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바른 상권은 오래 못 간다

부동산 시장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혼란정국을 벗어나 불확실성은 다소 걷혔지만 조기대선으로 인한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망세와 별도로 김영란법 전격 시행과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한 내수위축,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분의 변수들이 주택 쪽에 쏠리고 있고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또 고령화, 조기퇴직과 노후대책의 준비 부족 등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과 역할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천편일률적은
도태되기 쉽다

2011년부터 전체 인구의 14.6%에 달하는 714만명의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노후 대비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임대사업과 개인창업에 관심이 늘면서 상가 등 수익형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상권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도 늘고 있는데 이런 가운데서 문화와 개성이라는 콘텐츠가 상권 형성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이 상권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를 잡은 데는 문화와 상권 고유의 개성을 담은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수요 주기도 짧아져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문화와 개성을 강조한 콘텐츠를 가진 상권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편일률적인 상권은 도태되기 쉽기 때문에 상권이 문화와 개성을 입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실제 돈이 만든 상권 오래가지 못하고, 반대로 뜨는 상권엔 문화와 개성 녹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상권들은 상권이 형성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자본잠식이 일어나지만 문화와 개성이 넘치는 상권은 예외다. 중심상권 및 그 이면, 또 다른 지역에 개성 있는 개인 점포들과 대기업 브랜드 매장이 공존하는 상권으로 발돋움했다.


대부분 변수들 주택 쪽에 쏠려
수익형 기대감 상대적으로 높아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점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몰림) 현상 때문에 기존 상권이 가졌던 성격이 바뀌고, 독특한 개성과 문화를 가진 곳이 새로운 상권으로 뜨기도 한다. 먹거리, 볼거리, 쇼핑장소가 즐비한 상권인 홍대, 이태원, 가로수길, 압구정은 현재 높은 임대료와 한정된 주제의 로테이션에 막혀 있어 이러한 ‘개성의 획일화’에 지친 패션 선도자들은 몇 년 전부터 인근 상권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해진 이태원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서대문구 연남동과 연희동이 인기 상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문화와 독특한 개성 덕분이다. 높아진 임대료를 피하려는 상인들이나, 프랜차이즈 상점이 더 많아진 기존 상권을 벗어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곳은 문화와 개성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독특한 문화와 개성을 가진 곳에 새로운 상권이 형성된 것은 단순히 저렴한 임대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기존 상권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늘 새롭고 개성 있는 대체지를 찾는 바람에 상권도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서촌이나 북촌은 얼마 전만 해도 조용한 상권이라 사진이 취미인 사람들이 자주 찾았는데, 지금은 주말이면 사람이 북적거려 피하게 됐다. 대신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들 사이에선 인근 익선동이나 옥인동, 서순라길과 같이 조용한 곳이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문래동 상권도 홍대의 높은 임대료를 피해 공연장이 생기거나 전시공간이 생긴 경우가 많다. 인디밴드들 사이에서는 문래동의 스튜디오와 공연장 등이 유명해진 지 몇 년 됐는데 서울시나 문화재단 등도 문래동을 많이 지원하면서 최근 이 동네에는 문화와 개성이 넘치는 카페도 많이 생겼다. 상권을 형성하고 활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 지역만의 문화와 특색을 갖추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대학로나 홍대 상권이 오랜 기간 유지된 것은 확실한 개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곳도 이런 특색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문화와 개성으로 가장 주목받는 상권을 꼽으라면 당연 망리단길이다.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을 찾아온 1인 창업자들이 모여들면서 이곳은 망원동의 ‘망’과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인 경리단길을 딴 합성어인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요즘 뜨는 상권엔 문화와 개성
두 콘텐츠 중요한 요소로 부상


보통 상권이 역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것과 달리 망원동은 망원시장 방향으로 뻗어 나온 ‘포은로길’이 중심축이다. 이 길을 중심으로 서교동 쪽으로 갈수록 임대료가 높아지고 망원2동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한데 홍대와 합정동의 비싼 임대료에 밀린 이들이 서교동과 합정동으로, 또다시 망원동 일대로 이동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 망원동 상권의 경우 보증금을 제외한 순수임대료가 3.3㎡당 10만3090원으로 홍대 일대(12만1440원)와 합정동(13만840원), 상수동(12만8330원)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임대료 상승 속도는 여타 홍대 상권보다 빠른 편이다. 2015년 말 대비 순수임대료 상승률은 21.1%로 합정동(16.6%)이나 상수동(6.59%)을 훌쩍 뛰어넘는데 2016년 3분기에는 연남동 순수임대료(3.3㎡당 9만9545원)를 추월했다.

상수·합정동이 홍대 상권의 연장선에서 운영되는 것과 달리 망원동은 기존 생활상권과 신 상권이 어우러지면서 홍대 상권과는 다른 독특한 정체성을 확보했다. 상권 발달 단계로 보면 아직 성장기로 임대료 상승세가 앞으로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월세보다 더 뛴 것은 바닥권리금(시설·인테리어 비용과는 상관없이 상권에 따라 형성된 최초의 권리금을 말함)인데, 이곳 상가의 경우 권리금이 없거나 10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던 바닥권리금이 최근 1년 새 4000만원까지 뛰었다. 다만 지나치게 높은 권리금 탓에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상권 변화는 매매시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망원동 단독주택을 매입해 카페로 리모델링한 ‘카페부부’는 독특한 외관으로 입소문을 타며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단독·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상가나 상가주택으로 바꾸는 사례가 이 일대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2~3년 전부터 망원동 일대에 부동산 투자 바람이 불면서 개인이 투자할 만한 10억원대 다가구주택과 상가 등은 대부분 손바뀜이 일어난 상황인데 리모델링이나 용도변경 등을 통해 건물 몸값도 상승일로에 있다.

