를 치렀다.


그 후 일본으로 유학하여 1929년 호세이 대학의 독일경제학과에 입학한 뒤, 1935년에 졸업하여 귀국했다. 1948년,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공동 출자로 삼성물산공사를 창립했다. 1962년 9월, 15년간에 걸친 이 회장과 동업 관계를 청산하고, 효성물산 주식회사로 독자사업을 시작했다. 

1966년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을 인수했다. 이 때부터 장남 조 전 회장이 사실상 효성그룹을 이어받는다. 

조 전 회장은 1935년 11월 19일 경상남도 함안군서 출생했다. 이후 군북국민학교를 다니다 5학년때 서울 재동국민학교로 전학했다. 경기중학교를 거쳐 경기고등학교에 진학했다. 1학년을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55년 일본 히비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와세다 대학에 진학한다. 

조석래 36년 잡았던 지휘봉 내려놔
두 아들 장남·3남 형제경영 탄력

이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에 입학, 화학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박사 위 과정을 준비 중이던 조 전 회장은 아버지 부름을 받고 귀국, 기업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귀국한 그해부터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1973년에 동양폴리에스터를 설립했다.

1970년대에 들어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부응하며,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 개발에 많은 신경을 썼다. 특히 섬유화학 분야서 신소재와 응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종합 신소재 기업을 탄생시켰다.

1975년 한영중공업을 인수, 효성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시켜 중전기기와 산업기계를 국산화하고 양산하도록 했다. 1980년대에는 화섬산업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이와 함께 금융자동화기기와 중대형 컴퓨터를 비롯한 하드웨어 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정보통신 분야에 진출하였다.

1997년 12월 효성그룹의 전 조직을 퍼포먼스 유니트(Performance Unit) 체제로 바꾸고 PU별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한편, 1998년 11월에는 효성T&C,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 효성물산 등 주력 4사를 합병하고 비핵심 계열사 및 사업부문을 매각하는 등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 전 회장은 효성을 국내 5대 그룹으로까지 끌어올린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섬유 산업 자체가 사양 산업화 되면서 효성의 사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며 그룹의 생존을 위해 계열사들을 분리해 내면서 한 때 40대 그룹 밖으로 밀려났다. 현재는 타이어코드, 방탄섬유, 스판덱스 등 특수목적 섬유 방면서의 절치부심으로 다시 23위 수준까지 부상해, 20대 그룹 재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이다.

기업인 51년
전경련 회장도  

조 전 회장은 재계 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2002년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서 개최된 태평양경제협의회 총회서 회장에 선임돼 활동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지냈고, 한미재계회의 위원장(2000∼2009년)과 한일경제협회장(2005∼2014년)을 역임했다. 

전경련 회장을 지낼 땐 정부에 규제개혁을 요구하며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활성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전 회장이 대표이사직에 내려놓은 이유로는 우선 고령과 건강문제가 꼽힌다. 1935년 생으로 올해로 만 82세의 나이인 데다, 수년 전 담낭암과 전립선암 발병으로 최근까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조 전 회장이 사임한 뒤 조현준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효성은 기존 김규영 대표이사 체제서 조현준·김규영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그간 효성 대표이사는 조 회장·이상운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다가 지난 4월 이상운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서 사임했다. 

이후 김규영 사장이 이 부회장을 대신해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선임으로 효성은 기존 조석래·이상운 체제서 조현준·김규영 체제로 세대교체를 완료했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효성이 최근 2년 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체제가 안정화된 상황서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서 이뤄진 것”이라며 “조 회장은 성과중심의 조직체계 개편, 경영시스템 개선, 스판덱스·타이어코드·중공업·정보통신 등 주력사업 부문의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등 회사를 성장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 조 회장이 지난 7일과 10일 각각 효성 주식을 1878주, 9182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분율은 지난 3월30일 14.20%(498만6629주)서 7월 13일 14.23%(499만7689주)로 0.03%포인트(1만1060주) 늘었다. 조 전 회장도 같은 기간 1만1811주를 장내매수하면서 지분율을 10.15%서 10.18%로 0.03%포인트 늘렸다.
 


재계 안팎에서는 효성이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조 회장의 경영 기반이 안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최근 인도의 경제 정책 수장인 아룬 자이틀리(Arun Jaitley) 인도 재무장관 겸 국방부 장관과 만나는 등 인도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조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조 전 회장의 기술중심 경영철학을 이어받고 소통과 경청을 통해 항상 승리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1968년 1월16일 경남 함안군서 태어났다. 조 창업주 손자이자 조 전 회장의 장남이다. 송광자 경운박물관장이 모친이다. 동생으로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이 있다.

1980년 경기초등학교, 1983년 보성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와 게이오대학교 법학대학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일본 도쿄의 미쓰비시 상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에너지부와 원유수입부 등에서 근무했다.

1995년부터 모건스탠리 도쿄지점서 일했다. 1997년 효성T&C(현 효성)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효성T&C와 효성물산, 효성생활산업, 효성중공업을 합병하는 작업에 관여했다. 1998년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 이사로 승진했다. 2000년 상무, 2001년 전무를 거쳤다. 

