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골프장 살인사건 전말

고급차에 비싼 가방이 자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달 27일 자루에 담긴 4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지난달 24일 골프연습장 주차장서 실종된 A씨였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된 날 피의자 혼성 3인조 가운데 1명이 경찰에 잡혔다. 9일간 국토종단 수준의 도주극을 벌인 나머지 2명은 한 시민의 제보 끝에 지난 3일 경찰에 검거됐다. 돈? 원한? A씨는 왜 이들의 희생양이 됐을까?
 

“내가 죽였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 40대 여성 납치·살인사건의 주범 심천우씨가 지난 4일 범행을 자백했다. 3일 검거된 이후 시신을 유기한 것은 맞지만 죽이진 않았다고 줄곧 주장하던 심씨가 하룻밤 새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심씨와 그씨의 여자친구 강정임씨, 심씨의 6촌 동생까지 피의자가 모두 검거되면서 관심은 범행 동기에 집중되고 있다.

금품 노렸다

지난달 27일 경남 진주시 진수대교 아래서 A씨의 시신이 담긴 자루가 발견됐다. 유가족은 경찰이 수습한 시신이 24일 경남 창원 골프연습장서 납치·실종된 A씨가 맞다고 진술했다. A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 창원 서부경찰서는 A씨를 납치한 3인조 중 1명인 심씨의 6촌 동생을 검거해 조사 중이었다.


이들은 범행 당일 오후 8시30분경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서 골프연습을 마치고 자신의 차로 귀가하려던 A씨를 납치했다. 3명은 “저기요”라며 A씨를 불러 세운 후 자신들의 스포티지 차량에 강제로 태웠다. 

이 과정서 3인조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각기 다른 곳으로 향했다. 심씨와 심씨의 6촌 동생은 스포티지를 타고 경남 고성군으로, 강씨는 피해자의 차량을 타고 창원 내 다른 주차장으로 갔다.

이후 심씨의 6촌 동생이 심씨를 고성군의 한 길가에 내려준 후 강씨를 데리러 갔다. 그 사이 심씨는 폐업한 주유소서 A씨를 살해했다. 심씨는 A씨를 살해하기 전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의 6촌 동생은 자신과 강씨가 만나기로 한 고성군의 주유소로 갔을 때 A씨가 이미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범행을 자백한 심씨 역시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고성을 지르며 도망가려 해 손으로 목을 눌렀는데 죽었다”고 말해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납치 당일 살해 후 다리 밑에 버려
카드서 인출한 돈은 ‘410만원’

다시 만난 3인조는 사망한 A씨의 시신을 자루에 담아 오후 11시30분께 진수대교 인근에 유기했다. 이들은 시신을 버린 후 25일 전남 광주로 이동해 A씨 명의로 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에서 41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로 70만원씩 5번, 체크카드로 60만원을 뽑았다. 체크카드로 돈을 뽑은 심씨의 6촌 동생은 발각될까 무서워 돈을 많이 뽑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돈이 생긴 피의자들은 범행 이틀 후인 26일 전남 순천의 미용실 두 곳에서 머리 스타일을 바꿨다. 심씨는 머리를 짧게 스포츠형으로 깎고 왼쪽 귀 윗머리에 일자로 스크래치를 두 줄 냈고 강씨는 단발로 잘랐다.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이 수배전단에 넣은 사진은 돈을 인출하는 과정서 찍힌 사진이었다. 스타일을 바꾼 심씨와 강씨는 인근 PC방에 들러 음료수를 사 마시며 인터넷 뉴스를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행적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미용실에 들러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PC방에도 간 두 사람의 태연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10시께 경남 함안에 진입한 이들은 이튿날,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다. 
 

이날 함안의 한 아파트 주변 차 밑에 숨어 있던 심씨의 6촌 동생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의 포위망을 피하기 위해 인근 야산서 2시간가량 숨어 있던 심씨와 강씨는 걸어서 남해고속도로 신안터널까지 이동했다.

차량을 버리는 바람에 이동수단이 없던 두 사람은 도로변에 정차해 있던 트럭 기사에게 “태워주면 5만원을 주겠다”고 제안, 부산 주례로 이동했다. 당일 오전 모텔에 투숙한 두 사람은 새 옷을 사 입고 한동안 부산 일대를 배회하다 택시를 이용, 27일 오후 7시께 대구로 올라왔다. 

대구서도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다음 날인 28일 오전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왔다.

심씨와 강씨는 일주일치 숙박료를 선지급하고 서울 중랑구의 한 모텔에 머물렀다. 이들이 머물렀던 모텔 직원은 애초 얘기했던 숙박기간이 이틀 남았지만 일찍 퇴실한 점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를 분석, 인근서 탐문·잠복수사를 벌여 3일 오전 해당 모텔 객실서 둘을 체포했다. 체포 과정서 두 사람은 10여분간 문을 잠근 채 버티는 등 실랑이를 벌였으나 경찰의 설득에 자신들이 범인임을 시인했다.

이들의 범행 동기는 ‘돈’으로 보인다. A씨를 살해한 심씨는 사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어머니 명의 신용카드로 2600만원 상당의 카드빚이 있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씨를 주범으로 한 3인조의 범행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과거 골프 경기보조원으로 일하면서 연인으로 발전한 심씨와 강씨는 지난해 말부터 범행을 공모했다. 이들은 A씨를 전혀 몰랐지만 고급 승용차에 비싸 보이는 가방을 들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범행 대상으로 지목했다.

머리 스타일 바꾸고 PC방까지
전국구 도주극에 경찰 ‘당황’


경찰은 심씨와 강씨가 A씨를 납치·살해하기 전에도 동일 수법의 범행을 준비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4월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남성을 대상으로 납치 계획을 세우고 지인들에게 제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차량을 들이받은 뒤 범행을 하려는 시도도 했지만 해당 차가 너무 빨리 달려 실패한 경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이들의 도주극에 경찰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심씨의 6촌 동생이 검거된 후 두 사람은 부산, 대구, 서울 등을 히치하이킹, 고속버스, 택시 등을 이용해 거리낌 없이 움직였다. 

경찰은 지난 1일 지역 경찰관 1000여명을 동원해 함안과 진주, 마산 등에 위치한 야산과 빈집, 무인텔 등을 수색했지만 이들은 한참 전인 지난달 28일 이미 서울로 도주한 지 오래였다. 경찰의 검문·검색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경찰은 두 사람을 검거하는 과정서 제보자의 신원을 노출시켜 공분을 사고 있다. 검거 경위를 밝히는 과정서 신고 접수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된 것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공익신고자를 특정할 수 있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돼있다. 경찰은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보도된 뒤였다.

치밀한 계획


경찰 출신 변호사인 박상융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선펍>과의 인터뷰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납치 후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범죄 대신 카드 자체를 노린 무작위적인 납치와 살인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납치·감금사건이 빈발하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아파트 등 다중운집시설 지하주차장 내 CCTV 설치와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도 마찬가지겠지만, 여성들의 경우 112를 반드시 긴급단축번호로 저장해놓기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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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