단순 먹거리만?
특색 뚜렷해야

망원로2길에 있는 상가주택은 3.3㎡당 34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포은로길 인근 상가주택은 3.3㎡당 485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이나마도 매물 자체가 쏙 들어가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공통된 설명이다. 중소형 빌딩 매매거래 전문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2015~2016년 망원동에서는 총 18건의 빌딩 거래가 이뤄졌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망원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유용빌딩으로 2015년 7월 9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초역세권인 데다가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임대료 역시 크게 올랐는데 2016년 공시지가가 4.5%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건물가치는 100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매매가격이 단기간에 상승한 만큼 투자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망원역 인근 단독주택과 상가주택의 매매가는 3.3㎡당 5000만원, 호가는 7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았는데 마포구청·월드컵경기장 쪽으로 이어지며 발전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권이지만 현재 매매값이 지나치게 오른 만큼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신도시나 택지지구 등에서도 문화와 개성을 강조한 상가들의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상가의 트렌드가 단순히 쇼핑의 공간이 아닌 문화시설과 상권 고유의 개성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콘셉트형 상가의 가치는 높아지는 추세다. 콘셉트형 상가는 상업시설 내에서 문화시설을 누릴 수 있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며 이는 추후 상가의 수익률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콘셉트를 갖춘 상업시설의 미래가치가 더욱 돋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호반건설이 판교신도시에 공급한 주상복합 ‘호반써밋플레이스’의 상가 ‘판교 아브뉴프랑’은 단지 내 상가를 브랜드화시킨 대표적 성공 모델이다. ‘아브뉴프랑’은 ‘프랑스’와 ‘길’이라는 의미로 유럽형 스트리트몰로 조성됐다. 고급 맛집과 독특한 콘셉트의 테마숍, 다양한 휴게 공간, 문화갤러리 등을 배치해 판교의 명소로 꼽힌다. 최근 광교신도시에도 2호점을 오픈해 브랜드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송도 커넬워크’ 역시 유럽풍 쇼핑몰로, 송도국제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인공 수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설계된 상가다. 분양가에 비해 현재 1억원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은 문화와 개성을 강점으로 선을 보이고 있는 신개념 상가 현황이다.

▲지젤엠청라= 지젤엠청라는 문화시설이 미비한 청라국제도시에 들어서는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비롯해 컨벤션센터, 청라 최대 스포츠센터, 다양한 문화와 체험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공간, 크고 넓은 최고의 주차공간 등이 조성된다.

이 단지는 청라 명소인 커넬웨이 수변도로 진입 상가다. 커넬웨이와 지하광장이 직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쾌적함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흡수할 수 있다. 대지면적 1만995㎡, 건축면적 6484㎡, 연면적 5만9546㎡ 규모다. 지하 3층~지상 5층으로 지어진다. 600여대 동시 주차가 가능하다. 53%대의 높은 전용률을 자랑한다. 계약금 20%, 중도금 40%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준공은 오는 8월 예정.


▲김해 장유 네오 푸드앤조이= 김해 장유신도시에 푸드(Food)를 중심으로 쇼핑, 휴식, 여가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푸드타운인 ‘네오 푸드앤조이’가 분양 중이다. 김해 장유신도시 장유출장소 앞에 들어서는 네오 푸드앤조이는 지하 2층~지상 3층으로 각종 외식 프랜차이즈, 맛집, 대형마트, 노래방, 스크린골프장, 키즈카페, 패션매장, 의류 등 다채로운 매장들로 구성됐다. 평당 1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는 풍부한 임대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70%대의 높은 전용률로 공간 활용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또 상가 구역 내 음용 합격 판정을 받은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어 관리비가 절감되는 등 입점 상가의 편의와 실용성이 높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네오 푸드앤조이는 건물별로 개별 소유가 가능한 독립형 스트리트 상가로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 점포를 양쪽으로 배치, 노출도를 극대화하고 유동 인구를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대형마트가 입점해 고정 고객 확보와 모든 야외 테라스에서 760여평에 달하는 대규모 중앙광장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구조로 고객이 보다 오래 머물 수 있는 상가를 구현하고 있다. 고객들의 주차편의를 위해 315대의 대규모 주차장을 확보했다.

▲창원 플래츠나인= 창원시 의창구 북면 감계지구에 신개념 복합테마상가 ‘플래츠나인’이 분양 중이다. 감계지구는 계속된 도시개발로 향후 신규 아파트와 단독주택 1만가구에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이 들어섰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감계 최초 3300여㎡(1000여평)의 대형사우나에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즐기는 ‘유아 스파’는 지역의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플래츠나인 바로 옆에는 4500여㎡ 부지의 대형마트가 내년 9월 준공 예정에 있어 인근 무동, 신촌 지역까지 상권 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층 전면 광장은 기존 다른 상가와 달리 주차공간을 없애고, 테마형 공원으로 꾸며 각종 문화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콘셉트형 상가
가치 높아져

여름에는 공연도 보고 분수광장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실내에 설치한 ‘자이언트 슬라이드’는 또 다른 문화시설로 각광받으면서 새로운 상가문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테마파크를 조성해 반려동물을 데리고 외출해 함께 쇼핑과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요즘 상가 쇼핑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차공간은 지하 2층 전체와 지하 1층 일부, 옥상 리프트 주차방식으로 동시에 200여대 주차가 가능한 넉넉한 공간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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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