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무차별 개인테러 주의보

아무 이유 없이 묻지마 공격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과거 한국은 ‘테러 청정국’이라고 불릴 만큼 테러 위험에서 비켜나 있었다. 영국이나 러시아서 일어난 폭탄 테러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큰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도 서서히 테러 위험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징후는 사회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영국 잉글랜드 맨체스터 아레나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22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번 테러는 2005년 이후 영국서 일어난 최악의 폭탄 테러였다. 앞서 4월3일(현지시각)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정부는 폭발 사고가 테러 단체에 소속된 무슬림 남성 등 2명의 소행으로 보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사건사고 늘어

영국과 러시아서 일어난 테러는 연세대서 발생한 폭발 사고에 영향을 끼쳤다. 폭발물을 만든 용의자가 앞서 일어난 테러 관련 보도를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소재한 연세대 1공학관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연구실 앞에 놓여있던 나사못과 폭발 촉매로 채워진 사제 폭발물이 폭발하면서 해당 연구실의 김모 교수는 양손과 목에 1∼2도의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용의자와 피해 교수 사이의 개인적인 감정을 범행동기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학교 내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테러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 


경찰은 대테러국을 신설, 테러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확대를 검토 중이다. 또 테러 발생 시 수사 활동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으로 테러사범 수사 매뉴얼도 만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올로기→개인 성향
개인적 불만·원한 분출

경찰의 이 같은 구상은 내년에 있을 2018평창동계올림픽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해 새로 설치된 경비국 산하 대테러위기관리관실을 경비국서 분리해 격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테러위기관리관실로는 향후 국내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를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한국의 테러 현황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이데올로기 중심서 개인적 성향에 의한 사건으로 변화 양상을 띠고 있다. 

경찰청이 경찰대 산학협력단에 연구 의뢰해 발표한 ‘경찰의 대테러 관련 법·조직·임무 재정비 방향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생한 국내 테러는 북한의 폭탄테러, 대학생들의 반미주의 운동 위주였다.
 

북한에 의한 테러는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수 상황과 맞닿아 있다. 1986년 9월 서울 아시안게임 개막을 5일 앞둔 상황서 김포국제공항 청사 앞에서 의문의 폭발물이 폭발해 5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이 북한에 의해 발생했다고 추정했으나 뚜렷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1987년 11월 ’KAL기 폭파사건’은 북한의 직접적인 테러로 분류된다. KAL기 폭파사건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858편이 폭발물로 인해 인도양 상공서 폭발한 일이다.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한국 승객 93명, 외국 승객 2명, 승무원 20명 등 115명이 전원 사망했다.


1982년 3월 부산서 일어난 ‘부산 미국문화원 방화사건’이나 1983년 9월 ‘대구 미국문화원 폭발사건’은 이데올로기로 인한 테러로 분류된다. 

1970∼19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반미주의 운동이 가져온 사회·문화·정치적 신념의 차이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이런 움직임은 1990년 초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냉전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점차 줄어들었다.

대신 개인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저지르는 테러가 늘어났다. 1999년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이 대표적이다.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골목길에서 정체불명의 남성이 6세 남자 어린이에게 황산을 끼얹은 후 도주했다. 소년은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고통에 시달리다 49일 만에 사망했다. 어린 소년을 상대로 저질러진 끔찍한 범죄에 사회는 경악했다.

소년의 부모는 범인을 잡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를 계기로 2015년 7월31일부터 2000년 8월 이후 발생한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이 법은 소년의 이름을 따 ‘태완이법’으로 불리고 있다. 

2003년 192명 사망, 21명 실종, 151명 부상이라는 끔찍한 희생을 낸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피의자의 울분이 방화로 분출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2006년 5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의 지원유세 도중 한 남성에게 피습당해 얼굴에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변호사와 접견한 자리서 감호소 안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방화로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된 사건도 토지보상금 문제로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2014년에는 재미교포 신은미씨의 북콘서트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사제폭탄을 투척해 3명이 다쳤다. 북한에 수차례 방문했던 신씨는 당시 종북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불특정 대상 향해…
자생적 테러로 발전?

2015년에는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가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리퍼트 대사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하던 중 문화운동단체인 우리마당의 대표 김모씨의 습격을 받았다. 김모씨는 체포된 이후 군사훈련과 관련해 미 대사에게 항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들 외에도 주변에서 개인적인 앙심을 품고 테러를 저지르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 경기 의정부시의 한 백화점서 20대 남자 직원에게 염산을 뿌리고 달아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은 남성의 결별선언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5월에는 어선 매매금을 놓고 다투던 상대방에게 염산을 뿌린 60대 남성이 검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BMW 차주가 차에 염산 테러를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CCTV 영상에는 정체불명의 남성이 두 차례에 걸쳐 차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뿌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차의 도장면은 부풀어 올라 처참하게 망가졌다.

터지는 분노

지난 13일에는 남성 2명이 심야시간에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행인을 상대로 비비탄을 마구 쏘는 바람에 6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용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보고서는 “사회에 대한 불만·가난·문화·인종 차별·사회적 배제 같은 상대적 박탈감이 자생적 테러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상대적 박탈감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연결돼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결국 그 분노는 무차별적으로 대중을 향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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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