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져 올린’ 세월호 가라앉은 의혹들

떠오른 ‘검은 역사’ 묻혀 있는 수수께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승객 304명과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떠올랐다. 세월호는 참사 1073일 만인 지난달 23일,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인양작업을 시작한 지 83시간 만인 25일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2014년 4월16일 참사 발생 후 약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바닷물에 갈리고 깨진 상처가 가득한 상태였다. 세월호가 성공적으로 인양되면서 미수습자 수색과 진상 규명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국민의 가슴에 큰 상흔을 남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반드시 해소돼야 할 의혹을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검은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사 당일 ‘전원 구조’ 보도가 오보로 드러나면서 언론의 민낯이 공개됐다.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무능한 후속 조치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부채감을 안고 있다. 바다 속에서 스러져간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 승객들, 이들을 위해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간 민간 잠수사들과 의인들을 잊지 못하는 이유다. 상황을 줄곧 지켜본 국민들은 ‘세월호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참사 이후 햇수로 3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진상은 수많은 억측과 의혹을 자아냈다. 억측과 의혹은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고,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3년 만 수면 위로
진짜 침몰 원인은?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째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온 ‘리멤버0416 인천지부’ 회원들은 “배가 올라왔으니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나를 비롯한 국민 모두에게는 ‘진실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력 대선주자들 역시 세월호 참사의 확실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에는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김창준 변호사(더불어민주당),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구원 명예교수·이동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기술협의회 의원(자유한국당), 김철승 목포해양대 국제해사수송과학부 교수(국민의당), 장범선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바른정당) 등 5명을 각각 선체조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들은 유가족 측이 추천한 공길영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 권영빈 변호사, 해양 선박 관련 민간업체 직원으로 알려진 이동권씨와 함께 최장 10개월간 활동한다.

위원장을 맡은 김창준 변호사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에 우선을 두고 업무를 처리하겠다”며 “모든 국민이 만족할 수는 없으나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의 이후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 미수습자 가족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미수습자 수습과 함께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은 세월호 사고원인을 두고 제기된 숱한 논란을 해소하는 일이다. 정부와 수사기관이 세월호 사고원인을 공식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상태라 국민들의 의혹 제기에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참사 1073일 만에 모습 드러내
미수습자 수색·선체조사 속도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세월호 사고원인으로 ▲화물 과적, 고박 불량 ▲무리한 선체 증축 ▲조타수의 운전 미숙을 꼽았다. 세월호에 최대 적재량의 2배가 넘는 화물을 제대로 결박하지 않은 채 실어 선체 복원성이 약해졌고, 조타수가 우현으로 15도 이상 급하게 방향을 바꾼 게 문제였다고 발표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재판서 “배가 기운 직후 조타실로 가 보니 타각지시기가 우현 쪽 15도 정도를 가리켰고, 배가 급격히 기운 것으로 봤을 때 조타수가 타를 돌릴 때 우현 쪽으로 15도 이상 돌린 것 같다”고 증언한 바 있다.


세월호에는 규정보다 많은 화물이 실려 있었고,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는 규정보다 적은 상황이었다. 세월호는 국내 취항 전 선실을 증축하면서 화물을 당초 설계보다 적게 싣고 운항해야 했다.
 

세월호 선박 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은 화물량(2437톤→987톤)과 여객(88톤→83톤)을 줄이는 조건으로 운항을 허가했다. 또 평형수를 1023톤에서 2030톤으로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후 검·경의 공식 발표가 법원서 일부 뒤집히면서 사고 원인은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2015년 11월 대법원은 선장 이씨 등 세월호 승무원 14명의 상고심서 “조타 미숙을 단정할 수 없다”며 조타수 조모씨의 업무상 과실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조타기(선박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 오작동 등 기계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 선체를 보면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반잠수선에 실린 세월호 선체는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다.

임남균 목포해양대학교 교수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방향타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는 것은 중력과 거스르는 방향”이라며 “조타기의 고장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에는 방향타가 중앙이나 좌현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하늘을 보고 올라간 상황이 됐다”며 “어떤 알 수 없는 외력에 의해서 위로 올라갔거나 가라앉을 때 조류가 지속적으로 한 방향으로 흘러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방향타의 기울기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세월호 선미 부분의 방향타는 오른쪽으로 5∼1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조타실의 타각지시기 기록이 일치할 경우에는 오른쪽 변침과 복원력 미달을 원인으로 지목한 공식 발표가 확인된다.

일각에선 방향타가 5도 정도 꺾인 상태면 급변침까지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추가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참사 발생 3주기가 다가왔지만 사고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자 수많은 ‘설’이 나왔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주장한 외부 충격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기한 고의 침몰설, 핵폐기물을 싣고 가다가 폭발해 침몰했다는 폭발설도 있었다. 암초 충돌설, 폭침설 등도 사고 초기부터 언급된 의혹이었다.