이때 이희상 동아원그룹 회장의 삼녀 이미경씨와 혼인했다. 이씨와 사이에 2002년 장녀 조인영, 2006년 차녀 조인서가 태어났다.


2003년 부사장에 올랐다. 당시 전략본부장으로서 중공업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우종합기계와 대우정밀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대우종기(현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에 밀렸고 대우정밀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채권단과 뜻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2005년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조현상 부사장(당시 전무)에게 넘겨주고 무역PG장으로 옮겨 효성의 의사결정기구인 ‘경영회의’에 참여하게 됐다. 2007년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섬유PG장을 겸했다. 이후 2011년부터 전략본부장을, 2012년부터 정보통신PG장으로 근무했다.

2008년 대주주로 있는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 효성ITX,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을 통해 제이슨골프, 럭스맥스, 럭스맥스네트워크, 인포허브, 크레스트인베스트먼트, 바로비전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하며 효성그룹 내 갤럭시아소그룹을 만들었다.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를 통해 IB스포츠(현 갤럭시아SM)에도 투자했다.

2009년 효성 계열사인 에피플러스(현 갤럭시아포토닉스)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지분율 확대 
본격적 행보 

재계에선 조 회장에 대해 탁월한 글로벌 감각을 지닌 준비된 경영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폭넓은 해외경험과 창의적인 마인드를 갖춘 재계의 대표적인 글로벌인재로 인정받았다. 특히 능통한 3개 국어에 능통해 다양한 국가의 인사들과 네트워크 구축했으며 미국과 일본 등 기업서 근무하며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또한 조 회장이 다양한 인맥과 경험 덕분에 전경련 회장을 지낸 아버지만큼이나 글로벌 감각과 경험, 인맥을 갖춘 차세대 리더로 꼽히고 있다. 조 회장은 2014년 첫 외부활동으로 한일경제협회 회장을 역임한 아버지에 이어 한일경제협회 회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2015년 5월에는 한일 주요경제인들의 모임인 ‘한일경제인회의’에 패널로 나서 ‘미래세대가 바라본 한일 미래상과 협력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ICT산업 분야서의 협력과 한국의 창조경제에 대한 투자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근래에는 효성의 성장을 이끌며 경영능력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효성은 지난해 매출 12조4585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은 1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섬유, 중공업, 정보통신, 건설 등 핵심사업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시장 발굴 및 신규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조 회장의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재계서도 유명한 스포츠 마니아로 대학시절까지는 야구, 미식축구, 스키 대표선수를 지냈을 정도다. 조 회장은 야구와 경영이 비슷한 점이 많다며 야구경영론을 앞세우기도 했다. 

경영체제 안정적으로 구축
그룹 내부도 개편될 전망

조 회장과 형제경영을 함께 할 조 전 회장의 3남 조현상 효성 사장에 대해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정기임원 인사를 통해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장을 맡아 형 조 회장을 보좌하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조 사장은 경복고와 연세대를 거쳐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6년 베인 앤 컴퍼니 서울 지사, 동경 지사서 컨설턴트로 근무, 실무경험을 쌓았다. 조 사장은 1998년 조 전 회장의 부름으로 사내컨설턴트 역할을 맡아 구조조정에 대한 자문 역할로 경영에 첫 참여했다. 이후 일본 NTT 커뮤니케이션사의 요청으로 NTT에 합류, NTT 유무선 관련 전략 프로젝트, 법인 영업 등을 수행했다.

효성에 2000년 재입사한 조 사장은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의 임원으로 효성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사장은 효성의 세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글로벌 타이어업체들과의 M&A를 본격화 했다. '협상의 달인'이라 불리며 그룹의 신사업 및 대형 M&A를 주도해 나감으로써 산업자재PG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조 사장은 2002년 세계 최대 타이어 업체인 미국 미쉐린과 총 3억5000만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 장기공급 계약과 미국 버지니아 주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동시에 체결했다. 이후 미쉐린, 굿이어 등과 연이은 M&A를 성사시키며 생산거점 확대 및 판매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2005년에는 미쉐린과 10년간 총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스틸코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조 사장은 주요 M&A를 통해 주주, 고객,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비즈니스 가치 극대화 추구를 이끈 역량을 인정받아 2007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리더(YGL)'로 선정됐다. 2009년에는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아젠다위원회 멤버로서 아젠다 선정 작업에 참여하는 등 세계경제포럼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긍정적인 평가
사상 최대 실적

 
또한 미국과 아시아의 이해증진을 목적으로 창설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대표적 포럼인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아시아 21 글로벌 영리더'에 선정됐다. 한·중·일 3국 외교부가 선정한 ‘한·중·일 차세대지도자’로 뽑히는 등 차세대 리더로 인정받으며 주목 받고 있다. 조 사장의 활약으로 굿이어와의 M&A를 성사시킬 수 있었고, 장기공급 계약으로 타이어보강재PU가 세계 1위의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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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