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특집> 매 맞는 노인들 ‘실태’

자식이 때려도 쉬쉬 ‘서글픈 인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부모를 살해하거나 때리는 자식을 패륜아라고 한다. 패륜아는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를 저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사이 노인 학대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올해 6월15일을 ‘노인 학대 예방의 날’로 신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년층의 급격한 증가로 노인 학대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서도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다.

이날 회의서 이 부총리는 “지난 10년간 노인 학대 신고는 약 3.4배, 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약 2배 증가했다”며 “노인 학대 예방 및 조기 개입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새 70% ↑

지난해 9월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서 내놓은 ‘2015 노인 학대 현황’에 따르면 노인 학대 건수는 2006년 2274건서 2015년 3818건으로 10년 새 7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통계를 봐도 2011년 3441건, 2012년 3424건, 2013년3520건, 2014년 3532건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가해자는 아들, 배우자, 딸, 며느리 등 친족인 경우가 66.5%에 달했다.


특히 노인 학대 10건 중 3건은 아들(36.1%)에 의해 벌어진 경우가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85.8%)이 대부분이다.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 생활시설서 발생하는 노인 학대는 5.4%로 비중이 높진 않지만 매년 늘어나고 있다.

생활시설서 학대가 늘어나자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노인 학대 예방법을 담은 노인복지법 개정 시행령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 최종 공포했다. 시행령에는 노인 학대가 발생한 요양원이나 병원 등은 해당 사실을 3년간 인터넷에 공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노인 학대 가해자는 아예 노인 관련 시설에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시설 대표자는 채용 단계서 구직자의 노인 학대 범죄 전력을 경찰서를 통해 반드시 조회해야 한다. 노인 학대가 주로 가정 내에서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 취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예방효과를 노린 것이다.

10년새 70%↑

문제는 실효성이다. 학대 원인을 분석해보면 분노·자신감 결여·폭력적 성격·사회적 고립 등 개인의 내적 문제인 경우가 33.8%에 이르렀다. 이어 이혼·재혼·부부갈등·스트레스 등 개인의 외적 문제(19.3%), 부양 부담에 따른 학대(11.1%), 경제력(11.1%) 등의 순이다.

개인의 내적·외적 문제로 인해 노인을 학대하는 사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상황서 가해자의 취업 제한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노인 인구가 지금보다 더 급속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총인구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라고 한다. 20% 이상이 되면 후기고령사회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일컫는다.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고령인구는 총인구의 13.7%였다. 이르면 이달 말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아들·딸에게 매 맞는 부모 많아져
자식에 피해 갈까 신고 못 하고 ‘끙끙’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지 17년 만에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각각 73년, 24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체감 속도는 더욱 빠르다.
 

19대 대선서도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60대 이상은 1036만268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중 23.3%가 노년층으로, 비율로 따지면 20~50대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 노년층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선거서 이기지 못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럼에도 노인 학대는 ‘잊힌 가정 폭력’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책 마련이 미흡한 상태다. 충격적인 아동 학대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면서 미약하지만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더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해자를 처벌하는 방향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신고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족에 의해 학대가 일어나는 비율이 높은 만큼 피해자가 가해자를 감싸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

이 지점서 개입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정부나 기관이 사건에 개입할수록 피해자가 숨어버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다. ‘내 자식인데 내가 조금 참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학대로 이어져 악순환의 굴레에 갇힌다.

통계에 따르면 1주일에 한 번 이상 학대가 발생한 경우가 36.5%였고, 매일 학대를 당한다는 응답도 23.1%에 달했다. 이렇게 학대를 당해도 일단 피해자가 진술이나 처벌을 거부하면 기관은 손쓸 도리가 없다.

피해자나 가해자 모두 성인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조치가 어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대 정도가 심할 경우 일단 기관에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발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노노학대’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노노학대는 노인이 된 자녀와 배우자가 고령의 부모와 배우자를 학대한다는 의미다. 노노학대는 사회가 늙어간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2015년 60세 이상 가해자가 다른 노인에게 학대를 가한 건수는 1762건으로 전년에 비해 12.8%가 증가했다.

특히 노노학대는 배우자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3명의 1명꼴(36.0%)이었다.

노인끼리 학대


전문가들은 노노학대가 증가하는 이유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배우자와 삶의 기간이 연장된 것을 꼽는다. 이 때문에 노노학대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보다 노인 빈곤, 복지 문제 등 사회적인 방향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요양원 학대 실태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자녀들의 부양 부담이 늘어나면서 요양원에 부모를 모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요양원이 북적거리는 풍경도 흔한 일이 됐다. 문제는 자식들이 믿고 부모를 맡긴 요양원에서 끔찍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원의 노인 학대 판정 건수는 2010년 127건에서 2014년 246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 합동 단속 결과 식재료 관리를 엉망으로 하거나 노인을 학대하는 요양원이 상당수 적발됐다. 냉장고 안 밀폐용기에서 하얗게 곰팡이가 핀 음식이 나온다거나 옷이 벗겨진 노인을 방치한 채 방문을 끈으로 묶어 놓고 담당자가 외출한 사례 등이다.

노인호보 전문기관 관계자는 “요양원은 노인 학대의 사각지대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노인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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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