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토어’를 아십니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권 중 하나인 합정역 인근에는 대형 상가 두 곳이 있다. 상권이 잘 형성되어 대표적인 복합몰인 메세나폴리스몰과 아직은 상권이 형성되지 못한 채 분양 중인 딜라이트스퀘어다.

메세나폴리스몰과 딜라이트스퀘어의 공통점은 2호선과 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직접 연결된 단지 내 스트리트몰이란 것이다. 사실 지금은 메세나폴리스몰이 잘나가는 상가 중 하나지만 2013년 3월 홈플러스 합정점이 개점해서야 비로소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홈플러스 합정점과 같은 대형마트가 죽은 상권도 살리는 앵커 스토어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과거에 미분양…
지금은 북적북적

반면 같은 합정역 상권에서 메세나폴리스몰과 비교되는 상가가 하나 있으니 마포 한강푸르지오 1·2차 단지 내 상가인 딜라이트스퀘어다. 대표적인 악성 미분양 상가로 2015년 10월부터 분양을 시작했지만 규모가 축구장 7개 크기(4만5620㎡)에 달하는 데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지하 공간(지하 1∼2층)이 많아 1층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분양 상태였다.

하지만 최근 반전이 벌어졌다. 지난 4월 개점한 교보문고 합정점(가칭)은 합정역(지하철 2·6호선)과 연결되는 지하 2층 상가 전체(1만9830㎡)를 10년간 사용키로 한 것이다. 복도 시설 등을 제외하고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약 9900㎡에 달해 서울 광화문 본점(5619㎡)보다 더 큰 셈이다. 앵커 스토어의 입점으로 총 253개 점포 중 절반가량인 124개(교보문고 포함)가 새로 입점하기로 했다. 교보문고 입점으로 앵커 스토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적절한 사례다.

고객들 끌어들이는 중심 역할 점포
상권활성화 물론 죽은 상가도 살려


앵커 스토어(Anchor Store·쇼핑센터나 상가 내 위치하여 다수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중심역할을 하는 핵심 점포)는 상권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하며 각광받고 있는데, 유사한 용어로 키테넌트(Key Tenant) 등이 있다. 그 원조 격으로 스타벅스가 있다.

스타벅스는 다양한 마케팅과 브랜드철학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고, 특히 국내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연간 360잔에 이른다. 커피를 소비하는 소비층이 늘어나 커피숍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해 앵커 스토어로서 제역할을 다해왔다. 최근에는 일명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스타벅스 이외에도 대표적인 앵커 스토어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형마트 ▲대형서점 ▲대형병원 ▲MICE ▲면세점 ▲키즈 테마파크 등이 있다.

최근 가장 뜨고 있는 앵커 스토어는 대형서점이다. 딜라이트스퀘어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교보문고 효과가 상권 활성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죽어가던 상권이 교보문고 입점 후 유동인구 증가에 힘입어 활성화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제 서점은 책 판매를 넘어 쇼핑, 문화, 휴식, 사교 등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대형마트, 멀티플렉스 극장 등에 버금가는 앵커 스토어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공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 들어선 주상복합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의 단지 내 상가 ‘광교 월드스퀘어’도 교보문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교보문고 광교센터가 지하 1층(561㎡)에 들어서자 비어 있던 상가의 10∼15%가량이 채워졌다.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에선 라페스타, 웨스턴돔, 원마운트 등 기존 상권을 제치고 고양종합터미널이 대표 상권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교보문고 일산점이 롯데아울렛 고양터미널점 지하에 입점하면서 10∼20대 젊은 층부터 가족 단위 수요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특히 30∼40대의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나 택지지구에는 키즈 테마파크와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을 입점시키는 곳이 늘고 있다. 이들은 소비력이 높은 젊은 층과 어린 자녀들을 동시에 끌어모으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면서 유동 인구를 증가시켜 상가 경쟁력을 높이고 주변 상권도 활성화시킨다. 신도시나 택지지구에는 30∼40대가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상권활성화를 위해서 키즈 테마파크나 카페,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 입점 유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상가업계의 분석이다.

