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집 나간 총수들 막전막후

회장님 투표는 하시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벌 총수들의 근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선 결과는 총수들 신변에 중차대한 변화를 불러올 만한 사안인 만큼 정치권 이슈와 맞물려 골머리를 앓는 총수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반대로 정치판과 상관없이 본업에 매달리는 총수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죗값을 치르는 통에 경영에 매진하지 못하거나 건강 논란에 시달리는 사례도 눈에 띈다.

대기업 총수들의 최근 동향은 대선 판국과 밀접히 연관돼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결과에 따라 향후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도 생각해봄직하다. 대기업 총수들은 정치권과 밀착 여부에 따라 각기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 후폭풍에
긴장하는 총수들

몇몇 총수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늪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국회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는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3시간 넘게 진행된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었다.

이들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검찰이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반면 최 회장에게는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것이다. 그간 둘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신 회장에게는 롯데그룹이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70억원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3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을 때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갱신 심사에서 탈락했던 롯데그룹이 면세점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속을 피했다는 건 다행이지만 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에 진행 중인 재판과 더불어 2건의 재판에 출두하려면 주기적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여기에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정 구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닮은 듯 다른 제각각 행보들
마치 짠듯 속속 해외행 준비

반대로 최 회장은 혐의를 벗고 ‘강요’의 피해자로 남았다. 지원액수를 두고 이견을 보이다 아예 돈을 건네지 않았던 SK그룹의 마지막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됐다. ‘청탁 이후 대가를 원했다면 왜 추가 지원 요구를 거절했겠느냐’는 최 회장과 SK그룹의 논리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최 회장은 그동안 미뤄뒀던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출국금지에 걸려 실행하지 못했던 해외 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가 참여하는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현안을 점검하고 해외 사업 파트너들을 줄줄이 만난다는 계획이다.
 

당장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를 위해 미국 출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을 물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 50% 인수를 추진 중인 SK종합화학은 협상 막바지에 최 회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넥슬렌 합작공장 건설도 최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

극명 구별되는
해외 경영행보


경영 일선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해야 할 대기업 1·2위 오너 3세들도 최근 근황이 극명히 갈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해외 현장경영을 강화하는 반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판 진행 등 기약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판매동력 강화를 위해 올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정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출장은 올해만 벌써 3번째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찾아 시장 트렌드를 감지했고 2월 중순에는 LA ‘제네시스 오픈’에 참석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되면서 경영 행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매년 3분의 1 이상을 해외 주요 고객사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보내는 등 해외 출장이 유독 잦은 총수였다는 점에서 출국금지 여파가 더욱 큰 상황이다.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이사진서 빠졌다. 엑소르의 주요 계열사인 피아트는 마세라티 등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5년 가까이 엑소르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한 출국금지로 지난해 11월 엑소르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어 올해 2월 전격 구속 수감되면서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그룹에는 초유의 사태지만 총수 구속 사례는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근래에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에 불과했다.

감옥서 두문불출
퍼진 건강이상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횡령과 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14억1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장 회장은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비자금 88억5000여만원을 해외도박자금과 개인채무를 갚는 데 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터라 비난 여론이 높았다. 현재 동국제강은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으로 일반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 피해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 전 회장은 2015년 10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해당 CP를 다른 계열사에 넘겨 부당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횡령·배임 혐의도 받았다.

최근 만기 출소한 총수는 지난해 10월 자유의 몸이 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있다. 올해 2월에는 구 전 부회장의 동생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출소했다. 이들 형제의 경영 재참여에는 제약이 걸려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LIG그룹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들이 물밑에서 다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구 전 부회장은 지난 1월9일 ‘LIG넥스원 임직원 참배식’에 참석해 사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면했다.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의 방법을 동원해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하고 그룹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이후 그는 1심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 2심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간암으로 건강이 악화돼 2012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나 집과 지정된 병원을 오가며 생활 중이었다. 

하나같이 출장 핑계 대고 외유 
몇몇은 감옥·병원서 두문불출

정치권 혹은 개인적인 차원의 비리 혐의가 아니라 건강 문제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총수들도 눈에 띈다. 몇몇은 경영복귀를 서두르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반면 여전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총수들도 더러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이 호전돼 올해 상반기 중 경영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정상의 60∼70% 수준까지 나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검찰이 이 회장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 경영복귀에 따른 부담도 한결 줄었다. 재계에서는 대통령선거 직후 또는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이 부회장이 귀국해 직접 경영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건강 회복에 집중하면서 경영 복귀를 준비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면서 불확실성이 씻어냈다.


어수선한 분위기
복귀 준비 시동

이렇듯 재벌기업 총수들의 근황이 제각각인 가운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대선 후보들을 만나며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반기업 정서 확대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박 회장이 경제전도사를 자칭하는 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지 축소 탓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대표성을 잃고 주요 그룹 탈퇴가 이어진 끝에 최근 조직·예산 40% 감축 등 혁신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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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