외부 충격설
고의 침몰설

바른정당은 세월호 사고원인을 두고 나온 다양한 설에 대해 “무책임한 괴담의 유포로 세월호 침몰 사건이 우리 사회 적폐 청산의 계기가 되지 못한 채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만을 유발시킨 바 있다”며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 사회는 잠수함 충돌, 고의 침몰 등 각종 근거 없는 세월호 괴담에 신음했다”고 밝혔다.


누리꾼들은 “세월호 참사 원인을 두고 다양한 설이 난무하는 것은 정부가 명확한 진상 규명을 미뤄왔기 때문”이라며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정확한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경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 간 의견 차가 있는 철근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기간 중 내놓은 첫 진상규명 보고서 ‘세월호 도입 후 침몰까지 모든 항해시 화물량 및 무게에 관한 조사의 건’에 따르면 세월호에는 최대 적재량인 987톤보다 1228톤이 많은 2215톤이 적재됐다. 특히 세월호에 실려 있던 철근은 당초 검·경의 수사기록에 기재된 286톤보다 124톤 많은 410톤이었다.

세월호 특조위는 세월호에 적재된 철근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사용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방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업체 간에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화물 과적이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철근의 실체와 출처, 용도 등이 확실히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철근 출처 용도
전수조사 필요해

기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참사 당일 인천항을 떠난 이유가 철근의 실체와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금까지는 민간업체의 무리한 과적과 탐욕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400톤 철근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간업체의 욕심을 넘어서 정부기관의 무리한 요구로 과적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선체 내부 조사가 이뤄지면 철근을 비롯, 화물 적재와 관련한 인과관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인양 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해명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는 지난달 18일 시험인양 결과에 따라 본인양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기상악화로 한차례 연기한 후 지난달 22일 오전 10시 시험 인양이 시작됐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시험 인양에 성공하고 본인양이 결정됐다.
 

소조기가 끝나기 전 인양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은 시간과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열려있는 선미램프를 잘라내는 등 위기 순간도 있었지만 25일 오전 4시10분 반잠수선에 세월호 선체를 앉히는 데 성공했다.

같은 날 오후 9시15분 세월호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인양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왜 3년이나 걸렸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 공교롭게 박 전 대통령이 인양 시기가 파면된 때와 맞아떨어져 정부가 고의로 인양 작업을 지연시킨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침몰 원인부터 숨은 책임자까지
베일에 싸인 의문들 밝혀질까

세월호는 참사 발생 이틀 만인 4월18일 완전히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선체 인양이 결정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 전까지 정부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종자 수색에 집중했다. 이후 찬반 논란 끝에 2015년 인양이 결정됐다. 이 과정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선체는 인양하지 맙시다. 사람만 또 다칩니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고 말해 호된 비난을 받았다.

이후 인양업체 입찰 공고를 거쳐 중국 상하이샐비지가 선정됐다. 네덜란드 스미트와 스비처, 미국 타이탄 등 세계 선박 인양업계 빅3가 아닌 중국 상하이샐비지를 선택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연영진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은 “상하이샐비지가 인양에 충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확신했다”며 “계약조건도 원만하게 합의돼 인양업체를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상하이샐비지는 인양 방식을 중간에 한차례 바꿔 기술력 논란에 시달렸다. 당초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 내부 탱크에 공기를 넣고 외부에 에어백 등을 설치해 부력을 확보, 해상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플로팅 도크에 싣는 방식으로 인양을 추진했다.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자 상하이샐비지 측은 지난해 11월 텐덤 리프팅 방식으로 바꿨다. 크레인 대신 선체 아래 설치된 리프팅 빔을 끌어 올려 반잠수식 선박에 얹는 방식이다.

텐덤 리프팅 방식은 국내외 인양 전문가들이 처음부터 제기한 것으로, 이 방식을 이용했다면 인양 시점을 더욱 앞당길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 지연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인양 시기 등과 관련한 의혹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세월호 인양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지금 다른 요소나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다.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의혹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은 속 시원히 밝혀진 바가 없다. 국회 청문회, 검찰, 특검, 심지어 헌재에서도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은 헌재의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서 “박 전 대통령은 관저 집무실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로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해경청장에게 인명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시간동안 박 전 대통령이 보톡스 등 미용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큰 만큼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전면 재조사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행적도 전부 공개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찰 간부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의혹 확인에 나섰다.

검찰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한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으로부터 세월호 수사 관련 진술서를 받았다.

우 전 수석은 해경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윤 차장검사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청문회서 2014년 6월5일 검찰 수사팀이 해경 압수수색을 시도하던 날 윤 차장검사와 통화했다고 증언했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민 10명 중 6명
책임자 처벌이 우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세월호 선체조사위의 활동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62.9%로 나타났다. 책임자 처벌보다는 재발방지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2.6%였다.

국민들은 재발 방지 대책 마련보다 책임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의 숨은 책임자까지 밝혀내야 진정한 의미의 진상 규명”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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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