기존 상권 제치고
대표 상권 급부상

최근 마이스 산업도 신 앵커 스토어로 떠오르고 있다. 참가 인원이 많고 부가 경제효과도 커 관광산업의 황금 알로 떠오르면서 인근에 위치해 있는 상권들도 덩달아 관심을 끈다. 대표적으로 서울 코엑스(COEX)와 일산 킨텍스(KINTEX), 부산 벡스코(BEX CO) 등이 있다.


마이스(MICE)산업이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Event) 등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이다. 숙박, 관광, 음식업 등 연계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적지 않고 일반관광업보다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면세점과 대형병원도 사람들을 모으게 하는 대표적인 앵커 스토어 중 하나로 꼽힌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안으로 상가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앵커 스토어의 입점 여부를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어 분양업체에서도 앵커 스토어의 입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의 입점으로 상가 인지도를 높일 뿐 아니라 유동 인구를 증가시키는 등 주변 상권 활성화와 집객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확보된 상가는 공실 가능성이 적어 일반 상가에 비해 프리미엄도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음은 앵커 스토어가 입점(예정)한 주요 상업시설 현황이다.

손님 없다가 최근 대반전 ‘이유는?’
커피숍, 대형서점, 영화관, 대형마트…

▲왕십리 센트라스= 현대건설· SK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은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에서 ‘왕십리 센트라스’1획지·6획지 근린형 단지 내 상가인 탑스트리트와 컬처스트리트 선임대 점포를 분양 중이다. 탑스트리트는 연면적 1만1610㎡, 전용 32∼175㎡(일반분양분 가장 큰 점포 105㎡) 총 88개 점포며 컬처스트리트는 연면적 2만7692㎡, 전용면적 27∼361㎡, 총 119개 점포로 구성된다. 5379가구, 약 1만5000여명에 달하는 왕십리뉴타운 배후수요도 확보하고 있다. 탑스트리트는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도보로 이동 가능하며 상왕십리역과 직통으로 연결된 컬처스트리트는 초역세권 상가로 유동인구 흡수에도 수월하다. 은행, 브랜드 커피전문점 등의 앵커 스토어가 입점해 운영 중이다.

▲영종도 미단시티 굿몰= 영종도 미단시티 첫 랜드마크 상업시설인 ‘굿몰’이 분양 중이다. ㈜굿몰은 인천광역시 중구 운북동 준주거2(SR4) 일대에 들어서는 신 트렌드 글로벌 비즈니스 복합몰로 정식 분양에 들어가 투자자는 물론 제조 및 무역업체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굿몰의 입지는 미단시티의 서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연면적 10만2752.42 ㎡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4개동으로 지어지며 상업시설 694 호, 오피스텔 168실로 구성된다. 상가의 경우 3.3㎡당 공급가(VAT 별도)는 1200만∼3700만원대, 오피스텔은 850만원대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굿몰 측은 한국의 관문으로 영종도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연간 이용객 4000만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2017년 제2여객터미널 개장 시 연간 이용객은 70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면세점, MICE, 키즈몰, 대형마트 등이 입점 예정이다.

▲지젤엠청라= ‘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 등이 조성된다. 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 상가다.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한다.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이 제공되며 준공은 오는 8월 예정으로 멀티플레스 영화관, 대형마트 등이 입점 예정이다.

투자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

▲위례 아이온스퀘어= 파라다이스 건설·경일건설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상가인 ‘위례 아이온스퀘어’에도 다양한 앵커 스토어가 입점했다. 아이온스퀘어는 위례신도시 트랜짓몰(Transit Mall) 북측 초입에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로 조성되는 복합상가다. 상가 4층에는 500평 규모의 뽀로로파크가 들어선다. 또한 실내동물원 주라리움, 레고놀이방, 김오곤의 해독밥상, 맛집편집숍 셀렉다이닝, 원스톱학원존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점포가 입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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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