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당당함 가장한 오리온의 뻔뻔함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이 30대 재계총수를 소환조사한 지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전격 구속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초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만 하더라도 세간의 반응은 ‘혹시나’ 하면서도 ‘역시나 아닐까’라고 의심했었다. 예전에 늘 그랬던 것처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구속 요건은 충분하나 현 국가경제 상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라고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늦은 밤까지 영장심사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걸 보니 법원으로서도 이런저런 고심의 흔적이 역력해 보인다. 그 결과 사법부의 판단은 역시 옳았다. 이번엔 재벌의 불법과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에 검찰은 이미 160억원 상당의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이른바 ‘금고지기’ 노릇을 한 전략담당사장 조경민씨를 구속 수감했다. 비자금 조성을 도와준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씨 역시 이번엔 검찰의 예봉을 비껴가지 못하고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홍씨는 그간 재벌 관련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스캔들 메이커’로 지목되곤 했었다. 더욱이 이번 비자금 사건의 ‘몸통’인 담 회장은 휴일에 자택을 압수수색당하는 재계 역사상 초유의 ‘수모’를 겪기도 했다.


오리온이 어떤 그룹인가? 고 이양구 창업주가 피땀 흘려 쌓아온 금자탑을 아들이 없어 사위인 담 회장에게 물려주었고, 그 역시 그런대로 잘 경영해나가는 듯했다. 그의 부인인 이화경씨도 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외관상 별 탈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뒤에서 이런 불법적인 ‘꼼수’가 자행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회장과 사장이 계열 법인 명의로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그것도 한 두 대가 아닌 여러 대 구입해 자식들을 통학시키는 등의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만 봐도 그들의 부도덕한 경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니 상황이 이럴진대, 뻔뻔하게도 오리온그룹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기 이전에 ‘근거 없이 비자금 관련 기사를 썼다’며 <일요시사>와 취재기자를 상대로 각각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법무법인을 통해 ‘우리 의뢰인께서 추후엔 이런 기사를 안 썼으면 하신다’는 점잖은 협박 통고서 한 장 달랑 보내고선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에 당당하게 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억’소리에 ‘억장’이 무너진다. 그들에게 억은 역시 ‘껌값’인 모양이다. 언론사에서 뭐 빼먹을 게 있다고 그랬을까. 아마도 비자금만으론 성이 안 찬 모양이다.

‘방귀 뀐 X이 성 낸다’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당당함을 가장한 뻔뻔함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작은 언론사라고 얕본 것일까? 그네들이 ‘진정한 언론’이라고 인정하는 유력일간지였다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이번에 오리온을 대신해 <일요시사>를 고소한 법무법인 ‘새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며느리 서향희씨가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몇 해 전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늦장가를 간 박지만씨의 부인이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올케인 것이다.


오리온의 불법 비위사실을 변론하기 위해 급거 구성한 ‘초호화 변호인단’도 서씨가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누이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면 사건도 좀 가려서 수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돈이면 다 된다는 기업의 뻔뻔함과, 그 뻔뻔함을 돈을 받고 당당하게 비호해주는 법무법인의 행태에 고개가 절로 숙연해진다.

하물며 동전에도 양면이 존재하듯 사람에게도 양면성이 있다. 당당함과 뻔뻔함이란 양면이…. 그렇다면 <일요시사>와 오리온 중 누가 뻔뻔하고 누가 당당한 것일까. 그 결과는 검찰의 수사가 끝나고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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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