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 꼬시는 이상한 형사들 ‘내막’

수사관이 돌연 “취하하시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KC대 입시부정 의혹 사건이 뜻밖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KC대는 축구단 창단과정서 제기된 입시 부정과 축구단원 성적 특혜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일요시사> 지령 1102호 참조) 학내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사건은 결국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절차대로 진행되던 사건은 막바지에 이르러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수사에 제동을 건 사람은 공교롭게도 사건 담당수사관이었다.

KC대학교(이하 KC대) 신학부 A교수는 지난해 12월 전 이사장, 현 총장 직무대행, 축구부 단장, 면접위원이었던 교수 두 사람 등 총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인 A교수는 피고발인 5명이 학교 축구부를 창단·운영하는 과정서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입시부정 의혹을 검증하는 과정서 증거를 인멸하고 범행을 부인했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에 접수된 사건은 지난 1월 서울 강서경찰서 경제1팀 B경사에게 배당됐다.

강서경찰서로 이첩

A교수는 1월 초 강서경찰서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이어 입학관리과와 교무과 관계자, 학교법인 전직 이사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가 진행됐다. 피고발인 몇몇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잘 흘러가던 수사에 이상기류가 포착된 건 지난 12일부터다.

B경사는 12일 오후 A교수에게 “교수님 내일이나 모레(13∼14일) 오전에 잠깐 서에 오실 수 있나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교수는 화요일 오전에 들르겠다고 답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교수는 B경사가 추가조사 문제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 생각했다.

14일 오전 10시40분경 강서경찰서를 찾은 A교수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다. 피고발인 5명에게 걸려 있는 고발을 취하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A교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 몹시 당황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B경사는 “피고발인 중 한 명의 배임수재 혐의를 인지했다”며 “고발을 취하해주면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싶다”는 이유를 댔다. 수사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나온 담당수사관의 요구에 A교수는 일단 대답을 미뤘다.

대학 입시부정 의혹 관련해 고발
한창 수사하다 갑자기 취하 요구

변호사와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한 A교수는 같은 날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B경사의 요청을 거절했다. B경사는 “알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로 수긍 의사를 밝힌 것처럼 보였다. A교수는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여겼지만 그날 오후 10시경 B경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B경사는 A교수와 약 8분간 통화하면서 “고발을 취하하면 좋은데 왜 (취하)해주지 않느냐”며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서 형사와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B경사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형사는 “수사관은 고발인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며 “(B경사가) 큰일 날 일을 한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다른 형사는 “고소·고발 사건과 인지 사건의 경우 인사고과에서 점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며 “그렇다 해도 담당수사관이 고발인에게 전화까지 걸어 고발취하를 요청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문제는 B경사가 인지했다고 주장한 축구부 단장의 배임수재 혐의가 고발장에 이미 기재돼있다는 점이다. B경사가 언급한 배임수재 혐의는 축구부 단장과 감독 사이에 자동차가 오갔다는 내용의 의혹으로 보인다.


A교수는 이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고발하지 않는다고 고발장에 언급한 바 있다. B경사는 고발장에 이미 제기된 내용을 가지고 축구부 단장의 혐의를 인지했으니 수사하겠다고 주장한 셈이다.

석연치 않은 구석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발이 취하되면 축구부 단장 외 4명은 수사 대상서 제외된다. 피고발인 4명이 받고 있던 입시부정 의혹으로 인한 업무방해 혐의가 공중 분해되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B경사가 A교수에게 문자를 보낸 12일 이전에 이미 업무방해 혐의를 어느 정도 밝혀낸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A교수 역시 “B경사가 업무방해 혐의는 거의 파악됐다고 말한 적 있다”고 전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학교 관계자는 “조사를 받은 날(7일) 오후 늦게 B경사가 전화로 추가 확인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B경사의 모습은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수사하는 모습에 신뢰가 간다”는 인식을 줬다.

그러나 B경사의 태도가 불과 1주일 사이에 변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피고발인과 B경사의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B경사는 발언의 진위 여부와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수사 중이라 대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말을 아꼈다.

한 변호사는 “수사 과정서 다른 혐의를 인지했다면 고발 내용을 추가하면 된다”며 “추가 혐의를 수사한다는 이유로 고발취하를 요구하는 건 담당수사관에게 쏟아질 많은 의혹을 감수해야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A교수는 담당수사관 교체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배임수재 수사 때문?
종용한 진짜 이유는?

강서경찰서 형사가 ‘이상 행동’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관련 건 역시 KC대와 연관이 있다. 입시부정 의혹 사건으로 고발당한 전 이사장은 다른 사건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이다.

미국 뉴욕그리스도교회 교인들은 2012년 KC대를 지원하기 위해 5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들은 전 이사장이 학교법인의 수익용 주차장으로 사용할 토지 구매를 위해 23만달러를 지급하는 등 ‘KC대를 위해서’라는 당초 목적과 다르게 기부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미국 뉴욕교회 교인들의 대리인 자격으로 전도자 C씨가 담당하고 있다.

C씨에 따르면 고소 과정부터 험난했다. C씨는 지난해 3월 고소장 접수를 위해 강서경찰서를 찾았다. 당시 강서경찰서에 있던 경제2팀 D경사는 C씨가 미국 뉴욕교회로부터 받아온 위임장이 “법적인 위임장이 아니다”며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대신 피고소인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소 사실과 내용에 대해 알려주고 고소장의 일부를 복사했다.
 

C씨가 이를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자 D경사는 “전화를 건 것은 고소인의 허락을 받았고, 고소장을 복사한 건 차후 전산입력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C씨는 피고소인에게 전화를 걸도록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강서경찰서 청문감사실은 C씨의 민원을 두고 D경사의 행위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회신했다.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 C씨는 지난해 7월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같은 내용으로 민원을 넣었다. 그리고 지난 15일 서울지방경찰청의 민원처리 회신 결과 D경사는 ‘엄중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관실은 D경사의 행위가 “사건 처리의 불공정 의심과 민원을 야기할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과거에도 유사사례

2014년 미국 갤럽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찰의 신뢰도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진행한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드러난 경찰의 신뢰도는 23.1%에 불과했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불신도는 37.2%로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높았다.

학교 관계자는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경찰 수사를 믿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담당수사관이 바뀐다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않을까”라며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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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